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엔딩크레딧이 좋습니다 //힘세고강한음악



많은 이들이 영화에서 무엇이 좋았나요? 란 질문에 대부분 영화 속 명장면을 떠올리실테지만, 저는 엔딩크레딧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확히는 엔딩과 직결된 엔딩크레딧을 좋아합니다. 저는 엔딩크레딧이 그저 별거 없는, 제작과 기획에 참여한 스텝들의 이름만 올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엔딩크레딧은 영화의 여운을 재정리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엔딩 크레딧에 붙은 모션그래픽 이야기 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엔딩크레딧에 붙은 음악의 구성을 이야기하는 거죠. 특히 저는 음악 선정에 있어, 이런 구조를 좋아합니다.

1. 영화의 스타일, 테마를 완전히 대표하는 BGM
2. 느린 템포와 드라마 무드의 BGM
3. 후속을 예고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느낌의) 긴장감 있는 BGM
4. ...이건 서비스가 붙을 경우인데,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영화라면 대체적으로 여기에 많은 이들이 추억할만한 곡을 삽입하는 경우가 잦더군요.

혹은 아예 엔딩크레딧을 위해 제작한 노래가 붙은 경우도 좋아합니다.

영화가 아닌 예외적인 경우인데,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엔딩크레딧 음악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엔딩크레딧이 8~9분 가량으로 긴데, 이 엔딩크레딧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1. 엔딩크레딧을 위해 만든 음악
2. 에일리언 팬들의 노스텔지어를 자극할 올드한 오케스트라 음악

여기서 1의 음악은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묘합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명백히 공포게임인데, 크레딧 음악은 대체로 차분하거든요. 사실, 공포영화들 중에서도 은근히 신나거나 경쾌한 음악을 엔딩 크레딧의 BGM으로 까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섭고 신경을 긁는 현악음악이 나오는 엔딩크레딧은 [왓 라이즈 비니스] 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어릴 적에 들었을 때, 이건 예외적이네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런지는 몰라도요;

근데 재미난 것은 호러, 공포 영화의 말미에 경쾌한 음악을 트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비극적인 상황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이 경우에 따라 기이한 호러스러움을 느끼게 만들거나, 아니면 락음악이나 신나는 음악이 공포를 벗어나 입가심을 하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죠. 솔직히 영화제작자들도 원하는 것이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현실에서까지 공포에 질린 모습이 아닐 겁니다. 즐거웠다는, 재밌었다는 인상을 마지막에 심어주고 싶었을 테죠. 이것은 발표 자료 제작의 필수요소기도 합니다. 꼭 마지막에 깊은 인상을 남길 것. 남에게 계속 이 영화 무섭고 재밌었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본 사람이 그런 인상을 받아야 할 것이니까요.

다시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으로 돌아와서, 이 크레딧의 음악은 음침하기 보다, 상당히 흥이 있습니다. 게임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BPM에 반영하지만 무섭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신비로운 느낌이 나기까지 하죠. 얼핏 잘못 들으면 미러스엣지에 나오는 OST와 착각하기 쉽습니다.

동시에 드라마틱하기도 합니다. 음악 도중에 나직이 흐르는 리플리의 목소리는 애절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중에 그녀가 결심한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말할 때 음악이 천천히 뛰기 시작합니다. 생존에 대한 의지와 함께 뛰어 오르는 음악은 그녀에 대한 트리뷰트가 되는 셈입니다.

어찌보면 위에 제가 쓴 공포영화의 엔딩크레딧에서 무서운 음악 안트는 이유와 같을 겁니다. 솔직히 게임은 즐기라고 있는 거니까요. 무서움도 즐거움의 일환이지, 작정하고 무섭게 만들면 오히려 손에 안 잡게 됩니다.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오히려 신비로운 음악을 틀어놓으면서 미지에 대한 생존에 대한 공포와 애환 뿐 아니라 모험심도 자극합니다. 고로 결말에서는 '이 게임 무서웠지!' 라기 보다는 각 드라마를 떠올리며 게임에 대한 인상이 정리되며, 좋은 기억을 되새기며 좀 더 플레이할 의지를 생겨나게 만드는 요소로 등극하게 되는 셈이죠.

제가 번역한 둠 다큐멘터리 3번째 영상에, 둠 음악을 제작한 믹 고든은 이렇게 말합니다. "음악은 늘 배경음에만 머물러 있었다"구요. "근데 생각해보면, 일상으로 돌아올 때 어떤 게임을 기억할 때 음악과 함께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때문에 "음악이 그 게임의 인상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는 말도 언급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엔딩크레딧은 ... 솔직히 대부분의 관객이나 게이머들은 보지 않을 요소일 겁니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의 음악에는 늘 그 게임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깃들어져 있었어요. 게임이 활극이라면 활극 뿐 아니라 그 속에 있었던 비애씬, 명장면에서 나왔던 노래들까지 발표 식순을 정하듯 그렇게 순서를 정해놨단 말이죠. 그래서 저는 엔딩크레딧 파트를 좋아합니다. BGM의 분위기와 그 BGM이 나온 장면들을 다시 기억하며 내용이 정리되면서 그 컨텐츠가 담긴 감정선과 보여주고팠던 부분들이 그 작품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덧글

  • G-32호 2017/09/27 22:13 #

    뭐 요새는 엔딩 크레딧에 엄청 공을 들이죠.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어요
  • 로그온티어 2017/09/27 22:19 #

    엔딩크레딧에 모션그래픽을 넣은 경우도 있는데, 작품보다 더 흥미로운 경우도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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