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캔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 스릴러/드라마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아이캔디가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철학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 다만 해리슨 포드옹이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그의 비중이 좀 심히 쩌리긴 합니다. 비중 문제가 아니라 1편에서 데커드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도 해요. 단순히 팬보이심에 '이랬다면 어떨까?' 라는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죠. 데커드에게 자식이 있다면? 이라는 왠지 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꾸몄으니까요.

더불어 본 작은 레플리칸트의 입장에서 진행되는데요. 원작에서 인간과 레플리칸트의 모호함과 인간의 부조리를 지적한다면, 본 작품은 레플리칸트가 가질 수 있는 페이소스를 극대화시키는 편입니다. 따라서 철학적인 주제보다는 하나의 드라마로서 지켜볼 수 있습니다. 물론 철학적인 주제를 표현하려고 하지만, 그건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 원작에 대한 헌신일 뿐입니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한 레플리칸트의 뻘짓 가득한 저승가서 이불킥할 만한 드라마로 귀결되고 마니까요.

그래도 진짜냐 가짜냐의 모호함과 드라마를 결합한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키스씬이 대표적이었어요. 진짜(창녀)와 가짜(Joi)가 뒤섞인 개체와 키스와 정사를 나눈다는 점은 묘하게 불쾌하면서 아름다운 씬이었습니다. 동시에 주인공이 처한 처지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달콤한 듯 보이지만 심연에는 그가 처한 끔찍한 현실을 암시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블레이드러너 2049]는 사이버펑크 팬 중에서도 정말정말 보수적인 팬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대표적이자 유명한 작품에서 시도한 것들은 정말 다 시도했거든요. 하나하나 요소들을 꼽아보면 사이버펑크물에서 안 들어간 요소가 없습니다. 굳이 하나하나 언급하면 언급한 작품과 본 작품의 스포일러가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K의 드라마에 이입하기 힘들테니 굳이 말하진 않겠습니다. 조금만 언급하자면, K가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비참한 꼴(...)은 다 당했다고 해야겠죠.

여담이지만, 엔딩은 [블레이드러너]와 같습니다. 레플리칸트에게 향하는 연민감을 완성하지만, 이것 또한 결국 원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군요. 독특한 시점을 부여하면서 원작과 이야기가 다를 것 같았지만 결국은 텔링의 노선만 다를 뿐, 비슷한 주제를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라는 게 반전이랄까요.

그래픽은 환상적입니다. 정말 비주얼은 좋았어요. 왠지 디스토피아와 사이버펑크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타이피컬한 이미지를 다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다만 드라마가 좀 늘어집니다. 이건 좀 과도했다고 봐요. [시카리오]의 절제의 미덕보다는 [에너미]와 [프리즈너스]처럼 폭주한 느낌이 좀 듭니다.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블레이드러너]도 무진장 참고한 듯 합니다. 근데 저는 [블레이드러너 2049]가 원작과 비슷한 메세지를 던지면서 영화의 재미(템포나 연출)는 원작을 담습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의 연출방식은 정말 기괴했거든요. 솔직히 [블레이드러너]가 메세지를 다루는 방식은 맘에 들지만 연출은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건 진짜 재미없는 겁니다. 조지오웰의 [1984] 같은 겁니다. 주제와 의미는 상당하지만 작품은 진짜 재미없는 바로 딱 그거. 그래도 원작보다는 드라마가 공감있게 표현되어 있기에 원작처럼 흐름을 놓칠 뻔하는 일은 발생하진 않지만, 작품이 스스로 메세지를 부분적으로 놓치면서, 그것도 원작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원작처럼 갔어야 하나라는 생각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시카리오]처럼 절제를 하든가 하지...

그래도 올해 [공각기동대]의 부진에 실망한 사이버펑크 팬들은 간만에 바지를 갈아입게 생길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동지들이여, 보기 전에 새 팬티를 챙겨오라! 저 솔직히 정신줄 안 잡았으면 중간에 쌌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라이언 고슬링은 이 작품으로 베이퍼웨이브 전문 배우로 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어째 니콜라스 윈딩 레픈 작품부터 여기까지 '베이퍼웨이브' 스런 작품들과 인연이 깊어지는 군요.

진짜 마지막으로 쓰자면, 스펙터클을 기대하지 마세요. 드라마로 보는 겁니다.




PS.
작품 내에서 생각해본 것들이 많은데 스포랑 연결되기에 어떻게 말할 수가... 아마 극장에서 내려간 후에 그때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