디스 이즈 잇 //힘세고강한음악

오래된 푸티지지만, 이 영상을 지금에서야 보게 된 이유는 아마도 제가 기력이 많이 쇠해져서 일 겁니다.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 예전과 다른 열정도 잃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에너지가 강해져 버렸거든요. 보통은 이럴 때 블로그에 부정적인 어구를 써대며 세상비판을 하고 곰같이 잠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죠. 세상의 검은 면이 아닌 밝고 에너지 넘치는 면을 보는 겁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이 오랫동안 별러온 [디스 이즈 잇]을 볼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의 안타까운 타계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디스 이즈 잇]의 공연 리허설을 찍은 푸티지입니다. 실제 공연이 아니라서 연출의 온전함을 느낄 수 없고, 마이클도 에너지를 아끼는 모양새를 보여서 감흥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온전히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에너지는 리허설할 때 뿐 아니라 공연을 감독하며 타 아티스트를 존중하며 협업하는 데에서 크게 느껴집니다. 도중에 리허설을 끊고 어떻게 하면 관객의 흥을 돋굴 수 있는가에 관해 상의를 할 때, 빛나는 진심들이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면서도, 나이가 들어 젊잖아 졌지만 여전한 에너지가 느껴진 거죠. 이것이 제가 원하던 에너지였습니다. 포지티브하고 오픈된 에너지요.

실제 공연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감동을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이클이 에너지를 아끼다가도 어느 순간 흥으로 인해 격렬해질 때가 있는데, 거기서 솔직히 저는 지렸습니다.

아니 제가 원래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정말 과장을 하거나 엄청난 감명을 받는 일은 상당히 드뭅니다. 때문에 간간히 우울증이 오거나 히스테릭한 반응을 내내 할 정도입니다. 다만 거기서 저는 진짜 빛을 보았어요. 이게 그냥 영상이고, 공연도 아님은 알지만, 저는 그 순간 소름이 돋고 얼어버렸어요. 주변에 마이클의 유령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닌 지 주변을 살필 정도였습니다.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리허설장면을 본 건 처음입니다. 제가 리허설 장면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요.

좀 과장된 느낌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것은 오랜 시간과 고민이 농축된 마지막 결정체였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관객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스타일이 가진 무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다듬어지고 몰아붙여진 것의 결정체요. 그리고 그 결정체는 사실 지금 봐도 유니크하고 때론 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관객을 신나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일으켜 왔습니다.

트렌드에 반했지만 트렌드를 일으킨, 아예 장르 그 자체를 설계해버린 마이클의 재능은 어쩌면 그가 천재라서가 아닐 지도 몰라요. 1집의 실패와 2집의 성공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건 여전히 음반계와 미디어계의 기적으로 숭상되는 일 중 하나니까요. 일어날 수 없던 일이요. 어쩌면 마이클은 1집의 실패 후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마음의 불씨를 터뜨릴 수 있는 지를 깊게 고민했을 겁니다. 그리고 끝까지 그는 그것을 위해 살았구요.

늘 이런 아티스트를 보면, 저는 다른 노선에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나도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이곤 합니다. 세상이 어둡다면 저까지 어둠에 물든 채로 세상이 그러려니하고 살아가고 싶진 않거든요. 어둡다면, 어떻게든 빛을 끌어내어 던지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구하려고 하는 그 직업은 그러고 싶은 마음과 현실의 타협에 의해 정한 것이구요. 그래서 이런 에너지가 필요했던 거죠.

이쯤되면 수많은 명아티스트가 세상을 타계한 지금, 마이클만한 빛을 전달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아티스트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마이클도 [스릴러]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였을 뿐이었어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빛을 세상에 던지려고 애쓰는 수많은 아티스트가 있을 겁니다. 마이클이 자신 이외의 아티스트들을 존중하고 협업하고자 했던 이유도 그것을 이해하기 때문일 거에요.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들이 일어서고, 우리는 새로운 웨이브에 몸을 맡기며 즐겁거나 다채로운 하루를 보내게 될 겁니다.

저답지 않게 성적드립없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냈는데, 보통은 의심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어둠의 자식 그 자체인 제가 그 정도로 빛을 얻어갔다면 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겠죠. 가끔 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지독하게 부정적으로 보일 때, 그래도 이런 열정을 지닌 아티스트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요.

"믿음과 신뢰를 갖고 여러분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해줘. 이건 아주 멋진 모험이야. 두려워 할 것 없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관객에게, 최고의 환희를 안겨주는 거야. 이제껏 몰랐던 세상을 보여주자고. 최선을 다해줘..."
- 마이클 잭슨이 공연단에게 하는 말, [디스 이즈 잇]의 한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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