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 일상의발견



나는 어느 건물 주차장에서 어머니와 전화를 하며 걷고 있었다. 주차장이 턱이 높은 곳이라서 어느 건물의 뒷마당을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 그 건물의 뒷마당에 서있던 어느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상태에서 통화를 하다가 내 표정은 점점 아연실색이 되어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 걸어 그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방금 본 광경이 잊혀지지 않았다. 그 자리를 빠져나오며 내 입에서는 같은 말만 맴돌았다. 등이 싸늘해서 자주 뒤를 돌아봤다.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몸은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었다.

거기엔 벌거벗은 아저씨가 서 있었다.

완전히 자리를 빠져나온 이후에 이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하하하' 웃으시더라. 곧이어 어머니는 '바바리네, 너 따먹힐 뻔 했다야'라며 시덥지 않은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하셨고, 나에게 '이 분이 과연 나의 어머니가 맞으신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들었다.

저건 두 상황이다. 자발적, 강제적. 어느 쪽이든 그 장면은 내가 봐서는 안 될 광경이었다. 정황이야 어찌되었든, 그 사람은 벌거벗은 채로 거기 서있어서는 안 되었고, 어떤 상황이든 그런 상황에 잘못 휘말리기 싫었다. 가장 안전한 해석이 있다면, 내가 미쳐서 환각을 봤다는 건데, 나는 정신이상 징후가 있던 것도 아니고 내 생애 환각을 본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그 순간은 스트레스 받을 상황도 아니었기에 분명히 환각은 아니다.

아무튼 그 아저씨가 바바리였다면... 정말 싫다. 말로만 듣던 바바리를 내 시야로 보니 매우 당혹스러웠다. 누군가가 바바리 이야기할 때, 욕하면서 내쫓았다고 말하면, 나도 그럴 거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심지어 나는 남잔데, 뭔가 무서워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사람의 심리의 그로테스크함을 내 머릿속이 감당을 하지 못한 거다. 어찌되었건, 그 사람은 거기 그러고 있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튼 그 사람이 옷입고 쫓아올까봐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동시에 내가 온라인에서 변태선언 / 개그치고 다닐 때, 주변 사람들의 생각도 읽혀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쇼타콘 선언하고 부남자 성향을 드러낼 때 평범한 사람들은 지금의 내 반응처럼 극혐했을 거라는 자기 성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자기 공간인 블로그 내에서 하는 것이니 내가 뭔 글을 써도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은 타인과 암묵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다. 어떤 경로로든 타인은 내가 쓴 글을 읽을 가능성이 있고, 불쾌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 아저씨가 서있던 그 자리도 사실 엥간하면 사람이 드나들 생각을 하긴 힘든 장소였다. 건물의 뒷마당이라고 쓰긴 했지만, 뒷마당이라기 보다는 건물 뒤에 있는 작은 영역이라고 해야 맞을 정도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발각(?)되기 힘든 장소지만 하필 턱이 높은 주차장에서는 그 영역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인터넷도 이런 공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기 블로그에서 온갖 변태짓(...)을 해도 될 것 같지만, 결국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이고 정체도 드러날 수 있는 곳인거다.

그 자리가 어두웠지만 자세히 보면 상세한 형체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응시했다면 그 아저씨의 얼굴 등의 신분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를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결국 발견되기 마련이다. 네트워크를 배우면서 작은 취약점에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모든 상황을 종합했을 때, 결국 인터넷도 조심해야하는 공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당신은 거기 그러고 있지 말았어야 했어.
차라리 깊은 산 속에서 그러던가.
아... 그럼 더 무섭구나.

훈도시 입고 달려들었다면 씨발...;;

덧글

  • 기롯 2017/11/16 18:43 #

    바바리는 훌륭한 호구입니다...평소에 날릴수 없던 '라이더킥'을 날릴수가 있거든요...
  • 로그온티어 2017/11/16 18:44 #

    역공당하려면 어쩌려구요. 난 힘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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