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 호러/미스터리



괜찮았다. 서바이벌 영화가 할 수 있는 미덕은 다 갖췄고, 막판에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내내 위기감을 조성하다가 중반부터 위기와 극복 시퀀스를 몰아붙이는 전개방식이 좋았다. 시한폭탄들을 아주 사방에 집어넣고 세탁기 빨래 돌리듯이 한꺼번에 돌리는데, 아주 괜찮았다. 헐리웃 영화에서 선댄스 영화제가 좋아할만한 화법을 구사하는 걸 보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였다. 운치좋은 배경 아래 느린 화법은 선댄스 영화제 / 인디 영화 출품작에서 많이 보던 거였으니.

괴물 디자인과 걷는 모양새에서 킁킁... 쌍제이의 냄새가 난다... 클로버필드 떡밥 냄새가 난다고 해서 심히 걱정했는데, 원래 클로버필드 프로젝트였으나 제외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참... 헐리웃에서 나오는 괴물 영화는 거대괴물 아니면, 8~90년대 유행한 괴물들을 관짝에서 다시 끌고 오는 거 아니면, 클로버필드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아야 나온다는 기이한 현실이 괴랄하다. 요즘은 B급 테이스트가 잘 안 맞아서 에일리언1 같은 걸 기대하고 그런 것만 나온다면야 분명히 성공할 텐데, 잘 안나와주니. [라이프] 본 게 언제적인데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던 게, '가족'이라서. 요즘 공포영화에 가족 이야기 자주 넣던데 (생각해보니, 수화도 자주 보이는 것 같아) 은근히 그런 영화들이 성공하는 걸 많이 봐서, 제작자들이 그러라고 푸시를 하는 것 같다. 확실히 들어가면 흥행한다는 느낌이 든다. 실패한 영화가 거의 드무니까. 그런 걸 보면 오이디푸스니 엘렉트라니, 가족과 연관된 심리학이 단순 이론이 아닌 것 같다. 이게 이론일 뿐이었다면, 이 이론을 바탕으로 개연성을 확보한 각본의 영화들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기어이 호평을 받아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에밀리 블런트가 샷건 장전하는데, 왠지 [시카리오]가 생각났다. [시카리오]에서 막장상황에 단단히 빡돈 그 FBI요원이 철치부심해서 전면에 나서는 이야기라. 물론 이번 [솔다도]에 불참하셨기에 그럴 일은 없지만, 뭔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 [둠]도 생각났다. 둠가이가 아니라 둠걸이라니, 그거 핫하잖아. 전기톱도 좀 들어주고 그래야지,

자꾸 돌리며 툭툭 건드리며 이걸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당연히 맘에 안들었기 때문.

데우스 엑스 마키나 요소도 좀 별로였다. 보청기가 이 역할을 하는데, 좀..... 괴랄하달까. 아버지와의 관계를 묶고, 오해를 씻는 부분이긴 하지만, 무기로 둔갑하자 그 상징성도 감동도 확 깨졌다. 결말도 마찬가지. 가족의 오해와 극복과 상처의 회복이라는 테마를 생존물과 묶어내는 건 좋은데, 잘 나가다가 결말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샷건 장전할 때 완전 깨졌다. 나중에 진짜 [둠]을 찍으실 지도 모르지. 괴물들 모양새도 기어다니는 임프같았구만.

후속작 나온다던데, 이미 끝난 이야기를 왜 또 하나 모르겠다. 이미 보복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방감 +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잖아. 또 뭔 할 말이 남았길래.

모든 괴물영화를 보며 느낀 거지만, 아이디어가 없다면 후속은 안 만드는 게 낫다. 생각해보면 괴물영화는 아이디어가 퍼뜩 떠올라서 써내린 각본을 제작하는 작품인 게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고, 후속 제작이든 특별 기획이든 직접 '뭔갈 만들거야'라고 선언하고 아이디어를 짜는 영화는 재미가 없었다. 후속을 내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고, 아이디어가 없으면 일반 보류하고 천천히 쉬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달라는 거지. 왜냐하면 위에 썼듯이 괴물영화는 한 쪽이 너무 가뭄이고, 한 쪽은 너무 과도기라서 봐도 갈증이요 안 봐도 갈증이니 한 방의 청량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나에게 청량감을 주는 영화였을까?








한줄평 : 고시원 체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