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의 어느 주인의 고양이 └ 일상의발견

남의 포스팅 보다가 잠깐 고양이 길렀던 적이 기억났습니다. 맡아주는 기간동안... 아주 잠깐이었죠. 아마 이전에 포스팅으로 썼던 것 같은데... 근데 기억나니까 회상겸 그냥 또 쓰죠, 뭐. 얘기해봐도 어차피 이번이 2번째일게 분명하니까.

그러니까... 때는 몇년전으로, 어쩌다 고양이를 집에서 기르게 됬는데 사소한 지식 (기본적인 것들) 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얘가 왜 그르릉대는지 왤케 싸돌아다니는지에 관해서는 모른체 기르는 거였어요. 그래서인지 집안은 난장판이었습니다. 제가 성격이 병맛인데, 고양이도 병맛으로 흘러서, 집안 자체가 병맛이 되버렸어요. 나중에는 어머님이 집안이 병맛으로 그득함을 버티지 못하고 고양이를 보냈습니다.

.....솔직히 정황은 그게 끝입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고양이가 고양이가 아니었습니다. 고양이는 몸이 고양이인데 정신이 개였어요. 솔직히 지금 제 친가에서는 개를 기르는데요. 그 개와 행동이 흡사합니다. 검색해보고서야 '고양이는 새침하다'라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고양이가 고양이답게(?) 새침한 구석이 있기야 했습니다. ...아마 화장실은 모래위에서 두는 거요. 그 외엔 그냥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집안을 부숴다니며요.

저는 그 고양이에 애착이 없었습니다. 그냥 귀엽고 신기해서 귀여워 만지고 쓰다듬고 그랬을 뿐이에요. 그러던 어느날, 얘가 저를 물자 저도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는 그때 이후에 얘가 자기도 미안한 지... 제 다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걸 보고 저는 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얘도 뭔가 상처가 있구나. 그래서 실수했구나.' 그때부턴 얘가 절 물어도 물었다고 동생에게 징징대기만 했지 걔랑 그냥 놀아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랬습니다.

자주 제 침대 위에서 자고 내려가고 그러더라구요.
걔도 싫진 않았나봐요.

부득이한 사유로 이 녀석을 떠나보낸 이후에도 전 마음이 좀 좋지 않았습니다. 난 너가 좋았는데. 하지만 저 역시 얘 떄문에 날린 털을 청소하긴 귀찮았으니 저는 집사 자격은 없는 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그리워요, 가끔씩은. 저는 솔직히 이 녀석을 이해하게 된 그 순간과 그 이후는, 종을 넘어 동등하게 봤던 것 같아요. 왠지 활발하게 다니는 것도, 제가 우울함을 떨치기 위해 활발하게 구는 것 같았고. 트라우마 때문에 이성이 나가서 물고 나서는 미안해하는 것도 저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얘는 동물, 나는 인간. 이런 것이 아니라 그래도 다 같은 놈이란 거?

물론 제 착각일 수 있어요. 얘는 얘만의 생각과 습관이 있었던 거겠죠. 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그 고양이 아니었으면, 제 일부를 치유하진 못했을 거에요. 약간 든든하기도 했구요. 걔가 침대위에 올라와서 같이 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릅니다. 서로 알고, 이해하니까, 서로 기대고 있던 것일지도.

생각해보면 그 순간만은 악몽을 꾸진 않았네요.


덧글

  • G-32호 2017/11/11 23:06 #

    개냥이.,..
  • 로그온티어 2017/11/12 00:23 #

    앞으로 이런 녀석을 만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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