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링고 (2018) └ 코미디





총체적 좆망 코미디. 영화가 못 만들었다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상황이 워낙 막장이라서 그렇습니다. 물론 그냥 막장은 아니고 현실적인 막장이고, 자본주의 세계에 대한 클리셰를 과장시켜서 희극화시킨 영화입니다. 다만 많이 유치하진 않습니다. 희한하게, 현실에서 저런 일과 캐릭터가 없다는 거 아는데, 왠지 현실에서 볼 법하다는 느낌이 드는게,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작본이 뛰어나기 때문일 겁니다. 연출은 모르겠어요. 영화 연출 자체는 평범하거든요.

하지만 배우들이 영화의 재미를 캐리합니다.


[묘하게 사람 빵터지게 하는 저 억울한 표정]


데이비드 오옐로워는 극 중 주인공인 소인카처럼 나이지리아인인데, 그래서인지 그 특유의 억양을 효과적으로 써먹습니다. 이 영화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소인카가 괴성지르고 뭐라 주절거릴 때 마다 (중후반부에서 기도할 때 여지없이 빵터짐.) 묘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소인카가 순박했던 인물이라 보니, 거기서 오는 기이한 친근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샤를로즈 테론의 연기도 대단합니다. 그냥... 다른 의미로 대단해요. 영화 속 개그 핵심을 잘 짚어내거든요. 이건 직접보셔야 합니다. 약간 날끼있지만 사업인 답게 진중한 면도 또 없진 않은 오묘한 캐릭터를 밀고 나가기 때문입니다. 입이 걸은데, 욕을 또 맛깔나게 해서 종종 빵터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샬토 코플리가 중후반부에 등장해주시는데, (양념같아보이지만, 사실 극 중 중요한 주제를 거머쥐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분은 독특한 캐릭터성을 들고와서 중반부를 진짜 완벽하게 캐리하고 가주십니다. 근데 이 분 원래 교사셨다는데 수염하나 길렀다고 진짜 전직 특수부대원 같아져 버린 게 느낌이 참 괴이해요. 연기력인지 아님 전생에 전사셨는지;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친구도 아내도 배신을 때리고 직장도 잃게 생긴 한 남자가, 총체적좆망 현실에서 "나도 나쁜 일 한번 해보자"라며 탈선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탈선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서 예상치 못한 위기로 이어지고, 이 막장 상황에서 남자는 살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가 관건이죠. 확실히 답답한 영화는 아닙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묘한 청량감이 있어요.

주제가 딱히 있다면 착하게 살면 보상받을까라는 건데, 그건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참 묘하게 복선까고 회수하는 영화이기도 한데, 주절거리는 말들이 코믹하기도 하지만, 알고보니 복선이었고 알게 모르게 슬쩍 회수하면서 사람 놀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베드로와 유다 이야기에 결말의 복선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독특한 연출보단 탄탄한 각본에 의미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