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인치네일스 - 온리 └ 락





이전에는 나인인치네일스에 대해 잘 몰랐었다. 그러던 어느날 대중문화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보면서 나인인치네일스가 의외로 '음침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들'에 꼭 크레딧을 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나인인치네일스의 핵심인물인 트렌트 레즈너 말이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알만한 기분나쁜(?) 작품에 기분나쁜 음악들을 꽂아넣는 인물이 바로 이 분이었다.

뭐랄까, 상당히 고스고스한데 그냥 고스한 게 아니라 사람의 가슴 밑바닥을 못으로 긁어 소리를 내는 것을 듣는 느낌. 그래서 그 소리의 울림을 통해 내 마음 속 심연이 얼마나 가라앉았는 지 확인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음악들이 은근히 많다.

그 와중에 이 음악은 그런 밑바닥보다는 다소 대중적인(?) 느낌이지만, 트렌트 레즈너가 읊듯 말하는 태도가 건성적이면서도 은근히 인상깊다. 가끔은 마릴린 맨슨 카피본 같아 싸보이지만. 싸보인다고 하니 말인데, 곡이 격정적일 때 울리는 미디 사운드가 가열되는 분위기를 깨는 힘을 가진다. 세련된 멜로디를 가진 곡과 전혀 융합되지 않는다. 흔한 미디 사운드를 어떤 처리없이 집어넣은 느낌이 들어버려서. 생각해보니 저거 90년대~2000년대 초반 은근히 흔하게 들리던 어떤 미디 사운드같기도 하다. 암튼 엄청나게 촌스럽다.

하지만 듣다보면 그렇게 거슬리지도 않다. 그 흠집이 자꾸 의식되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흠집과 불화가 일으키는 인상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의도한 것일까, 마치 장인이 도자기에 일부로 흠집을 내는 것처럼. 모르겠지만, 호불호스런 느낌을 자아낼 곡임은 분명하다.

반면, 데이빗 핀쳐가 감독한 뮤직비디오는 흠잡을 데 없이 환상적이다. 작품 내에는 인물이라고는 등장하지 않고, 책상위의 사물들만 등장하는데, 마치 CGI의 영혼없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 하다. 하지만 곧이어 곡의 역동성과 그에 따라 요동치는 사물들과 형상들로 영혼없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어느새 책상위의 물질들은 자기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물들이 요동치는 반면, 사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제한되어 있기에 마치 자신에게 한정된 공간 밖으로 빠져나가고픈 욕구 속에서 절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게 잔인한 생각도 들게 한다. 생각해보면 핀쳐 감독은 잔인하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시각적으로 잔인하다는 것보단, 잔인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서 잔인함을 느끼게 만드는 몇 안되는 감독.

사실 말도 안되는 말이다. 실체로 보이지 않는 것에 잔인함을 느낀다니. 하지만 이 감독은 가능케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도 썼던 기법이기도 하고. 다만, 모든 것에 잔인함을 느끼진 않는다. 잔인한 상황이 펼쳐져도 무서울 정도로 냉정할 때가 있으니까. 이런 걸 보면 아마 사람의 이성은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 게 분명하다. 어떤 감정을 쉽게 느낀다면 평소에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며 완전 돌아이처럼 보일테니까. 그렇다면 핀쳐는 그 안전장치를 부수는 법을 알아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심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람이 생각하기 힘든 영역, 그 밑바닥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예술가일지도. 트렌트 레즈너와 같이.

그러고보니 핀쳐가 감독했다고 하면 나는 그 영화를 보기 전에 항상 마음을 다 잡아야하곤 했다. 핀쳐 감독 영화는 어드벤쳐로 분류되어야 한다. 사람의 가슴 속 제한구역까지 탐험해보는, 가시밭인 반면 하나도 안 위험한 모험이 가득한 모험물. 다시 생각해봐도 괴랄하네.












난 과소평가되고 있어
날이 갈 수록
져물어 가지
너는 말하겠지
내가 한물 갔다고
간단히 추려 생각해보면
내 자신을 돌아볼 땐거지

가끔은
나는 날 잘 안다고 생각해
가끔은
나는 날 잘 안다고 생각해
가끔은
내가 날 바로 알고있어

세상에 적응할 걱정은 하지마
네 세상,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더이상
맞아, 정말 중요치 않아
더이상
뭣도 중요할 일없어
더이상

이제 난 혼자야
하지만 늘 그래왔었네
멀리까지 생각해보면
이렇기 때문일지도 몰라,
네가 진짜가 아니기 때문일지도

난 너를 만들었어
날 조각내도록
난 너를 만들었어
날 조각내도록
난 너를 만들었어
날 조각내도록
그리고 성공했고,
그래 맞았어

너 따윈 없었어
나만 있었지
너 따윈 없었어
나만 있었지
씨발 너 따윈 없었다구
나만 있었지
씨발 너 따윈 없었다구
나만 있었지

나만, 나만, 나만이

아주 작은 요점이 내 눈에 보여
그리고 그게 딱지로 앉아
그러자 이상한 기분이 들어
왠지 이럴 것 같았다는 기분

이걸 그냥 두지 말았어야 했어
딱지를 뜯어내버리는 것이
스스로 아무는 길이었을 지도
하지만 난 넘겨버렸지

이제 난 내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어
그리고 보면 안될 것을
봤음을 깨달았어

그리고 이젠 이유를 알아
이젠 이유를 알아
내 속이 사실
일그러져 있단 걸

너 따윈 없었어
나만 있었지
너 따윈 없었어
나만 있었지
씨발 너 따윈 없었다구
나만 있었지
씨발 너 따윈 없었다구
나만 있었지

오직, 오직, 오직, 오직, 오직, 나만이

덧글

  • 섹사 2018/01/24 13:07 #

    뮤비는 처음 보는데 쥑이네요.
  • 로그온티어 2018/01/24 17:07 #

    역시 데이빗 핀쳐는 뭐든지 옳습니다
  • G-32호 2018/01/26 01:16 #

    못 징그러..
  • 로그온티어 2018/01/26 10:46 #

    못이 9인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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