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너츠 └ 액션/슈팅





사람의 정신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펼친다는 내용의 게임입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하드코어한 게임입니다. 정확히는 유저가 플레이하는 부분에서의 하드코어함 뿐아니라, 게임 디자인적으로도 상당히 하드합니다. 특히 추상적인 테마를 게임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을 해낸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의 정신을 다룬다는 점에서 심오할 듯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은 의외로 밝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떠올리시면 편할 겁니다. [슈렉]이나 [몬스터 대 에일리언]처럼 아기자기하지만 블랙코미디스런 면이 다소 섞여있고, 거기에 참신한 아이디어도 가미된 겁니다.

한편으로, 황당하고 과격하지만 유쾌한 설정을 게임플레이에 녹여낸 점이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게임 플레이의 클리셰와 그를 위해 만들어둔 설정과 복선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복선 회수와 활용도도 괜찮은 편입니다. '아, 이렇게 써먹을 수 있구나'라는 아찔한 깨달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이코너츠]의 경우, 최후 결말 부분에 이 특징이 잘 살아있고, 그래서 이 게임의 결말부는 제가 플레이해 본 최종결전 중에 3위 안에 듭니다. 말하지만 저는 성질이 까탈스러워서 그 3위 안에 [하프 라이프] 시리즈와 [바이오쇼크] 시리즈와 [디스아너드] 시리즈, [다크소울]도 3위안에 안 넣습니다. 그런 3위 안에 이 게임을 넣었으니...

다만 기획자인 팀 샤퍼분이 어드벤쳐를 기획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레벨의 개념이 좀 모호한 편입니다. 어드벤쳐 기획자 특유의 작가주의적 성향 덕택에 게임의 성취보다는 스토리도 중요시하는 편이 간간히 있습니다. 그래서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스토리를 따르는 오픈월드라서, 스토리에 따라 레벨이 개방되는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때문에 레벨 탐험을 중단하고 스토리에 따른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것도 흐름의 변주라면 변주일 테지만, 중간에 흥미진진하던 걸 꺼버리고 다른 전개를 보여주는 건 좋은 시도는 아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토리보단 모험을 하기 위해 이 게임을 시작한거고, 게임도 그를 위해 수집적 요소를 배치한 편인데, 되려 게임이 스토리를 위해 제 할일을 중단하는 모양새처럼 느껴지거든요. 간단히 말하자면, 똥을 싸다 중간에 끊어버린 느낌이랄까.

다만 그 작가주의적 성향 덕에 게임 역사상 본 적없을 특이한 레벨들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구획마다 다른 중력이 적용되는 공간과, 핏빛 고깃덩이와 서커스 요소가 섞인 세계 등등. 각 레벨들이 독창적인 배경을 지닌지라 펀하우스를 게임으로 옮긴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더 흥미진진한 점은 펀하우스처럼 그냥 찾아보는 요소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그 배경적 요소와 상호작용하며 레벨을 풀어나가는 매력이 있단 겁니다.

본 게임은 주인공 레즈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숨겨진 문제들을 고쳐나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각 레벨에는 레즈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가 있지만 그 오브젝트의 외형이나 성질은 각 레벨 별로 다릅니다. 맥락상 레벨은 한 캐릭터의 내면을 형상화시킨 것이 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과 맥락을 강화하기 위해 오브젝트들도 따로 그려준 셈입니다. 때로는 그를 넘어서, '기능'을 달리 하기도 합니다. 레즈의 A기능이 1레벨의 오브젝트A에서는 A효과를 보지만 2레벨의 오브젝트A에서는 B효과가 나타는 겁니다.

여기서 '사람의 마음을 탐험하고 이용하고, 고친다'는 설정을 강화하기 위해 어드벤쳐적 요소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따라서, 이 게임은 퍼즐적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드벤쳐'는 종종 작가의 논리에 휩쓸려 대다수가 생각하는 맥락의 흐름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드벤쳐적 요소가 과용된 [사이코너츠]에서 이 문제가 두드러지곤 합니다. 많이 해매게 되고, 어쩔 때는 개연성 없게 느껴져서 "이게 이렇게 풀린다고?!" 라며 황당해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플랫포밍 요소는 꽤 정교합니다. 플랫포밍에서 중요한 애니메이션과 컨트롤도 흠잡을 곳이 거의 없습니다. 패드로 할 때 그 진가가 더 크게 삽니다. 시작부터 어려운 플랫포밍 과제가 주어지고, 나중에는 복잡한 플랫포밍 중에 다른 일도 신경써야 하는 복합적인 행위로 난이도를 올리기에 하드코어한 특성이 살면서 정신없는 플레이가 이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죽으면 시작부터 돌아간다던가 아니면 중간 세이브가 불가능하다던가, 그렇게까지 심하게 몰아붙이진 않습니다.

수집적 요소가 좀 괴랄한데, Figment 때문입니다. 나머지 수집요소는 손에 닿기 어려운 곳에 있다는 개연성이 있지만, Figment는 유저가 이동할 만한 동선, 캐릭터의 심리적 상징 (aka 작가가 생각한 심리적 상징), 아무데나에 있기 때문에 다 모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만 생각하면 상관없는데 Figment는 종잇장 같은 충돌체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지 몸을 비틀어대면서 여기저기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종잇장같기에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면 Figment가 선처럼 보이거나 Figment가 거기 있음에도 시각적으로 보기 힘들어지기도 하고, 종잇장 같아서 먹기 힘들기도 합니다. 이건 해보시면 알 겁니다. 먹을 각을 예측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Figment는 플랫포밍에 대한 과제와 보상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플랫포밍과 겹쳐져 기이하게 난이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아니, 수집요소일 뿐인데 왜 난이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이 되냐' 싶겠지만

[사이코너츠]에서 수집요소는 곧 캐릭터의 레벨업이기 때문에 진행에 있어 난이도 하락을 위해서는 꼭 먹어줘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먹기 힘들어서 안 수집하자니 나중에 점점 더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수집하자니 수집 자체가 어려운 난제와 고뇌가 이어집니다 (...)

지금쯤, 레벨디자인을 먼저 이야기하기 위해 제가 이 게임 장르를 처음부터 언급하지 않았음을 신경쓰고 계실 겁니다. 근데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어드벤쳐와 플랫포밍, 추상적 주제를 완성하는 레벨디자인 요소 이외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근접공격 요소와 슈팅 요소도 있지만 기본기에 그치는 정도고, 플랫포밍 요소는 슈퍼마리오3D에서 부터 이어져 온 3D플랫포밍의 디자인의 정석을 비틀어낸 요소가 있기에 의미있게 보는 거지 그 이상은 없습니다. 메인은 확실히 론 길버트 특유의 블랙코미디에 있습니다. 레즈의 성장물처럼 보여서 슈퍼히어로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껍데기입니다. 사실은 60년대 뉴에이지와 정신분석학적을 시니컬함과 온정을 다해 그려낸 매우 삐뚤어진 작품이에요. 그 중심이 액션과 어우러지니 더욱 과격하게 비튼 모양새가 디었기에 이 게임이 의미가 있는 겁니다.

처음에 해볼 때는
그냥 저냥한 액션 어드벤쳐, 플랫포머물이라고 생각되지만
깊게 생각할 수록 의미심장한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이야기 하던 것 또 쓰는 거지만
후속작 나온다고 해서, 그 기념에서 올리는 포스팅입니다.

다만 후속작을 기대해서 쓰는 건 아닙니다.
저는 모든 게임들은 1편에서 소임을 다 했고 그 이상은 사족으로 보거든요.







PS. 제가 흥미있게 지켜보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제 개인 기준을 통해 리스트로 뽑은 올 타임 베스트를 언젠가 포스팅 작성할 건데, 이 게임은 그 리스트 중 하나에 들어가있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진짜 좋아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말하지만, 저는 호감도를 토대로 베스트를 쓰진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유의미한 점들이 많아서 말이죠.

PS2.
본 게임에서 제가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레벨은 Black Velvetopia, 결말 디자인의 완결성에 있어서 가장 좋다고 평가하는 부분은 Meat Circus, 가장 재밌는 레벨은 Waterloo 레벨로 꼽습니다.

다 설명하기 괴랄하니, 제가 가장 쓸 말이 많을 Black Velvetopia를 대표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과거의 실패와 자격지심으로 전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에드거의 심정을 레벨 내내 유저를 레벨의 처음으로 밀어대는 황소를 통해 유저가 그 절망감과 분노를 느끼게끔 만들어 줍니다.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아이디어죠. 황소때문에 대로로 나가긴 힘들지만, 곁에 나있는 미세한 골목길이 있기에 유저는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이동하며 골목의 끝자락에서 골목의 '상류'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상류로 나갈 때마다, 카드를 먹게 되는데 이 카드를 에드거에게 가져다 주면 에드거는 이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향한 카드탑을 쌓게 됩니다. 황소가 폭풍을 일으켜도 튼튼한 카드탑이요.

그리고 카드를 먹기 위해선 레슬러와 싸우게 됩니다. 레슬러들은 에드거의 자격지심으로 인한 억눌림, 자신에게로 향하는 분노를 상징합니다. 이런 레슬러들을 하나씩 제압하며 카드를 모으는 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자신의 생각을 도리어 눌러서 자신을 미래로 나아가게끔 만드는 성장을 은유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보스를 처리하고 나서 Black Velvetopia를 재방문하면, 이 레슬러들이 죽지않고 비밀의 정원이라는 곳을 가꾸고 있단 겁니다. 결국 이 억누름과 분노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가꾸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지만 오용하면 오히려 자신의 빛을 가리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고루 상징하는 셈이죠. [사이코너츠]에서 가장 심오하고 멋진 레벨로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딴에는 이게 너무 감동적이라서, Meat Circus에서의 레즈의 깨달음과 상징이 큰 의미가 있음에도 크게 다가오지 못했던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덧글

  • G-32호 2018/05/03 23:03 #

    은근히 인디스러운 물건이 감찰맛이 나는 일이 자주 보이죠
  • 로그온티어 2018/05/03 23:44 #

    이건 인디...라긴 좀 뭐함;;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