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라이2 └ 액션/슈팅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FPS입니다.
그냥 핵심을 말하자면,
매우 하드코어합니다.
멘탈이 튼튼하지 않으면,
안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 아니, 다크소울같은 게 아닙니다.
어떤 강조적 이벤트도 없이 엄청 루즈해서 사람이 말라갈 지경인데
거기서 게임마저 어려워서 사람이 더 메말라가게 만드는... 그런 게임입니다.
3~4편 생각하고 하면 심히 골룸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죠.

지금 플레이어는 A지점에 있고, B로 가야 합니다. B까지 걸어가는 데는 5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차를 탑니다. 차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 1분쯤 갔을까, 멀리서 초소가 보입니다. 초소에서 총을 마구 쏩니다. 플레이어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A지점에 있을 적으로 게임을 로드합니다. 다음에 차를 안 탑니다. 걸어갑니다. 풀밭에 매복해서 초소를 지나갑니다. 어떤 놈이 머리를 봤나 봅니다. 또 죽었습니다. 이번에 로드했을 때는, 아예 잠을 자서 밤에 일어납니다. 밤에 초소 옆 샛길을 앉은 걸음으로 몰래 지나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통과했습니다! 7분이 걸렸지만 대단한 성과죠.

그래서 B에서 퀘스트를 또 하나 받습니다. '미안, 그링고. A로 다시 가주면 안 될까. 뭔가 잊어먹어서 말이야.' 뭐, 괜찮죠. 여기서 세이브하고, 다시 A로 갑니다. A로 가는 길에 왠 차가 플레이어 등짝을 들이 받습니다. 이번엔 차에 깔려 죽었습니다. 이번엔 차가 어디서 오는 지를 파악했으니 돌로 올라가 달려드는 차를 향해 총을 조준합니다. 차를 막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포복해서 초소를 지나 A로 갔습니다. 퀘스트를 또 받습니다. '좋아, C로 가.'

C로 갑니다. 뭔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거대한 초소가 있습니다. 일단 진격합니다. 총을 쏩니다. 근데 총알이 걸렸습니다. 적이 열나게 쏴서 플레이어의 체력을 딸피로 만들었습니다. 플레이어는 뒤로 엄폐 후에 열심히 상처를 후벼파서 회복을 하려 하는데, AI가 플레이어 주위를 포위했습니다. 다굴 맞아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총을 쏘기를 포기하고 아예 마셰티로 적들을 베어 무쌍을 합니다. 그래서 적들을 다 죽인 듯 합니다.

근데 미션이 안 끝납니다. 목표가 뭔갈 폭파하래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그러고보니... 아! 폭파시킬 것이 바로 플레이어 옆에 있었네요! 그리고 저기 누워서 죽은 척하고 있던 적이 그걸 쏴서 터지네요! 그리고 이번엔 폭사했습니다.

그 거대한 폭발이 이는 순간, 제 머리 속에서는 불에 휩쓸리는 듯한 유비의 로고가 생각났습니다. 이제서야 그 의미 파악이 되기 시작했어요. 로고가 나올 때마다 개발진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파크라이2]에 온 걸 환영한다,
이 씨발 새끼야






솔직히 이후에 3나 4도 해봤지만, 정말 [파크라이2]만한 난장판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말라리아에 걸렸기에, 계속 말라리아 약을 먹어야 하며, 약을 구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만일 말라리아 약을 제때 챙겨먹지 않으면 주인공이 빌빌대다 쓰러지기 때문에 결국 약을 구하기 위해 미션을 수행해야 해요. 그런 빌빌 거리는 상태에 전 아프리카는 별별 군벌들에게 점령당한 상태라 어딜 간다 싶으면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그 초소 내의 모든 군인들을 죽여도, 어차피 시간 지나거나 멀리 갔다 돌아오면 다시 리젠되어 있기 때문에 싸우고 죽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도전과제들을 하는 것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3~4편처럼 아케이드 게임같은 강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요. 심지어 퀘스트도 그래요. 실제 컨택을 받는 느낌입니다. 그냥 서로 비즈니스 관계인 상황에서 서로 할말만 하다가, 서류 주고 받고 임수 수락하는 거요. 액트 사이의 이벤트, 버디 구출 이벤트 빼고는 죄다 이런 식으로 이벤트 씬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의 삭막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결정적으로, 게이머가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어떤 미션을 하든, 아프리카의 막장인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플레이어가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더 좋은 무기를 주거나 아니면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그것만 달라질 뿐이죠. 여전히 플레이어에게 다가오는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성가신 요소들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 끝에 플레이어는 무감각해집니다. 어떤 분노도, 슬픔도, 어떠한 걱정, 불안도 없이 이 상황을 달관하며 자기 목표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뭔 위기가 터져도, '늘 그런 아프리카구만.'이라며 그냥 대비했던 대로 일을 처리합니다.

막장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어떤 자극도 별로가 되어버리고, 무언가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감, 그리고 점점 죽어가는 주인공의 심정에 동기화되면서 급기야 모든 것을 달관해버리게 되는 겁니다. 긴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저는 롱테이크로 찍은 어떤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차들이 난입해서 플레이어를 죽이려 드는 막장상황에서 총을 꺼내들고 다 죽인 뒤에 차를 고치다가 또다른 차량이 공격을 해오면 기관총을 쏘는데 고장이 나서 권총으로 바로 바꿔 들고 돌 위로 올라가, 운전자를 죽인 뒤에 차가 돌에 들이받으면 기관총 쏘던 애도 권총으로 쏴버리고 다시 차를 고치고, 그냥 그 자리를 뜹니다. 주제가 있다면, 주제는 '삶의 거침과 무의미함'이 되겠군요.

네, 파크라이2를 5시간 이상 하고 있으면 사람이 이렇게 됩니다. 보통은 뭐 이딴 상황이 다있어! 라며 욕을 할 테지만, '늘 똑같은 아프리카군.' 이라며 그냥 플레이하는 거에요.









그래서 플레이를 마치고 나서는 이걸 좋다고 말해야 할 지 아니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를 일이 되었습니다. 분명 플레이 방향은 끔찍했어요. 게임이라고 하기엔 해결감도 약하고, 암덩어리같은 상황의 연속이거든요. 하지만 반면에 이 게임은 저에게 삶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줬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고, 엎친 데 덮치는 상황이 벌어지며, 의지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면 총알이 걸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다 끝났다고 방심하면 뒤에서 들이대는 적의 차... 그리고 허무함이 가득한 절망의 순간에 구해주는 버디의 존재.

정말 너무한 인생이지만,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발악을 하든 세상은 그저 그렇게 흘러갑니다. 본디 흐르던 방향대로요. 당신은 그 시류에 따라 흐르며 자기가 할 일만을 마치고 그저 사라질 뿐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도 전에 죽을 수 있어서, 그렇기에 당신을 구조해줄 동료(친구)의 존재는 소중해지지만, 동시에 그들조차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 목숨이라는 점이 무언가 어떤 니힐한 감정을 선사합니다.

이 흐름이 누군가에겐 거칠다면 거칠고 재밌다면 재밌는 거겠죠. 하지만 어쨌거나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파크라이2의 흐름에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은 세상이고, 게임 속에 있는 순간 동안 플레이어가 그 흐름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차가 망가지면 고치고, 적이 나오면 싸우고, 잠깐 적들이 몰아붙이지 않을 때 내 길을 달릴 여유를 즐기는 것처럼.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덧글

  • Megane 2018/02/18 02:26 #

    이미 여기저기 내전의 상흔과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아프리카가 뭐 평범하죠...(뭐 임마?)
    솔직히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전한 게임...(혼돈파괴께무)
  • 로그온티어 2018/02/18 12:55 #

    맞아요. 이 게임을 장시간하고 나서 바깥으로 나가면 한국의 평화로움에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래도 난 그나마 정상적인 나라에서 살고있다는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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