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로스 └ 호러/미스터리





"지금 올림픽은 어디로 가는가."

아카데미를 경악케 한 장편 다큐 수상작. 간단히 소개하자면... 처음에는 '에이' 하지만, 볼 수록 경악하게 되는 그런 타입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미 알려진 일들을 다큐멘터리화시킨지라, 사실을 아는 분들은 충격과 감동이 덜하겠지만요. 세부 장르를 쓰지만, 고발물입니다. [시티즌 포]와 같은 작품이죠.



처음에는 감독이자 화자인 브라이언 포겔이 그레고리에게 연락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포겔은 도핑테스트에 대한 고발 다큐멘터리를 준비중이었는데, 러시아에서 도핑 테스트를 진행하는 연구소장이자 소치 올림픽에서 도핑테스트를 맡았던 그레고리가 이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이죠. 둘은 함께, 세미 프로 자전거 대회인 Haute Route 자전거 대회에서 도핑테스트를 속이는 방법으로 도핑테스트를 속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여기서 다양한 배경의 코스를 자전거로 질주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배경과 선수들의 구도나 장면 자체가 꽤 멋지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자전거 경주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ㅁ-;;)

도핑 테스트 위조에 성공한 이후, 고발 다큐멘터리를 단순한 화상 인터뷰로 진행하려던 둘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반도핑 위원회인 WADA가 러시아 도핑 테스트 위조 사실에 대한 수색을 강행하게 되었고, WADA와 러시아가 모든 진실을 알고있는 그레고리를 노리게 된 겁니다. 그레고리는 점점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면서, 포겔에게 잘못하면 러시아 FSB(KGB)에게 죽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결국 그레고리는 러시아 탈출을 시도합니다.



맥락은 [시티즌 포]와 같지만, 저에겐 [시티즌 포]가 지루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이전에 본 비슷한 고발물인 [제로 데이즈]의 여파가 너무 커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어요. [시티즌 포]가 주로, 고발뿐 아니라 스노든에게 가해지는 신변의 위험을 통해 스릴을 유발하는 작품이었다면, [이카로스]는 그레고리 개인의 드라마가 커진 스케일과 융합되어 풍부하게 재밌는 편입니다. 그레고리 박사의 성격이 은근히 재밌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가끔 슬로우 페이스 영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이나믹한 상황도 이어집니다. 솔직히 방사능홍차가 러시아 놀리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스노든을 변호했던 실력있는 변호사도 위압감에 변호를 그만두기도 합니다. 소치 올림픽 당시 도핑테스트 결과 위조와 선수에게 약물을 주입한 사실을 고발하는 내용이 주가 되기에 스케일이 무척 크기도 하구요.



사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선수 약물 투입 의혹은 흔히 이야기되었던 주제였기 때문에, [시티즌 포]나 [제로 데이즈]에 비해 그렇게 파격적인 고발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 저럴 줄 알았지'라고 생각할 것이 '진짜네.'로 바뀌는... 그 정도의 감흥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쨌건 보시고 나면 앞으로 올림픽을 그저 순결하고 멋진 잔치로 볼 수 없을 겁니다.

제가 이 다큐에서 맘에 들었던 점은, 다큐멘터리 자체가 단순 고발로 향하지 않고, 고발자인 그레고리의 드라마에 치중했다는 겁니다. 고발의 정도와 스텝을 밟아나가는 구성도 그의 생각 (정확히는 그가 좋아하는 [1984]의 명대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 연결되어 있어서 어수선하지 않고 방향성을 잡으며 나아가는 게 참으로 신묘합니다.

조국인 러시아의 공공의 적이 되고, 가족마저 따돌림당하는 상황에서 저같은 소심한 관객은 그레고리에게 물을 겁니다. "대체 왜 그랬어요,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가족도 무사하고, 당신도 계속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당신의 지위도, 명예도, 자본도, 안전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대체 왜."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대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PS.
[이카로스] 다큐멘터리에서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도핑 테스트 위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