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들리 프로모니션 └ ADV/퍼즐





호구처럼 보이시겠지만 호러게임입니다


저는 어드벤쳐 게임에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굳이 나누지 않아도 어드벤쳐라는 큰 틀로 봐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형태를 나눈 이유는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장르적 개념이 모호해질 수 있고, 게임의 가치도 유저가 찾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나눈 겁니다.

하나는 구조형입니다. 구조형은 유저가 배운 것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만든 디자인형태를 말합니다. 디자이너가 규정해놓은 기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게임 속 세상과 소통하고, 소통하면서 받는 피드백을 통해서 게임 속 세상에 대한 감흥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론 길버트가 이런 걸 되게 잘하죠.

하나는 장식형입니다. 장식형은 게임의 구조나 시스템적 활용에 화학식을 두지 않은 게임입니다. 대신에 배경적 특성과 키치적 연출로 심상에 집중한 편입니다. 탐험과 심상에 대한 피드백에 집중하여 독특한 세계를 구성하여, 유저의 탐험 욕구를 자극하는 게임. 말 그대로 미술관같은 게임이죠. 한때는 이런 형식으로 섬을 탐험하는 관광게임이 나오기도 했고, (오래되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군요) 초현실주의적 게임인 [블루 아이스]나 형이상학 + 구성주의 게임인 [이사벨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이후에는 워킹 시뮬레이터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데들리 프로모니션]은 구조형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식형 게임입니다. 구조형 어드벤쳐 게임의 대명사들을 끌고 왔지만, 디자인적으로 전혀 깊게 들어가지 않거든요. 활용도 그냥 구조형 어드벤쳐 게임들이 하는 것 중에 가장 기초적인 것들만 끌고 들어갑니다. 모든 시스템 활용도가 표면적이고 아마추어적이에요. 가끔은 특정 게임에 심취한 유저가 직접 개발자가 되어 가볍게 만든 플래시 게임을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레벨 플로우도 없고 아이템 배치 상태도 개연성이 없어서 획득에 있어 성취감이 없지만, 게임이 품어내는 분위기 하나 만큼은 기이하게 독창적인 팬 플래시 게임이요.

미드의 클리셰나 B급 영화의 클리셰에 일본식 강조적 연출 기법을 뒤섞어낸 키치의 극한에 달하는 연출들이 담긴 컷신이 너무 과도해서, 게임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에 집중할 수 없는데, 이것은 심각해지지 말고 키치에 집중하라는 제작진의 의도입니다. 주인공인 요크가 자크에게 계속 말을 거는데, 눈치채신 분들은 자크가 유저를 돌려말한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겁니다. 제 4의 벽을 뚫어버리며 "게임 스토리에 집중하지 말고 우리들이 정교하게 설치해 놓은 키치적, 배경적 요소에 집중하라"고 계속 훼방을 놓는 거죠. (약간 스다 고이치 게임 냄새가 났는데, 이 게임에 스다가 손을 댔다는 사실을 알아주실 분에게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로그온티어가 직접하는 '칭찬'이요. 말하지만 저는 칭찬에 인색합니다. 뭐래)





붕뜬 듯한 그래픽은 [절체절명도시] 이후에 간만에 보는 그래픽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일본 3D어드벤쳐 게임에서 보던 그래픽과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욕이 아닙니다. 일본에서 만들었던 어드벤쳐 게임들이나 중소기업에서 만든 그런 세밀함이 없는 그래픽은 그것 나름대로의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밀함의 매력이 없는 게임 그래픽은 생략적인 느낌을 주지만 핵심적 요소(이것은 나무, 저것은 노트북, 저것은 건물...)를 표현하기 때문에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꿈이 묘사가 매우 생략적이니까, 본 그래픽의 생략성이 그것을 연상해시케 되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게되는 겁니다. 거기에 채도 낮은 톤을 유지해서 이 부분은 가속화 시켰습니다.

최적화 문제가 있다는 게 문제죠. 별 거 아니어 보이는 그래픽이지만 프레임이 뚝뚝 떨어집니다.



컨트롤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게임과는 다른 컨트롤을 가지고 있기에 당황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개념적인 건 아니라서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메뉴나 인벤토리 등의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문제입니다. 어차피 GUI가 중요한 게임도 아니니 적당히 만들어두어도 상관없었을텐데, 살짝 비꼬아 놓은 게 무지 불편합니다. 특히 창고개념. 아이템을 PUT했는데 인벤토리에 있고, 아이템을 TAKE OUT했는데 창고에 박혀있길래 헷갈려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창고를 안 썼습니다(...)

타격감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좀비 죽일 때 챙! 하고 귀에 박히는 효과음에 놀랐습니다. 뭔가 붕뜬 [데들리 프로모니션]의 음향효과 중에 제일 좋았어요. 다른 게임보다 확실하게 박히게 표현한 걸 보면 이 사람들이 아예 기술력이 없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은 여기에 제일 공을 들였거나요.

생각해보면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는 달리, 좀비가 나타날 때 "나타났다" + 좀비가 죽었을 때 "죽었다"는 것을 표현하는 음향을 깔아줘서, 그래서 뒷치기를 당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도전적이진 않지만, 애초에 전투에 집중하는 디자인도 아니고, 말 그대로 장식형 게임이니까요.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레저나 탐험요소가 은근히 많으니, 독특한 무드를 잡아주는 세계를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유저에겐 딱 좋은 게임입니다. 다만 [바이오 하자드]나 [사일런트 힐]처럼 무드만 왕창 잡지 않고, 게임 디자인으로도 충실히 진전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는 이 게임을 싫어하게 되실 거에요.













PS.
초반에 진행안되는 버그가 있습니다
메뉴보다 게임이 멈추는 버그가 있습니다
디렉터즈 컷을 사셔도 이 버그들은 피할 수 없으십니닼
인터넷 포럼에서도 절망중인 유저가 많습니다.
DP패치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 사지 않으시는 게 (...)

PS2.
형식이 매우 독특한 느낌을 줘서, 미국드라마로도 나왔으면 좋겠는 게...
아마도 [트윈픽스] 와는 다른 포지션에 위치하게 될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요크 역엔 비싸더라도 제이크 질렌할.
왠지 너무 어울릴 것 같아서.

덧글

  • G-32호 2018/05/03 23:20 #

    그래픽에서 사일런트힐 구버전 느낌이..
  • 로그온티어 2018/05/03 23:46 #

    그 느낌도 들지만, 정확히는 PS2 후반기 시대의 그래픽 느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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