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ne(구역)의 심오함 속으로 [스토커] └ 호러/미스터리



체르노빌 원전 사태 이후 생겨난 zone에 기억 상실을 지닌 남자가 들어오게 되었고, 자신의 신분을 찾기 위해 스트렐록을 찾아나서는 내용의 영화. 전개는 [쉐도우 오브 체르노빌]을 다르며, 2010년에 우크라이나에서 개봉했다. 그 팬메이드 단편영화가 아니라 소규모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조용히 내려갔기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

































는 구라고.

구역(zone)을 3명의 남자(학자, 작가, 스토커)가 탐험한다는 내용의 1979년 영화.

원작은 [Roadside picnic]을 원작으로 한다. 실제로 후에 컴퓨터 게임인 [스토커 시리즈]에 영향을 주었다. (비슷한 컨셉이 많은 걸로 보아 이후 '현실세계에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구역이 있다는 소재'의 교과서 중 하나가 된 듯 하다.)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주 무대의 이름이 같고, 이 무대의 중심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전개와, 화면색이 변하는 연출, 주인공들의 목적 (파괴 혹은 소원빌기), 엔딩으로 드러나는 주제 또한 비슷하다. 다만 스토커의 개념이 다소 달라졌다. 여기서 스토커는 구역을 소개하는 안내인이지만, 게임에서의 스토커는 그저 자유 탐험가다.

원작인 [Roadside picnic]은 2017년에 TV드라마로 기획될 것이 예정되었다.






1. 심오하다

모험영화를 좀 더 심도깊게 파고들면 이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커]는 심오하게 나아간다. 모험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비참했던 과거를 세세하게 말하며 탐험의 동기를 말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조금씩 성찰해나가기도 한다. 처음에 이들은 현실에 따분하거나, 아니면 지겨워져서 모험을 떠난 것 같았는데, 구역의 중심으로 떠날 수록 이들이 현실에 피폐해져 체제가 없는 기이한 영역에 숨어들고 싶어했음을 보여준다.

모험영화는 모험을 통하여 보물찾기의 즐거움이나 캐릭터들의 자아성찰을 그리고 이 영화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의 성찰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해 통찰하려 한다. 사람들이 왜 모험을 하는가, 왜 욕망이 발생하는 가에 관해, 그 이전에 왜 피폐해져 갔는가에 대해 질문하려 하는 영화인 것.





2. 느리다

영화는 롱테이크씬이 많아서 지루하지만, 상황을 자연스럽게 음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수많은 컷으로 역동적이고 격변적으로 흐른다면 놓칠 수 있는 상황묘사를 해내었기에, 초반의 잠입하는 구간에서는 현장감이 살아나고 구역에 접어들어서는 구역의 신비로움이 살아난다.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간극을 이해할 필요없이 하나의 긴 장면을 조용히 훑어 내려가다 보면 "이게 뭐지?" "어떤 내용인 거지?"라며 장면 속 의식의 흐름에 도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어느 것을 포착해내었을 때,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든다. 이 점이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준다.





3. 말이 많다

영화는 존의 변화와 반응, 환경에 따른 이들의 반응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 뿐 아니라 이들의 썰전 어린 대화를 지켜보기도 한다. 이들은 3명의 부류 (스토커, 학자, 작가) 이다. 2명의 지성인과 1명의 일반인이다. 여기서 1명의 일반인은 지나칠 정도로 구역에 우호적이고, 낭만과 희망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희망인지는 결말부에서 드러나지만, 그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대화가 오간다. 과학보다는 주로 철학적인 내용들.

2에서 설명했듯이 역동적인 영화가 아니라 분위기로 잡고 가는 영화라서 그외에 관객에게 설명해주어야 하는 것들을 말로 때우는 것이다. 이건 오시이 마모루 식 애니에서도 본 적이 있는 연출. 연출 수준은 정말 판박이다. 다만 [스토커]가 훨씬 통찰적이고, 마모루 식 애니가 액션씬이 들어가 훨씬 오락적이라는 것만 빼고. 대화도 타란티노처럼 재밌게 표현했다기 보다는 그저 조용하고 덤덤하게 읊는 편이다.

하지만 말에 뼈가 있어 묘하게 내 속의 측면을 찌른다. 정확히는 이들이 말하는 주제나 심정이 가끔씩 내가 말하던 주제와 심정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피곤하거나 잠을 자기전에 읊는 헛소리 (섞인 한소리) 라던가, 자격지심으로 인해 탄생한 자기만의 종교, 세상에 대한 불만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통찰하는 것은 결말이지만, 관객들은 이들이 내지르는 헛소리를 내는 상황에 공감하게 되면서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헛소리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그게 헛소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더라도 결말부에 접어들어서 그걸 이해하게 된다.








결론
확실히 일반적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는 아니다. 그냥 지루하니까. 롱테이크 넣은 장면들 중에 몇 장면은 이 영화에 흥미가 없으면 잠이 오도록 설계했다고 감독이 스스로 시인한 바가 있다. 대놓고 지루하게 만든 부분들이 있는 거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의미있다. 창작자들은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영화는 인간이 스스로 성찰해 볼만한 주제가 있다. 하지만 그 주제를 말하기 위해 이토록 길게 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초반 페이크로 실망한 게임팬들을 위해.


덧글

  • G-32호 2017/07/19 19:19 #

    볼 사람만 보라고 만든 예술영화라는 건가요..대놓고 잠 오는 신을 삽입했다니..
  • 로그온티어 2017/07/19 19:42 #

    뭐 대충 그런 셈이죠.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조용하지만 기묘한 분위기라는 것을 정말 잘 살려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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