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를 다룬 컨텐츠는 왜 양산되지 않는가 └ 교양채널R



제 기억에, "정녕 오토바이 레이싱 다룬 애니나 만화는 없는 걸까"를 주제로 쓴 글이 있었습니다. 이웃분의 추천으로 이걸 찾게 되어 "있긴 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지금은 다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다가 번뜩 기이한 생각이 떠올라서 쓰는 헛소리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 헛생각이란 이러합니다 : "대체 왜 오토바이 레이싱를 다룬 컨텐츠는 유명하지 않고, 만들지도 않는가"

솔직히 많은 현실적 이유가 있긴 합니다.

첫째로 오토바이가 불량함의 상징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오토바이하면 폭주족이나 짜장면이 생각나지 저걸로 뭘 레이싱을 한다던가 그게 멋지다고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이죠. 한국에 국한된 생각이 아니라, 오토바이 타는 펑크족도 있고 일본에도 폭주족이 유서깊게 존재합니다. 청소년기의 반항, 불량과 일상의 상징이지 프로의 상징은 대중에게 각인되지 않은 탓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고, 자동차 활용이 일상화되다 보니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시들하단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확실히 익숙한 것을 컨텐츠 소재로 채용하는 게 인기와 이목을 쉽게 끌 여건이 될 테니까요.

사고의 위험성도 있긴 합니다. 오토바이 레이싱 컨텐츠에 매료되어 스트리트 레이싱에 잘못 빠져들 경우, 정말 보기 험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차는 안전벨트와 천장이라도 있지만 오토바이는 아니라서 낙법(?)을 잘 쓰지 않으면 맨몸이 으스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파심에 쓰지만, 모든 스트리트 레이서들이 레이싱 컨텐츠에 매료되어 접근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현지의 레이서를 만난 적 있는데, 그는 스트리트 레이싱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더군요. 그래도 일련의 무책임한 사람들이 그렇게 접근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뭐, 그 정도로 무책임하고 부주의한 사람들이라면 다른 일로 죽을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한때는, 괴물로 가득 싸인 도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지역을 통과하며 중요한 물건을 배달하는 배달부에 대한 컨텐츠를 구상하다 오토바이 지식이 부족해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예상찮게 새로운 문제가 발견됩니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 중에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다보니 지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겁니다. 자동차는 많이 타봤으니 어설프게 나마 공감대를 이룰 수 있지만요. 컨텐츠가 적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노하우와 지식, 참고자료들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전에 XTM에서 오토바이 관련 예능을 만들어서 지식과 매력을 알렸지만, 그걸로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즉, 레이싱 프로젝트를 만들자라고 프로젝트 제안을 던졌을 때, 오토바이를 주제로 만들까 자동차를 주제로 만들까라고 이지선다 선택에 고민을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레퍼런스가 많고 안전빵인 자동차 레이싱을 컨텐츠로 만드는 게 쉽고 나은 겁니다.







이런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레이싱관련 컨텐츠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 다소 위험한 생각들과 건전한 생각들 때문입니다.

일단 위험한 생각부터 써보죠. 영화나 3D 애니메이션에서 잠깐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하는 장면들을 되새겨 봤을 때, 가끔 황당한 아이디어로 추격하는 장면에 재미를 주는 것을 많이 봤기에... 왠지 도랑타기는 우스운 정도의 해괴한 레이싱 기법을 만들어 내서 기묘한 모험처럼 기묘하게 재밌는 레이싱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습니다. 슬림한 체구가 있기 때문에 골목길등 기상천외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기도 하고요. 꽤 위험한 생각이지만, 황당한 발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타고다니는 사람들에겐 뭇매를 맞을 짓을 하는 셈이지만요.

건전한 생각으로는 의외의 특이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모토GP 06를 플레이하면서 많은 특이점을 느꼈기 때문이죠. 후면 브레이크와 전면 브레이크의 타이밍 조절에 따라 레이싱 효율이 달라지는 걸 보고 자동차의 드리프트랑은 다른 해괴한 매력이 있다는 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깊게 해본 건 아니지만, 그걸 보고 자동차 레이싱이 매너리즘으로 다가올 때 이 심오함을 어필하면 독창적인 뭔가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타이틀 후면에 적힌 카피문구가 "독특한 각도로 달려보자"였는데, 커브 돌 때 자연스럽게 각도가 꺾이면서 플레이어가 대각선을 이루게 되어, 위태로운 각선을 만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대각선은 심리적으로 위기감을 만듭니다.) 실제로 넘어질 수 있기에 각도를 잘못 잡으면 위험한 상황임도 맞구요. 거기엔 상당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다만, 익숙해지면 긴장감이 아닌 정석으로 커브를 꺾었을 때 느껴지는 그립감이 탁 느껴져서 오묘한 만족감을 주는 게 있습니다. 자동차 드리프트랑 비스한데 쫌 다른 느낌이에요.

예, 게임에 국한된 생각이고 이 역시 현실의 라이딩과는 다를 수가 있어서 현실적이지 않은 조언을 해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는 있겠지만, 그 게임에서 느낀 경험을 타 컨텐츠에서 영상미와 액션감각으로 살려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승산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단 현실성보다는 과장스럽더라도 매력을 어필하고, 그 다음에 다양성을 지닌 컨텐츠가 양산되면서 업계가 오토바이 지식에 대해 파고들 시간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현실적인 조언도 첨부된 작품이 나오는 것이 사실 컨텐츠의 순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인기를 끌고 봐야 한다는 말.

아무튼 가능성보다 리스크가 너무 크지만, 저런 매력을 그냥 인식과 편견 속에 묻어 버려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다르게 즐길 컨텐츠를 개발하고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저에게만 좋은 떡밥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요.


덧글

  • 존다리안 2018/06/28 08:35 #

    모터사이클 레이스 만화는 있는 것 같던데....
  • 로그온티어 2018/06/28 18:55 #

    있군요!
  • RNarsis 2018/06/28 13:41 #

    사실 모터사이클 레이스 만화도 일본엔 제법 있습니다.
    특히 80년대엔 꽤 흥했다고 알고 있지요. 국내 정발이 잘 안됐을 뿐...

    요사이 작품이 없지않냐 하시면, 실은 바이크만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은 자동차라 해도 본격 레이스물은 꽤 드무니까요.
    레이스물 자체가 요즘 유행과는 조금 벗어나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6/28 18:55 #

    아, 현대엔 인기가 시들한건가... 그래도 레이스물 인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열혈물 유행하던 당시만 인기있었다니..
  • 풍신 2018/06/28 18:49 #

    https://honto.jp/article/book/bike-manga.html

    위의 리스트엔 이상한 것들이 끼어있지만...나름 유명하거나 메이저가 아니라서 그렇지 오토바이 만화 찾아보면 굉장히 많은데 옛날엔 레이싱 만화가 더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폭주족 계열이 아니면 오토바이 덕질, 파츠 덕질, 미소녀가 부활동으로 오토바이 타거나 하는 쪽으로 옮겨갔죠. 실제로 일본 만화가들 중에 오토바이 덕후들이 꽤 많아서 장르가 다른 만화에 오토바이를 자주 써먹었었고요.

    사실 따져보면 자동차 쪽에서도 본격적인 레이싱을 하는 만화도 몇년 전에 완결된 카페타 정도 아닐지...(이니셜D 같은 것은 완전 사도이고...)
  • 로그온티어 2018/06/28 18:57 #

    오오 고맙습니다 나중에 참고해야 겠군요!
  • 김엑삼 2018/06/28 18:57 # 삭제

    http://m.webtoon.daum.net/m/webtoon/view/dawnwings

    연재한지 얼마안된 따끈따끈한 신작이 하나 있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6/28 18:58 #

    그것도 보겠습니다!
    소스 고마워요!
  • 나인테일 2018/06/28 19:18 #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들이 오토바이를 너무 자주 타면 헬멧에 얼굴이 가려져셔 멋짐과 귀여움이 줄어듭니다.
    공수도복에 나막신을 신거나 메이드복 차림이라던가 하는 정도의 아예 현실 감각이 날아가버린 연출이 아니라면 매번 헬멧이 없으면 곤란하죠.
  • 로그온티어 2018/06/28 21:16 #

    헬멧 쓴 것도 귀엽습니다!
    그... 난... 귀여운데... (특이취향)
  • 테스트-1 2018/06/28 20:42 #

    당장 바이크를 타는 사람이 적은 것도 한 몫 하겠죠. 실제로 일본에서도 이제는 바이크 많이 안탑니다.. 폭주족은 뭐 어디 시골 촌에가도 보기 힘든 그런 존재가 된 지 꽤 됐구요. 물론 한국보단 일반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타지만, 대형 바이크 비율로 보자면 일본이 오토바이 강대국 맞나 싶을 정도로 미국 할리가 다 먹었을 정도로 이제 일본 내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은 그닦 입니다. 모토스포츠 쪽은 약간 관심 있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 또한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이 또한 우리나라보단 압도적으로 높은 관심이긴 합니다.) 글에서 언급하신대로 불량함도 한 몫 하겠지요. 우리나라는 선대(90년대 폭주족)가 오토바이 인식 다 조져놔서 지금도 오토바이로는 국도 밖에 주행 못하는 게 현실인데 이륜차 유저가 늘어 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길 바라는 건 조금 힘든 환경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자동차는 시장성이라는 게 확보가 되지만 오토바이는.. 뭐..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국내서 최근에 배달러들 위주의 이야기를 그린 오토바이 드라마도 만들었었는데 처참하게 망한 사례가 있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6/28 21:15 #

    아아... 쇠퇴하는 것은 결국 쇠퇴하는 건가요.
    그래도 유행이 돌고돌듯 언젠가 재평가/부흥기가 일어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G-32호 2018/06/28 23:06 #

    그냥 단순하게, 오토바이 그리기도 힘든데다가 거기 위에 올라탄 사람 포즈 그리기도 힘드니까 말이죠.
    로봇이나 자동차는 탑승자와 메카가 별개로 그려지지만 오토바이라는 물건은 탑승자가 역동적인 포즈를 연출해야 하다보니..

    뭐 유행에 뒤져버린 것도 있지만서도..
  • 로그온티어 2018/06/28 23:48 #

    포즈가 좀 어정쩡하게 느껴지긴 하죠.
  • nenga 2018/06/29 06:35 #

    뭐 영화쪽도 자동차 레이싱에 비하면
    그 수가 상당히 적으니까요
  • 로그온티어 2018/06/29 09:07 #

    레이싱영화가 드물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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