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이 유별났던 점 //아니메컨텍트





언젠가 아인(Ajin)에 대해 글을 하나 더 써볼까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냥 덕심에요. 사실 생각해보면, 제가 덕질하는 것들은 대체로 인기가 없었네요. 그래서 다른 데서 깊게 이야기 나눌 수 없으니 블로그에 잡담식으로 쓰며 홀로 덕질을 하곤 했죠. 왠지 저는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네요.

아무튼 아인이 제 눈에 들어왔던 이유는... 주인공이 소시오패스고, 악당이 사이코패스라는 점에서 의미모를 괴랄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의 진공 막장 상태는 이미 [데스노트]에서 구현된 바 있지만, 그건 너무 대결에 치중한 나머지 허무맹랑하게 끝맺은 편이라. 다만, [아인]은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질문을 던져볼만한 타이밍이 아직 늦진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흥미롭게 보고 있는 거죠.

바로, 사토가 세상에 없었다면 (혹은 개입하지 않았다면)
나가이가 테러범이 되었을 거다라는 점입니다.

나가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인임을 들켜서 정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은 사토의 개입으로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이후에 친구의 도움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았을 것 같아요. 나가이가 친구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슬쩍 빠져나갔고, 결국 이로써 사토를 만나 인생이 꼬이지만, 굳이 사토가 없었더라도 나가이가 연구소로 보내졌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신야 사태와 비슷한 국면에 처하게 되거나요.

과거에 신야 사태가 있었다는 점은, 정부의 아인 진압에 대한 조심스런 행동과 태도에 대한 개연성을 확립하기 위해서인 것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확히는 강경하지 못한 태도.) 우선 나가이도 플러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었고, 친구와 도주 중인 상태가 신야의 상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있습니다. 만일 사토가 없었다면 나가이는 평범한 세상을 박탈당한 증오심 혹은 절망감으로 플러드를 일으켜, 신야 사태와 비슷한 참살 사태가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가이가 위험인물이나 테러범이 되지 않았을 지라도,

사토의 그 사이코패스적 성격이 테러를 일으켜, 나가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거래를 정부 측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가이에게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게 됩니다. 나가이의 삶을 꼬아놓긴 했지만, 교통사고가 필연적 사고였다는 점에서 결국 도주 상황은 나가이에게 불가피한 일이었을 테니까요. 결국 사토라는 문젯거리가 있어야 나가이는 정부와 거래를 해서 정상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가 성립되면...

이 작품은 심히 괴랄해집니다.
필요악에 대한 이야기가 [데스노트] 때보다 더 심히 꼬이는 겁니다.
아니, 그 작품이 못했던 것을 해낼 수도 있을지 모르죠.

다만, 나가이가 플러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물임이 정부에 알려진 상태에서 나가이가 사토를 완전히 무찌른다 쳐도 정상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도 중요한 접점이 됩니다. 저긴 아인이 인간취급 못받는 세계관 아니던가요. 고로 어떤 일과 부조리가 일어나도 당연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겁니다. 아키라식 결말로 끝날 수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세상은 똥이야 똥 오줌발사" 식의 부정론보다는, 정말 사람의 정의를 뒤흔들 수 있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아인]이 인기 있어야 거기까지 가볼 수 있는 건데, 지금은 마이너하잖아요? 안될 겁니다. 더 안나가고 그냥 여기서 끝날 거에요. 제 생각에, 아인 팬들은 저 세계관에 아인 인구비율만큼이나 희박하다 봅니다 (...) 수요가 거지같은데 관리위원회도 공중분해될 거라고.

뭔가 또 눈물이 나네요.
이 괴랄한 취향은 여전히 대접 못 받는 것 같아요.









PS.
다만 [아인]을 정작 보시면 그런 질문은 하나도 안 합니다. 그냥 작중 인물들이, 나가이 인성이 쓰레기 같고 능력은 존나 엄청나다는 언급만 할 뿐이죠. 제 생각에 [아인]이 인기있었어도 그냥 [데스노트]처럼 전략물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등학생을 특수요원으로 투입할 개연성이 충만한 또 하나의 작품으로 남았을 거라구요.

합법적 고등학생 특수요원이라구요! 아직 아인에 대한 설정이 구체화가 되지 않아서 판타지 속성에 속하긴 하지만, 테크노 스릴러가 되고 싶어하는 성향을 슬쩍슬쩍 내비치는 걸 보면, [아인]은 고등학생 특수요원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일지도 모릅니다. 왜 하필 고등학생이냐 물으신다면 이고깽물더러 왜 고등학생이 이세계에서 깽판을 쳐야 하는 가라는 물음도 같이 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아인은 인간취급도 안하니 인권은 개나 준 상태고, 거기에 주인공은 정부와 거래를 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임무는 수행해야 하고, 주인공이 잡는 인물은 아인이라 죽이든 말든 윤리적 문제에서 해방됩니다. 거기에 주인공도 죽지 않기 때문에 정부측에선 이 녀석을 요원으로 써도 윤리적 문제에서 해방됩니다!



이런 연유로 전 일본이 대단한 변태성을 지닌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틴에이저 군대놀이를 만들어버린 [메이즈 러너]보다 더 영리하잖아요.
아님 내가 변태의 심연 바라보다 내가 변태가 된 걸지도 모르죠.
...이젠 모르겠군요.










PS2.
여전히 유튜브를 돌지만 아인에서 제가 매료되었던 그 배경음악은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다들 타이틀 음악이나 오프닝, 엔딩을 올렸더군요. 저는 또 소외감이 듭니다. 저는 늘 이런 쓸데없는 남들 별로 안 좋아하는 것에 꽃혀서, 하루 온 종일 그걸 찾으러 해메곤 하니까요. 그러니 매일마다 덕질이 힘들어요. 인기가 없는 것만 꽂혀서, 내 스스로 파고 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입니다.
소스찾기가 한층 더 버거워요.

이런 제 취향 중에 [시스템쇼크2]가 요즘 많이 알려져서 이젠 그것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 관련해서는 덕질 충분히 했고 관심사가 옮겨진 지 오래라서...

덧글

  • Megane 2018/02/23 05:03 #

    음...저는 예전에 료나물, 고어물 등을 즐겼었습니다만, 쉽게 심연에 빠져들지는 않게 되더라구요. 결국 남은 것은 개그...(어이어이)
    하여튼 재미있는 걸 누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합니다. 타인이 재미를 못 느끼건 아니건 그건 뭐 결국 개인의 의지일 뿐이고, 재미있는 걸 재미있다고 하는데 보태주는 것도 없는 닝겐들이 뭐라고 해봐야 쓸데없는 짓일 뿐입니다. 가상과 현실을 구분도 못할 정도면 모를까...
    그리고 일본문화는 대부분 바탕에 역사적 위서나 근거를 알 수 없이 날조된 역사도 엄연히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풍성한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뭐 당연히 성문화도...허허허.
    변태가 뭐 어떻습니까? 당당하게 변태신사가 되시는 겁니다.(엥?) 우리나라 문화도 자세히 뜯어보면 괴랄한 거 의외로 많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2/23 13:14 #

    1. 농담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2. 재미를 쫓는 거나 적은 취향의 재미를 쫓는 것이 잘못이고 대우를 잘 못받는 현실을 까려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딱히 그렇지도 않고요. 그저, 취향들이 너무 작고 세밀해서 커뮤니티가 제대로 형성이 안되니까 불평하는 겁니닼.
    3. 저는 문화나 역사를 고발하고자 쓴 게 아니라 아인의 독특한 선악구도를 드러내고 싶어서 쓴 거...
    4. 변태라고 위축된 적은 없지만, 사회에서 대놓고 '나 변태요'라고 말하고 다니면 대다수는 발언한 사람을 이윤택 씨 급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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