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4f └ 액션/슈팅

당시엔 혹평이 자자해서 안 해봤고, 앞으로도 안 할 생각이었는데
스팀이 거절하지 못할 거래를 제안하길래, 사버려서 뒤늦게 해봤습니다.

일단 초반이고, 많이 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레벨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스템을 알아가는 중이었어요. Custom으로 난이도 옵션이 들어간 것이 좋았습니다. 난이도 옵션중에는 챕터 세이브 옵션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납습니다. 챕터가 긴 줄 모르고 챕터 세이브 불가 옵션 걸었다가 20플레이하고 거의 끝에 걸려버려서 치를 떨며 다시 시작했거든요. 그러니 엥간하면 이 옵션을 택하지 마세요.

씨프 치곤 난이도가 쉽다던데 저는 이 게임 난이도를 씨프1이나 3와 비슷하게 봅니다. 스텔스킬을 능동적으로 써먹냐 배제하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건 똑같습니다. 이번 편도 주인공의 유리한 능력을 배제시키고, 스텔스킬을 자율적으로 줄이면 난이도가 오릅니다. 이전처럼 도전을 강제시킨 게 아니라 그냥 유저의 선택으로 열어둔 겁니다. 물론 메인 과제로 박아둬서 타이트하게 잡고 끌고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레벨은 그렇게 플레이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이렇게 유저 입맛대로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제는, 킬이나 전투를 하라고 권장하는 도전과제가 문제죠.
그것도 스팀 과제가 아니라 게임 내 도전과제로 박아놨으니, 원.

우선 퍼즐요소가 없는 게 좋았습니다. 클리어를 위해 레벨을 다시 구석구석 외우고, 새로운 장치들 조정하는 법도 배울 필요가 없어서 (어드벤쳐적 퍼즐요소) 스텔스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겁니다. 원작은 비밀장소로 가는 문을 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어드벤쳐적 성격이 짙었는데, 적들의 경비가 촘촘하기에 돌아다니고 조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그래서 도전보다 파고들고 레벨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되는 게임이었는데, 저는 그 점이 조금 불편했거든요. 일단 여긴 그런게 없습니다.

레벨디자인의 심오함과 파고들 구석이 적은 게 아쉽습니다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작부터가 잘못된 거에요. 중소규모 개발팀이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게임 시리즈를 AAA급으로 포장하려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요. 편의성과 보편성을 위해 실험적인 디자인들을 대폭 감소시킬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게 씨프의 매력이었으니까요. 저는 화려한 씨프보다는 투박하지만 개성있게 나가는 씨프를 보고 싶었고, 대다수의 팬들도 그걸 원했을 겁니다.

스토리는... 미리 읽어봤는데 괜찮았습니다. 일단 명맥은 잇는 스토리에요.

1편은 트릭스터
2편은 해머단
3편은 이 두 종교를 저울질하며 균형을 잡았던 키퍼

이렇게 씨프에서 안 까인 단체는 없습니다. 씨프는 늘 하나하나 까고 보면서 모든 것을 중립적으로 보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방향이 개럿으로 옮겨졌을 뿐입니다. 3편에서, '트릭스터와 해머단을 저울질하는 키퍼가 과연 문제없는 단체일까?'란 질문을 하며 나아가는 측면이 좋았던 것처럼, 이번에 주인공에게 던져진 화두가 맘에 들었습니다. 개럿이 매번 얼떨결에 세상을 구했기에 묻혀진 질문인 개럿 내면의 도전욕구와 탐욕에 관해 되짚어 보는 겁니다.

다만, 씨프4가 나올만한 작품이었는가라는 질문에 관해서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럿이 옳으나 아니냐에 대한 질문은 재밌는 화두지만 그냥 팬픽으로 끝낼 만한 깊지 않은 화두니까요. 문제는 씨프4가 스워드앤소서리와 D&D의 스테레오타입 세계관을 매우 비꼬아서 내놓은 씨프 세계관을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AAA급 그래픽으로 씨프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없어지고요. 애초에 씨프가 그려왔던 세계 자체가 아니니까. 다만 씨프를 시네마틱과 정교한 애니메이션으로 꾸머진 연출로 볼 수 있게 되었다라는 점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게 씨프 시리즈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이었는가라고 말하면 그건 아닙니다.

AI문제나 버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원작의 다크 엔진도 문제투성이인데, TTLG의 열렬한 버그수정과 (자기 손에서 떠난 작품임에도 패치를 이어갔었음.) 유저가 추후에 버그수정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변한 거니 이것도 전통이라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 씨프3도 문제가 많은 작품이었지만 이거도 추후에 유저가 패치하면서 나아진 사례고요. 그래서 짜증나지만 그다지 할 말이 생각 안 나더군요;

일단 뭐... 그런 작품입니다. 씨프 게임 특유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그냥 Styx로 만족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PS.
이제 이 문제제기도 끝났으니 다음은 없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씨프는 이제 필요없습니다. 이미 다른 게임들에 영향을 미치면서 씨프스럽거나 더 나은 게임들은 상당수 나온 상태고, 개럿을 고찰해보는 스토리로 이번 씨프4는 막을 내렸어요. 더이상 할 일은 없는 겁니다. 씨프의 명맥은 Styx가 잇고 있으니, 더 할말이 없죠. 진심, 팬으로서 이제 씨프는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역사속에 보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낫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