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30만명에 내가 아닐 수 있다는 것 └ 스릴러/드라마



[덩케르크] 리뷰입니다.

이게 영화적 재미가 없어서 관조하고 보면 먼 일이지만, 집중하고 나에게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묘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겁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생존하고 영광이든 아니면 처참한 감정이든 그런 걸 느끼지만 현실은 아닙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중요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 생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저 어딘가서 죽을 수도 있는 엑스트라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덩케르크의 작전 성공이 아니라, 그 생존자 30만명에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임을. 그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못 만든 건 아닙니다. 다만 기획과 방향성이 일반 관객이 원하는 방향과 틀릴 뿐이죠. 경우에 따라 재난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죽음은 의외로 고요하게 개인을 덮치고, 누군가가 살려달라고 울부짖어도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그저 저 멀리 사라질 음성일 뿐이죠. 한 인간이 어떻게 발버둥을 치든 현실은 그저 조용히 흘러갑니다. 그 속에 파묻혀가는 개인은 다음날 뉴스나 신문에 희생자 명단으로 나오겠죠.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진짜 잘 살려냈습니다.

저는 전쟁의 참상과 광기, 비극을 강조하기보다 이렇게 냉정하게 보여주는 게 더 무서워요. 왜냐하면 영화적 표현으로 조명해 준 것도 실은 관심을 가져준 것이니까요. 하지만 덩케르크는 그저 그들을 살려줄, 감정에 동조해 줄 생각도 없습니다. 그들이 살려달라고 하면 그냥 그걸 냉정하게 찍고 있을 뿐입니다. 수 만명이 죽어갔지만 그를 묵묵히 바라봤을 현실의 침묵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저는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가끔 쿨한 척, 뻔한 영화라고 고개를 돌려도 그게 현실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속에서 울렁이는 끔찍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그런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내가 구조되길 바라느냐 아니면 불신하고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느냐.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이 이어집니다. 때로는 그게 자신을 끔찍한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죠. 전쟁영화이기 전에 이건 재난영화같았고, 멀지 않고 가깝게 느껴지는 영화기도 합니다. 나는 정말 평화 속에서 온전하게 죽을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전쟁영화답게 결말도 보편적으로 끝났지만 기분은 썩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침몰된 배, 그 속에 갇힌 것 같아요.

아무튼 뭐 그런 영화입니다.

가만있으면 구조될 것을 쓸데없는 짓해서 개고생하는 이야기
전우를 열심히 살려도 전우한테 욕먹는 이야기
아등바등 살려고 노력해도 죽을 놈은 죽는다는 이야기
도와주러 갔다가 미친놈한테 쳐맞는 이야기










PS.
암만봐도 훈련시 교육용 영화 x호가 될 득 (...?)
이제부터 매회 덩케르크 틀어줄 것 같은데.

PS2.
저는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랑 높은 곳에 떨어진 경험이 있었는데 그래서 공중전 수중매장(...)씬에서 트라우마가 자꾸 도지더군요. 공중부터 물 속 상황까지 현장감있는 영상으로 막 때려주니 보다가 정신을 잃을 뻔했음. 그냥 도심에서 돌아다니며 생존하는 이야기일 줄 알고 안심하고 본 건데;;
아무튼 저처럼 그런 경험 있는 분이라면 되도록이면 안 보는 걸 추천합니다.

PS3.
운명의 아이러니함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는 감독은 놀란감독밖에 없는 득


덧글

  • 2017/07/28 23: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7/28 23: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K I T V S 2017/07/29 01:51 #

    확실히 요즘 전쟁 영화들은 "소련 놈들 나치놈들 일본과 북한 떔에 이꼴이 됐어! x발!"을 강조하는 것에서 '전쟁 더러워 x발! 꺼져! 꺼지라고! 으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 감성으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허무주의와 혼돈주의같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제 생각일 뿐일 수 있겠습니다.

    한 사람의 감정을 강조하는 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요...
  • 로그온티어 2017/07/29 04:57 #

    처절함보다는 허무주의가 더 가깝지 않을까....
  • G-32호 2017/07/31 21:43 #

    진짜 잘 만든 재난영화에요. 군대에서 틀어줘야 해요 이건
  • 로그온티어 2017/08/01 00:42 #

    네, 그리고 후배들은 그걸 지겹도록 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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