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 사이에서 어른이 되다 └ 액션/모험



[스파이더맨 홈커밍] 보고 왔습니다. 일단... 여러모로 노림수가 많은 작품이에요. 영화 자체가 마블팬의 꿈을 이뤄준 케이스인 동시에, 사춘기를 좀 깊게 다루고 있고, 메타적으로 얘기 나눌 것도 많아서요.

스포일러 있습니다만... 뭐 볼 분들은 다 보셨을테니 딱히 경고 안하고 막 쓰겠습니다.





1. 아버지와 자식

여기서는 피터의 영웅심과 행동을 제어하는 인물이 토니 스타크입니다. 토니가 스스로 언급했듯이 토니는 피터의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해요. 후반에는 피터의 출세를 도우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솔직히 피터가 토니의 제안 거절했을 때, 저는 또 자식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노무 자식새끼는 어떻게든 부모 속을 썩여요.





2. 벌쳐의 묵직함

벌쳐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어떻게 보면 악당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많은 감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니까요. 악당이라면 무조건 지구를 지배하거나 누굴 밟고 싶어 안달이 난 인물이었는데, 이토록 현실적인 악당이라니. 더불어 마냥 악당이라고 하기 뭐한 점이, 토니가 멋모르고 깽판(?)칠 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인물이 악당이 된 셈이라서요.

특히 밖에서는 무시무시한 악당이지만 집안에서는 쾌활한 가장이라는 컨셉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더욱이 자신의 여친의 아버지가 악당이란 점은 원작의 '친구의 아버지'라는 컨셉보다 강렬한 점이 있습니다. 남자라면 그 씬에서 아찔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잘못 손대면 죽어 더불어 "아버지란 가족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존재다"라는 가족주의를 비틀어낸 동시에 악당이란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존재가 아니라 부조리에서 튀어나온다는 점을 꼬집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숨겨주는 데.... 아, 진짜 거기서 눈물 흘릴 뻔. 이게 진짜 상남자죠. 고스 사이코족같은 로키, 그냥 사이코인 조커, 뭔가 그냥 웅장한 울트론 씨발 그딴 거 뭐야. 전 거기서 벌쳐 팬 됬습니다. 또 보고싶어요. 그는 진정한 악당입니다. 진정한 가장이구요. 내가 스파이더맨 보러 왔다가 벌쳐에게 반하고 감.

인성은 물론 부분적으로는 쓰레기이긴 합니다만, 그 조차 부조리떄문에 자기가 버티지 못하고 흑화한 셈이라 어느 정도 용서 됩니다. 스타크에게 말하고 언론에 까발렸으면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문제를 자기가 불법사업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잘못된 셈이지만... 아무튼 그는 멋있어요. 가족을 위해서 리스크가 큰 일을 해내는 것도 그렇고, 막타에 자신을 열받게 하는 스파이어맨을 죽이는 선택보다, 자신이 죽을 리스크를 알고서도 자신의 본업을 어떻게든 수행하려는 거친 가장이라니 ;ㅅ; 악당이 영웅보다 멋있기 있나요.

진짜 죽더라도 벌쳐에게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야





3. 메타적 요소 풍부

벌쳐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과 [버드맨]을 주연으로 맡았습니다. 두 영화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이번에도 새를 맡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스타크의 뒷통수에 새가 되었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구요. 동시에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을 연기했었는데, 원작 배트맨은 지금의 싸움꾼보다는 탐정과 같은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피터(스파이더맨)는 놀랍게도 배트맨(탐정)같은 행동을 합니다. 본인의 신체능력을 돋보이는 액션보다는 불법무기를 파는 단체에 관해 수사하는 내용이 의외로 큽니다. 배트맨이 배트맨 같은 스파이더맨에게 당한 겁니다. 물론 크레딧 보기 전까지 저는 벌쳐가 마이클 키튼이 아니라 키퍼 서덜랜드인 줄 알고 '역시 잭 바우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요. 뭐, 아무튼.




4. 사춘기와 노림수
영화 자체가 경쾌해짐과 동시에 피터의 사춘기를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데요. (나이로도 15세)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우선 죽는 사람이나 피 한방을 잘 안나올 정도로 영화 자체의 수위가 낮춰졌으며, 사춘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피터와 토니는 아버지와 아들 같고, 벌쳐는 아버지상을 비튼 인물입니다. (그리고 생계형 악당이라 그렇게까지 나쁘게 그려지지도 않았어요.)

뭐냐구요? 이건 말 그대로 사춘기 아들과 같이 보라는 계획입니다. 지금 중학생 애들치고 히어로물에 관심없는 애들 있나요. 제가 간 극장만 해도 학생 애들이 보러 왔던데. 아버지들 중에 사춘기 빠진 아들과 교류가 잘 없거나 대화할 거리가 없어 가까워지기 힘들다면, 이 영화를 같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가치가 거기에 있어요.

어른은 사춘기 시절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었던 마음과 그 순간에서 점차 자신의 위치를 찾으며 안정되어가던 과정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히어로물이니까 마냥 좋아할 거에요. 더욱이 다양한 아버지상이 등장하기에 서로 이야기가 통할 구석이 생기구요.





5. 어른이들 사이에서 어른이 되다

피터 파커의 사춘기 때문에 다소 눈살 찌푸려지는 부분들이 있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감이 있습니다. 토니 스타크도 어른이고 피터에게 조언할 정도로 성숙하지만 더불어 아직도 애같은 면이 있고, 메이 숙모도 원작만큼 성숙하고 연륜이 넘치는 인물이 아니며, 선생은 실종된 파커를 버리고 대회에 나갈 정도로 보호자 자격이 없고, 벌쳐는 훌륭한 아버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놈들이 지꼴리는대로 다 헤쳐먹으니 나도 하나쯤 헤쳐먹자"는 정신이고, 해피는 지 귀찮고 짜증난다고 얘기 다 안들어주고 무시하고.

솔직히 말이죠. 그런 어른이들 사이에서 피터가 사춘기를 끝내고, 이상의 허상을 발견하며, 이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며, 자기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모습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부와 명예를 포기하고 자신이 편안할 수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물을 넘어서는 감동이 있습니다. 좋은 성장물이자 인간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란 거죠. 만일 피터가 어벤저스에 들어갔다면 부와 명예는 거머쥐었더라도 자유롭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히어로의 삶을 보장받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저는 그 부분에서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6. 교복과 스파이더맨 복장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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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쓰면 제가 못된 어른될 것 같아서 안 쓸게요.
나 솔직히 정말...............
그냥..................
.................그냥 옳아요.
쫄쫄이보다는 저렴해보이는 후드티 스파이디도 너무 좋았음.
동네 돌아다니는 귀요미같앜ㅋㅋㅋㅋㅋ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미친 놈들 모에포인트를 너무 잘 알고 있어
못된 어른이라서 미안하다 스파이디
그러면서 rule34 검색중











뭐 여튼 그러합니다.


덧글

  • rumic71 2017/07/19 13:08 #

    뜬금없이 '해피가 사실은 하이드라였다면' 하는 생각을 해버렸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7/07/19 13:36 #

    .........안돼 그렇게 되어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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