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 시즌1 후기 └ 액션





저는 대체로 일본애니메이션을 잘 안 봅니다.

그래서 대체로는 제가 본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하거나 이야기하진 않죠. 애초에 잘 안 보니까. 하지만 이건 괜찮았습니다. 분위기 잡는 방식, 특히 역습을 과장하는 요소, 급작스런 감정의 폭발, 분노로 능력을 폭주시킴, 부정적인 인간상 등등은 일본 애니메이션 다운 요소라서 온 몸에서 거부반응이 왔었지만, 그런 초반을 넘어서면 주인공의 태세변환과 함께 아나키즘적 요소가 도래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요소라서 온 정신으로 흡수를 하며 봤어요.

주인공이 특히 맘에 듭니다. 감정을 절제하고 냉담하게 반응하는 주인공은 흔한 '시크 캐릭터'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시크 캐릭터가 독자와의 공감대를 허물만한 함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들은 썩었어식으로 비웃는 캐릭터라기보다, 합리적인 부분에서 냉정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요. 쓸데없는 분노나 뻘짓을 자제하는 지능형으로 나가기에 (어떻게 보면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점에서 보는 이들에게 점수를 땁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 이외의 인물들은 진영을 넘어서 죄다 한심하고 답답한 어른들로 표현되거든요.

그리고 아인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서 '료나'급 요소를 어필합니다. 그간에 '료나'가 미소녀에게만 해당되는 요소였다면, 아인에서는 남자, 남자아이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가지 감정적 요소가 나타나는데요. 괴롭게 죽어가는 연출에서 사디스틱한 쾌감을 부르거나, 가혹한 운명에서 쫓기는 아인들에 대한 페이소스를 느끼거나. 저는 그 두개 요소를 즐기기 때문에 매우 재밌게 보았습니다. 몸에 붕대를 감기고 실험/고문씬하는 부분은 저에게 매우 즐거운 씬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괜찮은 스토리, 세계관을 가진 메이저 애니메이션에서 보게될 줄이야. (지금 쓸 때는 이 글을 발행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히익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군요.)

아인의 IBM이 튀어나올 때는 설마 저걸로 배틀물이 되버리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으나, 시즌1까지만 해도 다행히 거기까진 안 가서... 만일 그랬다면 아인을 더는 안 봤을 겁니다.

그래도 아인의 죽음/부활을 이용한 발상이 괜찮은 액션씬은 좋았습니다... 그런 장면이 드물지만요.

아인을 잡아다 실험하고 그걸 이득으로 취하거나 그걸 즐기는 놈이 있는 것을 보면 일본이 스스로 '내가 쓰레기다'라는 것을 인증하는 느낌입니다. 성찰적인 것인지 아니면 자기혐오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위에 썼듯이 이게 묘하게 무정부주의, 혹은 단체주의를 극혐하는 양상으로 흐릅니다. 혹은 정부나 일련의 시민단체들의 병크로 인해 단체에 대한 불신이 자랐다는 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아인이 소수라는 점도 뭔가 미묘한데, 이 점은 확실히 1960년 이후의 일본의 정치/운동 역사를 공부해야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묘하게 소수의 고통을 포착하는 게 제가 기억하고 있는 몇가지랑 겹쳐져서 묘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아나키즘성, 료나적요소(특히 쇼타성 캐릭터를 괴롭히는 게 좋음), 적당히 시크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인을 보세요.









PS.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적 본능이랄까, 자꾸 이렇게 저렇게 선을 바꿔보고 쓸데없는 장면들은 가지를 쳐내고 특정 부분은 복선으로 잇고 싶은 본능이 올라오더군요. 촘촘하게 얽고 쳐낼 것을 확실히 친다면, 짧지만 알차고 영악한 작품이 되었을텐데...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말하고, 두번 강조해서 말하고, 훈계 늘어놓고 캐릭터성 강조하기 위해 옆에서 한 두마디 건네는 거... 그거 너무 싫음. 얘 상태가 어떻든 그건 독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인데 왜 작가가 투영된 캐릭터가 개입하는 지 모르겠어요.

PS2.
영화 개봉한다는데 저는 영화 안 봅니다.
안 볼 거라고.
이웃나라 행보보면 쓰레기일 것이 분명하고
만일 정말 그렇다면
극장에서 보는 즉시 제 눈에 팝콘을 쑤셔넣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스틸컷 봤는데...

미친
나 절대 안 봐


PS3.
시즌2를 보기가 망설여지는데...
예전에,
시즌1은 흥미진진했다가
시즌2에서 온갖 무리수를 두고
병크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 기겁한 적이 있어서...

PS4.
주인공이 강철의 연금술사의 프라이드 닮았네요, 그러고 보니.
거봐 새꺄 전생에 좀 곱게 살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