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고지라 └ 액션/모험



괴수물로든, 아니면 고지라 시리즈에서든, 정말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뤘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가 일본 특유의 감성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일본 영화를 싫어하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납득할 만하게 특유의 감성을 집어넣고 있어서 큰 부담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분적으로 느끼한 감이 있었지만 (쓸데없이 심각하고 쓸데없이 비장하고) 일본인의 감성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전]을 이해못하고, 미국에서 [곡성]을 이해 못 하듯이.

괴수vs인간이나 괴물vs인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들을 보다보면, 뭔가 아쉬운 점이 있곤 했는데요. 서양의 경우, "코스믹 호러"의 틀을 지키기 위해 괴물을 물리치는 과정이 미스터리하게 표현되거나 아니면 물리치지 못하거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혹은 흥행성을 위해 억지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절차가 생략된 막무가내 엔딩을 선보이거나요. 지능싸움과 같은 사투를 통해 괴물과 인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도 많지만, 대체로는 그렇단 말입니다. 그런데 사회상 묘사와 정치묘사, 군사력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재난을 구체화시키다니. 이런 영화 장르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환경입니다. 근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이런 세력들의 움직임과 구체적 조사로도 재난을 막을 수 없을 때, [신 고지라]는 메디컬호러나 테크노스릴러가 가졌던 장점을 가지고 갑니다. 기존의 과학지식을 총동원해도 해결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설득력있는 코스믹호러가 특유의 현실감각으로 화면 밖의 관객을 뒤 흔들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괴수vs인간의 대결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묘사를 너무나도 자세하게 그립니다. 구체적인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체계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여기서도 흔한 B급 영화처럼,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한명 등장하지만, 그는 정치인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현실성있게 계획을 진행시키며 괴물을 물리치지만, 그 특성 때문에 괴수물이 정치물로 변질되는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특히, 이 영화 맥락을 노골적으로 뜯어보면...

무능했던 이전의 일본 정부가 고지라에 의해 싸그리 사라지고 새로운 정부가 괴물을 잠재웠다는 결론이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괴물의 탄생의 이유도, 정부의 무능함과 한심함에 탄식한 한 박사의 행동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비장함과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강조도 여러번 보여서, 작가의 행동주의적 정치관이 너무 뚜렷하게 보입니다 (...) 사실 그것 때문에 상당히 거부감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전개가 결국은 기존의 관료제를 비판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행동주의 정치관이 옳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되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신 고지라]는 B급 영화 클리셰를 그대로 담습하고 있습니다. 초동대응이 엉망이었지만 고지라같은 매뉴얼밖의 재난요소가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도 우왕좌왕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건 사실 어느 B급 영화건 흔히 있는 클리셰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대책없으면 핵날리는 것도 B급 영화 클리셰이기도 했죠. 단지, 이걸 일본 내부의 문제와 정서와 결합하여 [신 고지라] 만의 감정과 논리구조를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내수영화같지만,
사실 정치적 메세지 빼면 틀은 그냥 뻔한 B급 영화에요.

다만 위에 썼듯이, "초동대응이 엉망이었지만 고지라같은 매뉴얼밖의 재난요소가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도 우왕좌왕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이미 그런 사례를 해외나 국내 사례에서 많이 보았죠. 이미 일어난 일도 있고, 앞으로도 안 일어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계속 일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동시에, 진압하여도 '고지라가 살아있는' 엔딩은 재난을 막아도 다음에 또 그런 재난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합니다. 정신 못차리면 같은 재난에 당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재난에 큰 피해를 입고 말거라는 경고죠. 이는 "고지라"의 코스믹호러 특성을 국가적재난, 사회적 경고로 해석한 결과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영화가 일본 내수영화이니 우리랑은 관련없다는 의견에 고개를 갸웃거리곤 합니다. 일본의 정서가 깊게 박혀있긴 하지만, 정서를 걷어내면 [신 고지라]의 정치적 메세지는 어느 나라건 터져나오는 소리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아무튼, [신 고지라]는 시점에 따라 두 개의 문장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기존의 나쁜 관행으로 가득했던 이전 정부를 갈아치우고 생긴
새정부가 나라를 일으켜세운다는 판타지"

or,

"예외적 문제는 여전히 어디에서든 어느때든 일어날 수 있으니,
안전불감증 걸리지 말고 유의주시하며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이 영화가 어느 쪽으로 보이건, 딱히 내수용 메세지란 생각은 안 들겁니다.
이미 우리나라 정치 얘기 돌 때마다 늘 들리는 말이랑 비슷하니까요.

아무튼 해석의 선택은 보는 이의 몫입니다.











PS.
그놈의 자막 진짜.
일단 뭘 언급하면 그 형태와 그 형태의 이름을 자막으로 굳이 언급하는 거.... 그 연출만 빼면 진짜 좋을텐데, 그게 안노의 트레이드마크라도 너무 낡고 촌스러운 트레이드마크 아닙니까. 해외 영화감독들도 낡았다 생각하면 실험을 가하고 본인 스타일을 바꾸는 형국인데, 그게 뭐가 좋다고 유지하고 있어.

그게 좋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자막 볼 때마다 마치... 극장에서, 밀덕후 친구랑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랑 전쟁영화 볼 때마다 기계이름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저건 고증에 맞아, 저건 고증에 안 맞아라며 일일이 따져는데, 이건 영화감상에 몰입이 저해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밀덕후 친구가 없어도 그 느낌이 살아납니다. 안노의 연출이 그 밀덕후 친구가 되거든요. 압니다, 모든 밀덕후가 그렇지않고, 이건 밀덕후 까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느낌이 무엇인가를 살리려면 이 비유 밖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덧글

  • 주사위 2018/06/19 08:13 #

    안노가 덕후니... 밀덕후가 옆에 붙어있는 느낌이 드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감독 탓해도 된다고 봅니다. ㅎㅎㅎ
  • 로그온티어 2018/06/19 12:37 #

    그래도 깔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영화를 꼭 그렇게 했어야만... 아ㅏ아ㅏ아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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