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영화광





오토바이를 타던 남자는 수상한 인기척에 뒤를 돌아본다. 그 곳에는 무언가 달려오고 있었는데, 뭔가 확실하게 보이진 않는다. 남자는 뒤돌아보기를 포기하고 정면을 바라본다. 그는 기어를 한 단 넣는다.



그러나 분명히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안경을 쓴 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어깨에 모든 것을 짊어진 듯한 그는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며 술집을 찾아낸다. 아주 조심히 술을 주문한 그는,



술에서 그것과 눈이 마주친다.



다시 비슷한 시각, 여자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보드를 타고 달린다. 자유로워 보이는 그녀는 그렇게 굴다리 아래로 향한다. 그곳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러자 검은 형체, 늑대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늑대를 피해 도망치던 여자를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도와주고,
안경 낀 사내가 갑자기 나타나버리는 바람에 오토바이를 급하게 돌리려다
사고가 난다.



사고 끝에 도망칠 수 없게된 이들.
결국 누군가가 맞서기 위해 늑대를 향해 달려간다.

그 끝은 어떻게 될까.
승리인가,
패배인가.


그건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이미 늑대들에게 눈도장을 찍힌 그들에겐 자신의 행동의 결과와 싸우는 것 이상의 미래는 없다. 그들은 그저 담배를 피우고, 술 한잔을 걸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 했을 뿐이지만, 늑대들은 그들을 노린다.

그들이 학생이라서 그런 걸까? 그건 모른다. 다만 그렇다면 늑대는 학생이 그러면 안 된다는 내면의 자의식이 만든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릇된 행동으로 그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러 온 순결주의자들을 상징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리숙한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위협을 대상화시킨 것일까?

그렇다면 늑대는 자신의 자의식이 만들어낸 허상인가,
아니면 자신을 파멸시키는 생각의 근원인가.

그리고 깊게 파고들면 모두 정답이라는 역설이 일어난다.

이렇게,
흑백으로 그려진 거칠면서 유연한 작화는
기이한 손놀림과 주제의식을 가지고
인간을 잡아먹는 늑대를 재조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