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중반 └ 일상의발견



23부터 60화까지 클리어.

스킵조차 거의 안하고 냅다 달렸음.

보통 넷플릭스같은 걸로 영화봐도 이러진 않는데, 정말 정신없이 봤습니다. 내일 출근해야 해서 자야하기 때문에 이쯤 간략 쓰지만... 남들은 이 작품이 용두사미라고 해도, 저는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그 과정들이 즐거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특히 그 고찰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어요. 부족한 곳은 부족하고, 극의 신파를 위해 너무 진득히 짚어나가는 것도 있지만, 인간이 살면서 꼭 고민해야 할 부분을 사례를 들어가며 짚어주는 부분은 좋았습니다.

더빙은 신급. 솔직히 한국드라마보다 연기를 더 잘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은 보면서 뻔하다고 생각되면 감정이 잘 안 움직이는 편인데, 감정이 움직였습니다. '이건 진짜다' 라고 이입하며 봤다니까요. 한국 성우계에 관심없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대단한 연기들이었어요.

TV판을 녹화한 영상을 보는 거라 화질도 상당히 좋지 않고, 경우에 따라 싱크도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끝까지 봤어요. 만일 이거 어떻게 원본을 잘 포장해서 DVD로 내놓는다면 기꺼이 살 것 같습니다. 원작 방영 이후로 돌아가신 분도 계셔서 다시 녹음하긴 뭐할 거고... 가능한이면 한글 더빙판으로 소장할 겁니다.

간만에 생각도 좀 하고,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이런 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솔직히 영화도 이렇게 오랫동안 이입하진 않았어요. 말하지만 결코 엄청난 명작은 아닙니다. 너무 늘어지는 대목도 많아요. 하지만 '유럽 세계를 언제 표현해보겠어, 이런 주제를 언제 다뤄보겠어'라는 정신으로 가능한 깊게 들어가보려는, 순간의 정서를 온전히 담아내려는 노력,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신경 쓴 구성과 연출이 눈에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게 작품의 가치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영혼을 때리는 거겠죠.

근 몇 주간 허무주의에 빠져살았는데,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 작품이 심리적인 부적같은 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