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스 엣지를 다시 해보다 └ 액션/슈팅





_고전게임
제가 초딩때는 컴퓨터 사양이 좋지 않은 환경이라 온라인 게임보다는 도스게임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 다시 주로 90년대 게임, 어벤던웨어 게임들을 했었는데, 당시가 한... 2000년대 초중반이었는데 90년대 초중반의 게임이 고전게임 취급을 받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98년, 99년 게임도 고전게임으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고작 몇년 지나지 않은 게임이었는데요. 왜냐하면 밀레니엄 전후일 뿐 아니라 그 전후로 3D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된 바람에 90년대 게임이 급속도로 촌스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게임을 만난 것은 2011년도 입니다. 당시 엔딩보고나서 할 거 없어서 스팀 라이브러리에 쳐박아 두었었죠. 당시 저는, 이 게임의 버그나 멀미요소, 길찾기 요소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클리어 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엔 참신한 시도였고 깔끔한 분위기의 사이버펑크는 드문 광경이었기에 희소가치가 높다고 평가했었습니다. 현대 게임적 요소인 복합적 컨트롤과 고전게임적 요소인 스코어링 (스피드러닝) 이 결합된 형태라, 보기엔 게임같지 않지만 정작 해보면 게임다운 느낌이 참 묘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이 게임을 2018년인 오늘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미러스 엣지]란 고전게임을요.










_러닝 어드벤쳐

이 게임의 코어는 프리러닝액션이지만, 저는 어드벤쳐적 요소가 사이드로 배치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발력 뿐 아니라, 맵에서 자기가 갈 수 있는 곳을 눈여겨봐야 하는 인지능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어드벤쳐에서 배경의 특이점을 발견하여 아이템을 찾는 픽셀 헌팅과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드벤쳐와 같다고 보는 거죠. 보통은 가야할 방향을 바라보는 키와 러너 비전으로 길을 찾을 수 있지만, 가끔씩 못 찾고 헤맬 때가 많습니다. 그 부분이 바로 유저의 창의성을 테스트하는 구간인데, 여기서는 페이스의 보유능력과 레벨에서 돌출된 부분을 (특이한 부분) 조합하여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은 인벤토리에서 자신이 보유한 아이템을 맵의 특이점에 꽂아보며 정답을 확인해보는 어드벤쳐의 요소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뭐든 비슷하게 보면 다 똑같이 보이긴 합니다만

다만 어드벤쳐 게임은 보통은 시간 요소 없이 느긋히 정답을 찾아나서게 만드는 형식을 취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제한이 있거나 쫓기는 요소가 있으면 긴장해버려서 (노르 아드레날린 분비) 뇌가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거든요. 그래서 유연하거나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로 정답을 도출해야 하는 어드벤쳐 게임에서 사망요소나 시간 제한 요소를 되도록이면 넣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미러스 엣지는 시종일관 적들에게 쫓겨야 하는 상황이라 인지력을 최대한 빠르게 발휘하여 오르거나 시련을 통과하는 데 도움을 줄 주변 사물을 캐치해야 합니다. 근데 위에 썼듯이, 시간이 촉박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굳습니다. 고로... 이 게임 자체는 부정맥으로 이뤄진 셈입니다.

다만, 어드벤쳐 요소는 어디까지나 사이드 요소입니다. (사실 플랫포밍 요소라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 플랫포머를 액션 보다는 어드벤쳐 게임으로 인식하는 유저들도 꽤 있습니다.) 이 게임의 코어는 프리러닝 액션이며, 스코어링이 최종목표입니다. 힘들면 게임오버와 상관없이 차근차근 해결법을 찾아가면 되고, 해결법을 찾았다면 그 다음은 해결법(코스)을 외워서 스코어링에 도전하는 게 목표가 됩니다. 저는 이것을 어드벤쳐 게임의 1회성 한계를 "멀티엔딩" 요소없이 해결했다고 봅니다.









_플레이타임

적은 플레이 타임이 꽤나 문제가 되곤 했는데, 저는 이를 반반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로 플레이타임은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게이머가 이 게임 10시간 했다는 게임도 누군가는 4시간 안팎으로 클리어하는 일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멀티엔딩이 있는 게임이라도, 하나의 해피엔딩을 보고 다신 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한번 엔딩을 보는데 3시간이 걸리는 게임이고 다회차적 요소가 없지만, 해당 게임이 가진 타격감이나 요소가 좋아서 나중에 다회차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러스 엣지] 엔딩을 보면서 사실, 이 게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이런 시스템에서 뽑아낼 수 있는 레벨디자인적 요소를 다 뽑아봤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추격, 저격, 보스전, 지하철 지붕타기 등등 여러가지 경험적 요소를 시도하기도 했고, 플랫포머 게임의 레벨디자인적 요소의 끝인 반박자 타이밍 요소가 마지막 레벨인 The Shard에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더 늘어지면 사족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당시 가격을 생각해보면 플레이타임에 불만을 가졌던 유저들의 심정이 이해가긴 합니다. 저야 2011년에 세일해서 인디게임 가격, 영화 한편 볼 가격에 샀지만, 당시는 정품 가격이었을 테니까요. 희소가치와 시도성은 칭찬할 만 하지만 가격 대비 다소 부실상품처럼 느껴질만도 한 겁니다. 경험적 요소는 좋지만 그것에 시너지를 발휘시킬 스토리텔링과 연출, 플롯이 부족하기도 했구요.










_멋진 배경

당시엔 상당히 독보적이었던 게, 보통 도시를 그려도 폐허나 아니면 전쟁중이거나, 아니면 피폐하게 그리는 게 보통이었거든요. 상당히 전투적으로 보여야 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이렇게 평화스럽고 맑은 하늘을 액션게임에서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덕분에 스피드러닝상태가 아니라면 하늘에 비행기 떠가는 것을 보거나 도시를 잠깐 구경하기도 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이 게임은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를 띕니다. 사이버펑크 주제를 담았는 지의 여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이버펑크가 기술에 대한 회의를 과장시키는 장르인데, 스페이스 오페라라도 기술에 대한 회의를 주제로 담을 수 있고, 보통의 사이버펑크가 기술에 대한 회의를 넘어 존재론적 회의까지 넘어가기에 존재론적 회의를 주제로 담아야 사이버펑크다라고 말하는 골수팬들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사이버펑크라고 말한다면, 이 게임은 유일하게 밝은 느낌의 사이버펑크 배경을 지닌 셈입니다. 세계관은 결코 밝진 않지만, 배경 자체는 칙칙하지 않고 밝고 깨끗합니다. 사실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보통의 사이버펑크처럼 배경을 어둡고 쓰레기들이 날려 지저분한 그래픽으로 그려놓으면, 게이머는 수많은 쓰레기 오브젝트에 묻힌 진짜 오브젝트를 (정확히는 유저가 이동할 수 있는 오브젝트)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깨끗하게 도시를 꾸며놓고, 약간 결벽증적인 분위기를 깔아놓으면서 빈부격차와 계급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배경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것이죠.

확실히 도시 배경인데 대체로 깔끔하고 밝으니 보통의 게이머는 의아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여기서 뭔가 결벽증적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죠. 의문이 생기는 순간 관심도 시작됩니다. 관심이 드는 순간 비주얼과 게임성 뒤의 숨은 사정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죠.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거기서 시작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미러스 엣지]의 스토리텔링을 칭찬하는 것 같아보이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문제는 '그거 뿐'이라는 게 문제고, 정작 텔링하고자 하는 스토리도 별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서요.

아무튼 딱 제 마음에 드는 배경이라 (세계관 말고) 이런 배경으로 게임이 하나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미러스 엣지] 시리즈 말고요.






_정리
여러모로 참 미묘하고 생각을 많이 들게 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분명히 새로워요. 하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이 게임의 부족함과 신선함을 두루 보면서, 늘 게임이 신선해야 하는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요소를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하는가의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미러스 엣지]가 잘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닙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최선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시도도 해볼 수 있었어요. 다만, 그들 엔진문제나 시스템 상의 문제로 타협점을 낮게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건 새로운 시도에 익숙하지 못해서 간소한 레벨디자인을 내놓은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 자체가 능숙하지 않아 생긴 문제였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뭐 길어지니까, 이에 대한 판단은 유저분들에게 맡깁니다.
저는 그냥 더이상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덧글

  • Megane 2018/03/02 14:32 #

    동생이 사와서 플레이하는 걸 보고 재미있나 싶어서 도전했다가 제 손이 액션에는 저주받은 손이란 걸 다시금 깨닫고 구석에 웅크려서 구경만 했던 기억이...ㅠㅠ
  • 로그온티어 2018/03/02 15:14 #

    상당히 어렵죠. 저도 늘 이거 할 때마다 힘들어요. 하지만 배경과 분위기가 너무 독보적이라 시간이 지나면 또 하게 되는 이상한 게임이에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