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데스데이 └ 호러/미스터리

[해피데스데이]는 어느 재수없는 금발머리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섹스 관계도 문란하고 남에게 대하는 태도도 싸가지 없는 게, 슬래셔 영화에서 살인당하기 딱 좋은 1순위 희생자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에게 계속 자신을 변화시킬 기회를 줍니다. 그러자, 기회에 따라 주인공이 성장합니다.

이것은 흔한 루프물의 전개가 맞습니다만, 슬래셔 영화라는 특성과 결합되면서 B급 슬래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짚어냅니다. 슬래셔 영화에서 방탕한 청소년들에게 기회보다 철퇴를 내리며 그들 내면에 반-기독교적인 행위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을... 그리고 슬래셔 영화란 그래야 한다며 후대 창작자들이 생각없이 그 룰을 그대로 담습해버리는 문제를 제대로 짚어낸 거죠.

물론 슬래셔 영화에 캐릭터들의 자질구레한 설정을 집어넣어 휴머니즘을 유발하는 것은 오버입니다만, 그래도 종교적 잣대를 토대로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행동거지에 철퇴를 내리는 행위는 영화라도 좀 아니잖아요. 그게 나치즘이지 뭐야. 그리고 이 맥락을 잘 잇고 효과적으로 과장한 영화가 [쏘우] 시리즈입니다.

아무튼 흔한 슬래셔 영화가, 현대인의 도덕적 타락과 그것이 쉬우며 그것이 개인의 끔찍한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는 심연의 암시로 공포를 유발하는 것에 반해 [해피데스데이]는 최소 희생자들에게 이해와 기회를 주는 영화입니다. 처벌보다는 갱생이랄까요. 그렇게 나름의 감동까지 이끌어내는 영화입니다. 저는 최소 그렇게 보고 있어요.













PS.
제가 언급한 [파이널 걸즈]도 슬래셔 영화에서 희생자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에 대해 재해석을 하는 맥락의 영화입니다.
[해피데스데이]를 좋아하셨다면 이 영화도 보시길 권유합니다.


덧글

  • G-32호 2018/01/14 18:33 # 답글

    뭐 반 기독교적인 행위에 철퇴를 내리는 건 대놓고 지탄받을 학살장면을 포장하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만들려고 칠하는 위장막 같은 거랄까요. 그거마저 걷어버리면 구제불능의 문제작이 되는거죠.
  • 로그온티어 2018/01/14 19:14 #

    그말이 맞습니다. 되게 불합리해보이지만, 결국 그걸 걷어내면 슬래셔의 의미가 없어져버렸(...) 그래서 [해피데스데이]나 [파이널 걸즈]를 보며 저게 슬래셔 영화의 새 지향점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불합리함을 빼버렸지만 슬래셔의 감각은 살려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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