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2017 리뷰 └ 호러/미스터리



델토로 식의 음울함과 스필버그식 경쾌함의 만남. 사실 둘과는 전혀 무관한 감독이 만들었는데 그 감독들의 냄새가 난다니 이상할 따름이다;;

1.
원작을 안 봐서 얼마나 약한 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더 잔인하게 표현했다면 오히려 VIP때처럼 불쾌감만 남기고 끝났을 것 같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나머지는 암시하게 두는 게 더 잔인하지만 불쾌하지 않게 느껴진다. 초반의 예상 외의 고어씬에 놀라고, 결말의 덤덤함에 더 놀랐는데, 그게 원작의 스토리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묘한 암시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2.
<그것>은 공포영화를 넘어서, 아이들이 처한 기묘한 현실에 대해 다루는 모양새로 나아간다. 자기 자식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버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과잉보호로 자식을 껴안는 어머니 등이다. 동시에 아이들이 실종되는데 마을은 이 상황에 관해 덤덤하다. FBI도 안 내려오고, 뭔가 조사하려는 노력도 없으며, 어른들은 자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에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이런 위험한 현실을 아이들이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함께 싸우며 살아 나간다는 내용이 주이다.

3.
아이들의 내면에는 무서워하는 것들이 하나씩 있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약자이며, 아직 현실과 부딪혀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과 트라우마를 가슴에 담고 사는 것은 당연한 것. 여기서 '그것'인 페니와이즈는 그런 아이들의 상태와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마치 현실에서 어린 피해자들을 우롱하던 수많은 범죄자들의 수법과도 같다.

4.
우정의 힘으로 악을 퇴치한다는 그런 내용이 유치해질 수 있음에도 용서되는 이유는 아마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현실적이고, 페니와이즈의 상징성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어린 시절의 노는 장면들이나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들, 너무 과도하게 감성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용서된다.

5.
점프스케어에만 집중하지 않아서 좋았다. 짧은 순간들이지만, 쫓기는 공포도 수준급으로 표현해내어 좋았다.

6.
공포에만 집중하지 않아서도 좋았다. 공포영화가 공포영화에 집중해야지 뭔 소리냐라고 할 테지만, 공포 때문에 계속 경직되어 있었다면 피로했을 것이고, 공포성을 너무 느껴서 공포에 익숙해져버리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포씬도 트레일러 이상으로 근사하게 표현된 부분이 몇 부분있다. 여기서 [그것]은 완급조절이나 분위기전환에 탁월함을 보인다. 일상파트와 개그, 드라마, 공포, 미스터리, 모험물요소가 적절히 잘 섞여져서 엔터테인요소가 풍부한 영화가 되었다.

7.
분위기 전환하니 쓰는 이야기인데, 나는 이 영화에서 인물의 드라마가 들어가는 씬에서 조용히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 영화의 메세지와 감동을 위해 드라마를 집어넣는 게 필수지만, 너무 과도하게 표현한다면 공포스릴러 영화에 맞지 않는 신파극으로 변질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드라마의 순간에 서서히 그림자를 드리워서, 인물이 언제든 공격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음을 알리는 데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영리한 분위기 전환 씬이었다고 생각한다.



8.
모험물 요소가 들어있는 점도 좋았다. 각각의 아이들 특색과 성격이 있다보니 아이들이 한데 뭉쳐 모험을 하거나 그를 파헤치려고 머리를 싸매거나 맞서는 아이들의 도전과정이 재밌게 그려진다. 공포물이라고 해도, 취향이나 자신의 약점(두려워하는점)에 부합되지 않으면 공포를 느끼지 못하기에 공포에만 올인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모험물과 공포요소가 잘 융합되어 있기에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 그 옛날, [미이라]의 테이스트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느낌. 물론 공포감에 충만한 상태에서 다른 요소를 집어넣어 조합했다는 말이지, 공포물이 부족해서 다른 요소를 집어넣었단 말이 아니다.







위에 이렇게 저렇게 써놓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즐기진 못한 영화다. 인상깊고 흥미로우며, 부분적으로는 이입하며 보았지만 약간 어울리지 않는 씬들이 있어 집중에 훼방을 놓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건 아마 나중에 다시 봐야 왜 그런지 알 것 같은데, 아무튼 나에겐 완전히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다.

근데 워낙 드라마가 촘촘하다 보니, 결말에서 울컥하긴 했다. 여기선 설정상 그냥 페니와이즈에게 먹힌 것이지만, 이게 현실에 있었던 아이들을 향한 범죄들과 비슷하니 드라마가 영화 속에 머무르지 않고 튀어 나오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겐 진심으로 안타까우면서 한숨만 나오는 결말로 다가왔다.



아니면 그냥 내가 요즘 사람들을 자주 잃다보니 너무 감성적으로 변한 건지...









PS.



이 아이가 자꾸 눈에 익었는데,
일라이로스가 자꾸 생각났다. 외모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자꾸 일라이로스가 생각남;; 후속에 진짜 얘 역할로 일라이로스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PS2.
아이들이 욕을 자주 하는데, 묘하게 사우스파크 떠올라서 피식거리는 것을 참았 (...) 사우스파크 에피소드로 IT에 대한 패러디가 나올 것 같은데, 만일 나온다면 케니가 초반에 죽는 역할로 나온다는 데에 한표를 넣어본다.


덧글

  • G-32호 2017/09/09 22:56 #

    그러고보면 요샌 애들만 옹기종기 모여서 뭔갈 하는 영화가 아주 사라졌죠
  • 로그온티어 2017/09/09 23:18 #

    그러다가 기묘한 이야기 이후로 스멀스멀 부활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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