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슬레이어와 기획의 승리 └ 교양채널R



내가 다니던 학교에 내가 배울 때, 퀄리티로 승부하지 못할 거면 기획으로라도 승리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건 퀄리티를 어느 정도 포기해도 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사실 작품을 처음 만드는 학생들이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다다를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기 한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업계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에야 퀄리티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디어를 위주로 하는 작품들이 많이 없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의 승리가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병맛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병맛을 위주로 하는 작품이다. 닌자와 동양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아예 철저하게 왜곡시켜버린 작품인 것이다. 어렸을 때 닌자를 초차원적인 존재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순간이동하고, 축지법 쓰고, 도술쓰고, 변신술등을 쓰는 정말 초차원적인 존재. 그래서 제작자들은 아예 이 존재에 "코스믹호러"를 대입했다. 그냥 막나간 것이 아니라, 서브컬쳐 속 오리엔탈리즘을 재해석한 셈이다. 동시에 이 말은 즉슨, [닌자 슬레이어]가 서브컬쳐 유저들을 주 고객층으로 잡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인살어와 탈문장 방식은 독자가 스토리보다 내러티브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저 전투와 병맛만 강조시켜 그것만 보이게 만들어 작품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든 것. 그래서 나는 [닌자 슬레이어]를 언급할 때마다 컨텐츠 역사상 최고의 전투뽕빨물이라고 놀리곤 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도 나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집중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정말 막나가는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주요하게 비판받는 씬은 '횡스크롤' 액션이다. 이 씬이 딱 그거다. 스마트폰도 컴퓨터게임도 없고, 친구도 없던 초딩시절에 심심해서 노트에 캐릭터들을 그리고 그 캐릭터를 오려내서 가지고 되도 않는 대사와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종이인형극을 벌이는 것. 이 씬은 딱 바로 그거였다.

문제는 대다수의 유저들이 [닌자 슬레이어]에서 원한 것은 변태액션뽕빨물답게 병신같지만 퀄리티 높은 액션씬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망한 특정 유저들은 [김치전사]에 비견하며 욕을 했고, 그래도 저 횡스크롤 종이인형극 액션씬에 자기가 친구 없었을 시절을 느끼며 공감대를 느꼈던 지금도 친구가 없는 유저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병맛애니의 최고봉이라며 치켜세웠다.

재밌는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이 퀄리티가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원작 자체가 작품의 퀄리티보다는 병맛을 기초로한 기획 위주의 작품이었기에 원작을 해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인살어 남발과 탈문장으로 작품의 느낌과 내러티브만 강조하며 이미지를 세우는 데 급급했던 작품이었기 떄문에 [닌자 슬레이어]의 애니메이션판은 원작의 분위기를 재현하며 고증을 지켰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는 작품 내내 액션씬을 끼워넣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작품도 제작이 진행중이었고, 워낙 액션뽕빨물이라 액션씬을 시종일관 퀄리티있게 내놓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뱅크씬을 연속하면 그 조차도 욕먹을 게 당연했다. 이야기도 없이 그냥 난무하는 액션만 가득해서, 템포를 느리게 하여 (대화 씬이나 걷는 씬들) 그릴 씬을 협소하게 하는 방법도 쓰기 힘들었다. 작품 자체가 컬트적이고 이야기도 부족했기에, 굳이 인적자원을 들여 액션씬의 퀄리티를 올린다고 해도, 그를 통해 인기도를 얻고 DVD를 사갈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회의에 빠져 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예 특정 씬은 날림으로 작업하여 원작의 느낌을 다른 의미로 되살리고, 동시에 작업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애니메이션만의 기획안을 내놓은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날림으로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치 전사]보다 옹호하는 유저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그 종이인형극 씬에 있다. 종이인형극의 횡스크롤 시점이 [시노비]와 [닌자가이덴]등의 과거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생각나게 만들기 떄문이다. 닌자 게임치고 횡스크롤 특성이 없었던 게임이 없었기에, (당시 기술력으로는 가장 액션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시점이었으므로.) 유저들은 자칫 마냥 황당해 보일 수 있던 씬에서 약간의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말은 즉슨, 무조건 이상한 것을 차용한다고 병맛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말도 된다.





결론적으로 [닌자 슬레이어]가 나왔을 때, 솔직히 나는 이 작품이 작품성이냐 기획력이냐에 대한 논쟁을 일으킬 줄 알았다. 컬트적인 작품답게 조용히 넘어가버렸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제 유저들도 이 문제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퀄리티와 좋은 작품을 만들 노력을 기획으로 땜빵할 수 있다면 그게 옳은 것인가." 작품은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회사의 특성상 항상 퀄리티있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음에도 "어중간 하기 보다" 확실하게 못 만들어 화제성과 기획성을 담보받기 위해 못 만들어 버리는 작품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 질문은 유효하다.

부족한 퀄리티와 제작에 대한 노력을 기획으로 땜빵하는 것. 그것이 옳은지, 그리고 왜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는 지에 대한 배경에 관해, 제작자 탓을 해볼 수도 있고,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 탓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도가 지나치면 뭐든 망하는 법. 따라서 그 정도가 대체 어디인지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덧글

  • NRPU 2017/08/02 19:22 #

    닌자슬레이어와 미르뮈돈의 전투씬은 정말 역대급 임팩트였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7/08/02 19: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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