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예술로 인정하는 과정에 대해 게이머의 신조



내가 예술을 가볍게 배울 적에, 예술은 두가지 방향이 있다고 배웠다. 넓은 의미에서의 예술과 좁은 의미에서의 예술. 좁은 의미에서는 학문적 가치가 인정되고 그 근거가 충분해야 예술로 인정할 수 있는 있다. 넓은 의미의 예술은 보다 포괄적이다. 그 말은 즉슨, 모호하며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넓은 의미에서의 예술에는 삶도 포함된다. 삶에서 인생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인생의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면 그 또한 예술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

현재로서 게임의 예술성을 인정할 수 있는 방향은 넓은 의미에서의 예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간주한다면 동시에, 위에 썼듯이 모든 장르와 어떤 게임을 막론하고서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대혼란이 찾아온다.

우선 나는 퐁을 해도 예술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 미니멀리즘한 특성과 공허한 배경이 심리적 공허함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퐁의 컨텐츠 휘발성은 상당히 짧아서 금세 질린다는 문제가 있었고, 승패에 있어 따로 엄청난 피드백이 없다보니 신선한 것이 일어남으로서의 도파민 분출은 없다. 즉, 어느새부턴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란 생각이 든다. 게임의 본질인 승패에 대한 허무주의를 게임의 역사를 시작한 작품이 미리 이야기하는 셈이다.

한편으로 나는 퐁을 플레이했을 때 나는 컴퓨터를 상대로 했다. 그런데 퐁은 2인용도 플레이가능하다. 그래서 상대와 잡담하면서 플레이하거나 잠깐 상대의 얼굴표정과 피드백을 보기 위해 화면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 2인용을 플레이한 사람은 그렇게 대화하면서 퐁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가치로 내세울 지도 모른다. 그것은 게임이 제시하는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지적한 것이지만, 게임이 표현하고 있는 것... 연출 밖의 요소이다.

문제는 퐁 개발자는 퐁에 어떠한 의미도 담으려고 하지 않았다. 시초도,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발명하게 된 것을 기반으로 한다. 단지 나는 퐁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한 것이다. 그게 게임에서 예술성을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본질적 가치 이상으로 확대해석한 것일까.

우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게임의 예술성은 한다라는 개념에서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 썼듯이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서 그래픽적 요소와 사운드 적 요소는 잠시 배제될 수 있다. 그리고 그래픽과 사운드에 집중하는 것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있는 가치이기 때문에 이것을 게임만의 가치라고 내세우긴 힘들다. 게임의 예술성,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있는 가치가 게임에도 있다면 게임을 굳이 예술의 범주로 표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정한다면 결국 게임 전체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특정 컷신이나 화면이 보여주는 심상을 거론하는 것에 그칠 것이 뻔하다. 게임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니까.

다만, 문제가... 게임에는 '한다'라는 개념 이상의 행위를 포함시켜야 한다. 로저이버트가 지적했듯이 게임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게임의 원조이자 아이덴티티가 승패가르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

승패의 개념이 없다면 그 게임은 경험하는 것이 목적인 시뮬레이터로 간주되어야 한다. 하지만 근래에 '시뮬레이터' 게임들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를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게임의 디자이너가 굳이 명시하지 않은 목적을 승패요소로 삼아 도전하기 때문이다. 혹은 RPG게임에서 굳이 디자이너가 명시하지 않았지만, 모든 팀원 살리기나 쉽지 않은 방향으로 재화를 벌기 같은 것에 도전하기도 한다. 어드벤쳐 게임의 경우엔 게임오버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게임으로 치는데, 그것은 난관을 돌파하지 못하면 실패, 유저의 패배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패의 개념은 게임이 발전하고 현대로 올라오며 상당히 모호한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저이버트의 지적이 틀릴 수도 있다. 게임의 승패가르기 개념이 모호할 수 있고 훨씬 유동적일 수 있다. 동시에, 오히려 그렇게 유동적이고 폭넓은 방식을 추구하는 방향의 디자인에서 (RPG같이) 독특한 심상을 얻어가는 사례가 많다.

여담으로 서사가 주어져 있고 선택지로 서사를 선택하는 개념의 방식은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간주한다. 개인적으로 비주얼 노벨은 게임이 아닌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생각한다. 선택한다는 것에 유저의 전략이 들어간다면 모르겠는데, 선택에 전략보다는 작가가 강제한 동선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길로 가면 해피엔딩일 거야라며 마냥 선택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미연시처럼 수치에 따른 공략법이 있어서, 전에 무엇을 했고 이후에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생각하며 플레이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략으로 인정되기에 미연시는 게임으로 인정한다.

동시에 컷신에서 느낀 심상은 게임의 예술성으로 인정하기 위해 포함해야 하는가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컷신은 위에 썼듯이 비주얼과 사운드적 요소를 조합하여 연출한 것이고 그것은 영화적, 애니메이션적 연출방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컷신 안에서 소중한 사람이 죽었고, 그 컷신 안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건 애니메이션이 불러일으킨 심상이다. 하지만 그 컷신 이전에 그 소중한 사람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레벨디자인들이 있었고, 그렇기에 그 캐릭터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컷신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것은 게임이 목표한 심상이 있고, 유저의 행동과 게임이 목표한 경험이 이뤄낸 심상으로 치기 때문에 게임의 심상으로 친다. 하지만 컷신이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컷신으로 이야기하는 매체가 아니니까, 만일 플레이와 컷신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게임의 인문학적 가치를 이야기하기 힘들어 질 것이다.

동시에 게임을 하면서 흐름을 느끼기 보다, 보상적측면에 매달려서 작가나 개발자가 목표한 심상과 다른 행위를 할 수 있다. 게임의 승패나 보상에 매달린 나머지, 어떤 것을 표현하느냐에 대한 평가는 뒷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러지 못하게 유저의 행위를 통제하는 레벨디자인의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구조의 가능성이 협소해지고, 동시에 보상적 체계를 작가가 제어한 셈이라 게임의 본질적 즐거움도 해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하는 가, 아니면 예술적 가치를 느끼기 위해 하는 가라는 난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다만 예술적 가치를 느끼는 것도 발견의 차원에서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솔직히 이 문제는 나도 답을 못 내린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많이 해보고 탐구해왔고, (블로그에 적은 것은 그중에 정말 인상깊은 것들만 올렸지 실상은 저것 이상으로 플레이한 게 많고, 장르도 보다 다양하다. 스포츠를 주로 즐기지 않지만 SSX3나 테크모축구나 피파도 했었으니까. 기억을 되새겨보면 안 해본 류이 게임이 '풋볼매니저'류의 게임 하나 뿐이다.) 쿠소게임들도 하면서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을 했었다. 인문학적인 공부를 전문적으로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여러 서적을 탐독하며 해왔었다.

그 결과 느낀 것이라면, 게임은 분명히 인문학적 가치가 없지 않다. 당장 허무주의적 테마에서만 바라봐면 게임이 재발견될 수 있는 점이 한 두개 정도는 나오니까. 하지만 가치를 직접적으로 꺼내어 매기기엔 애매한 점이 많다. 변수가 많아서. 경험적 통제를 하더라도 유저는 디자이너의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영화나 소설같은 매체는 유저의 선택과 행동에 따르지 않지만 게임은 아니기 때문이다. 유저 개인의 전략적 행위에 따라 서사와 심상의 방향이 움직여진다. 결국 게임의 가치를 인정하려면 게임의 모든 경우의 수의 총합이 일구어내는 하나의 심상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인가.

덧글

  • 소시민 제이 2018/06/07 06:11 #

    우스게로..

    재암스 롤프가 이런 명제도 내줬죠.

    -타이거 게임도 게임인가?-
  • 로그온티어 2018/06/07 11:25 #

    게임은 맞습니다. 목표와 승패를 가르는 요소와 승리를 위한 전략도 간단하게는 구현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더럽게 재미없을 뿐이지. 제가 언급한 게임의 예술성은 게임의 기능을 해하여 게임이 아니게 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게임의 특성인 플레이에 예술성을 둘 수 있지 않을까라는 주장을 하는 거라 타이거 문제와 비슷하게 보기 어렵습니다.
  • 나인테일 2018/06/07 06:48 #

    평론 기준이 요즘 같아서야 비만의 흑인 동성애자 여성이 환경을 파괴하는 사악한 백인 남성 기업가의 음모에 맞서 사회적 투쟁을 하는 그런 내러티브나 넣는다면 GOTY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지라(....) 예술성이라 하면 딱 라스트 제다이같이 만드는게 요즘 세상의 예술 아니겠습니까;;;
  • 로그온티어 2018/06/07 11:21 #

    예술성과 정치성은 다릅니다. 예술성이 마음을 파고드는 여정이라면 정치성은 정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는 것에 가깝달까요. 정치도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가 있었는데 그거 쓰긴 좀 그렇고;; 일단 언급하신 부분은 정치성에 가까운 부분입니다. 판매전략팀에서 지시한 사항이었을 가능성이 커요.
  • Avalanche 2018/06/07 11:36 #

    전 말씀대로 게임의 가장 주요한 예술성이 바로 '한다'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에 대해 제 식견은 정말로 짧지만, 영화와 연극이 분리되는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의 참여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은 단순히 관객을 참여시키는 것을 넘어서, 관객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체 흐름에 방향을 결정하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관객에게 맞기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도 역시 관여하니까요. 마치 시빌워를 보고 관객들이 둘 중 누가 옳았다를 단순히 경험을 토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참가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반대자와 토론하며 자기 자신의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낸다는 것은 사실 게임이라는 방식이 아니면 구현하기가 불가하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는 TRPG의 확장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다만 TRPG와는 달리 제작자의 의도가 매우 크게 작용하지만요.
    이런 면에서 저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특정 구간에서 강제하도록 만드는 현 세대의 오픈 월드 장르들이 오픈 월드라고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게 서사의 완결성을 크게 해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망가진 서사조차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되지 않을까요.
  • 로그온티어 2018/06/07 13:25 #

    오픈월드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오픈월드에서 어떤 행위를 해도 되지만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는 관문을 따로 두는 방식을 차용합니다. 오픈월드에서 유저는 여러 행위를 하고 월드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며 월드의 세계관과 감성을 알아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저가 바로 다음 스토리를 보러갔느냐, 아니냐에 따라 스토리의 감성적 개연성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저는 세계 안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나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세계에 대한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 스토리를 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의 이해도와 적응도를 파악하고 그에 수긍해주며 텔링을 해야 더 확실하고 만족감있는 피드백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세계관의 감정전달과 톤을 유지하는 것에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유저상황을 예측한 플로우를 일련의 테스트케이스와 함께 문서화하여 연구하기도 하구요.

    추가로 쓰지만, 스토리를 진행해야 구역이 개방하는 방식의 전개도 결과적으로 이전 구역을 재탐방할 수 있기에 오픈월드로 칩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런 서사방식이 아니라면 오픈월드에서 게임성과 스토리텔링을 유지하기 힘들고 대체방식도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일 스토리가 좀 끊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오픈월드나 텔링 구조의 체계문제보다는 이러한 체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다양한 유저의 경험상태를 체크하지 못한 디자이너의 역량 탓이라고 봐야합니다.
  • Avalanche 2018/06/07 14:23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제 욕심이 좀 과하죠. 전 문자 그대로 저와 게임의 세계가 상호작용하는걸 원하니까요. 튜링테스트를 통과할 정도의 고도의 AI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아마 제 감각에 맞는 오픈 월드는 나오지 못할겁니다.

    제가 지금의 오픈월드를 공격하는건 사실 저 자신이 옛날 옛적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 아닌가 합니다. 그때는 깊이는 얕아빠졌지만 세계는 나의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깊이가 얕으니까 가능했겠지만. 아무리 해도 저는 스토리의 강제성-컷신 등-이 너무나도 짜증나고 불쾌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특히 나 자신의 가치관과 판단, 그리고 설정에 어긋나는 경우라면요. 만일 그게 오픈월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냥 플레이를 강제로 뺏어서 짜증난다에서 그치겠지만, 만약 게임 스스로가 오픈월드라고 주장한다면 그때는 도무지 넘어갈 수가 없는 주요 흠결처럼 느껴집니다. 제게 있어서 현세대의 오픈 월드는 할게 많은 넓은 게임이지, 내 선택이 자유로운 열린 세계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스토리와는 별개란 생각이 듭니다. 스토리야 매끄럽지만, 난 거기서 그렇게 판단해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라는 점이 절 괴롭히더군요.
  • 로그온티어 2018/06/07 15:32 #

    그 문제는 아마도 개발비용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코어보다는 안정적인 디자인을 선호하게 된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디게임계는 초보개발자들이 많거나 팀규모가 작아서 오픈월드는 추구하는 개발방식이 아니게 되었구요.그래서 트리플A이나 인디보다는 소규모지만 실력자들이 모여만든 A급개발사가 만든 게임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과거 게임 특유의 심오함, 전통을 이으려는 시도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그러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한번 둘러보시거나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시면 좋지 않을까... 조심히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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