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독스 └ 액션/슈팅



안티히어로물과 복수극과 신파극의 부정맥
문득문득, 히어로짓은 왜 하는 지 모르겠다. 그냥 멋져보이니까 넣었다는, 그런 단순함이 엿보임. 고뇌같은 건 없고 스토리상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 조카 죽어서 난동피우는 삼촌을 보자니 자꾸 옆동네 분쟁지역에서 쫄쫄이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수상한 아저씨가 자꾸 오버랩 된다. 왠지 스플린터셀 컨빅션 만들다 실패했던 이전 컨셉 시나리오를 (도심에서 샘피셔가 돌아다니는 버전) 버리지 않고 잘 꽁쳐놨다가 여기서 수정만 좀 거쳐서 잘 포장한 게 이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수정과정에서, 배트맨 좋아하는 코믹북가이가 탐정짓과 영웅짓도 하게 만들자! 라고 설득하면서 시나리오와 에이든 캐릭터성이 이렇게 괴랄하게 꼬아진 거겠지. 2편에서 에이든 안 나오는 이유가 다 있었음.

해킹: 탐정느낌의 어드벤쳐
해킹 퍼즐이 의외로 괜찮았다.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고 CCTV로 돌아보는 재미가 있음. 더불어, 해킹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내면에 깊게 숨어있던 관음증도 해소시킬 수 있다.

유인 + 초월시점의 잠입 스타일
개인적으로 잠입스타일은 점멸을 쓰는 디스아너드보다 이게 더 좋았다. 점멸 덕분에 잠입의 자유도가 상승했지만 역으로 잠입의 묵직함을 제거해버린 디스아너드에 비해, 잠입의 묵직함을 살리면서 잠입이 가지는 답답함을 CCTV의 초월시점으로 일부 개선한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사각지대로 인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이 없다는 점이 가장 특이점. CCTV를 통한 관찰로 미리 레벨을 보고 작전을 짜는 플레이가 요구될 때, '잘 해결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점은 고스트리콘과 스플린터셀의 경험으로 쌓인 잠입명가(?) 유비의 회심의 한수라고 해야하나. 신의 한수는 아니고. 겨우 살린 거지(...) 솔직히 잠입스타일은 스플린터셀보다 이게 더 좋았다.

차량 잠입은 새로운 바람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잠입을 하는 컨셉은 전에 없던 거다. 처음 해봤는데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차를 세워두고 시동을 정지하면 곁을 지나가는 경찰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는 컨셉이다. 시동끄는 타이밍과 주차할 위치만 잘 잡아주면 되지만, 그래도 경찰차의 시선과 방향을 유추하며 스쳐지나가야 하는 감각 덕분에 깊이가 아예 없지 않다. (사람과는 달리 차량은 추격상태가 아닌 상황에서는 급작스럽게 유턴하지 않으니까 이점이 난이도 하락요소.) 더불어 추격전만 있기 보다, 이렇게 차량으로 다양한 것을 해볼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 이점은 정말 노력점으로 칭찬할 만함.

장기화가 되지 않고 짧게 짧게
게임적으로는 자경단 작업의 깊이가 아예 없진 않다. 해킹을 잘 써서 추격전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 오픈월드 개발자들이 드디어 '추격전이 장기화되면 스릴이 넘치기보다 지겨워짐'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저때부터 지능이 높아졌구나 하고 판단함. 저 시점 어느 시간에 전체적으로 개발자들이 특이점이 왔던 듯.

미니게임의 활약
의외로 미니게임이 재밌음. 특히 머니런인가 캐쉬런인가... 그건 좋았다. 워치독스만의 뻑뻑한 방향전환감각이 방향전환 해골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동전을 먹으려는 행위와 겹쳐져 기이한 재미를 자아낸다. 잠입 스타일을 매우 단순화 시킨, 사이버게임의 '단독'모드도 괜찮았음. 다만 레벨디자인 보다는 그냥 랜덤한 상황 속에서 알아서 헤쳐나가라는 로그라이크식 레벨디자인에 대한 방관이 엿보여서 그게 좀 불편하긴 했지만.
스토리와 합치면 몹시 골룸해지는 지점이기도 함. 오랫동안 미니게임을 하다보면 간지나는 안티히어로 모드와 복수귀의 주인공이 VR게임과 가상현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독자로 전락하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끝.

...여담으로 지금은 게임을 지워버렸다. 뭔가 뜨거워지기보다, 쳐지는 느낌이 든 달까. 스토리도 기운차지 않고. 다만 내가 열린공간보다는 던전지향스타일을 좋아해서 엥간하면 오픈월드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어짐을 더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디어는 정말 괜찮았기 때문. 의외로 새로운 바람이 있었다.

아마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는 게, 위에 장난으로 배트맨이라고 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하드보일드에 가깝고 그곳으로 지향점을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하드보일드의 분위기가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 두 요소의 완전한 융화를 위해 이를 성공시킨 맥스페인 테이스트를 섞어보려 노력하지만 복수극에 씌여 너무 미량으로 섞어서 애매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끓어오르지 않는 냉정한 정서가 하드보일드고 이게 끓어오르는 정서인 복수극과는 성질이 다르기에, 하드보일드 지향이 아닌 듯 하지만, 가끔 그냥 차갑게 응수하는 에이든과 분위기를 보면 그러려고 했었지 않았나 싶기도 해서 언급하는 것. 여러모로 방황하는 작품이라 보니 나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것저것 해보다 흥미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덧글

  • 은이 2017/11/15 08:56 #

    복수와 정의로 고뇌하는 에이든..!..을 그리고 싶었지만 정작 유저가 몰입이 안되어 고뇌하게 되는 작품 같았습니다
    그걸 철저하게 반성해서 에이든을 갈아버리고 2는 제대로 만들었더군요 +_+
  • 로그온티어 2017/11/15 12:40 #

    저는 본작의 실수보다 후속작에서 고쳤다는 점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본작은 실수에 가까운데, 실험작이니 만큼 실수는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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