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출 E07:악령감옥 대박이었음 └ 교양채널R

할 말이 너무 많아요.


1. 발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러가 아주 일품. 제임스 완이 말했던 "저기서 뭔가가 등장한다는 게 중한 게 아니라 거기서 뭐가 튀어나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구성하는 데 기초를 두고,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시키기 위해 그 사람들이 알아서 유추하게끔 만든 게 일품입니다.


2. 암시와 상상과 유추를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물론 이 부분을 출연진들이 모두 해설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의 내러티브가 가진 에너지가 휘발되는 건 아니므로) 점프스케어를 통한 롤러코스터식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별로 호응을 가지지 못할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의 사람들은 상상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서 애초에 호러물과 맞지 않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호러를 느끼지 않아도 깜짝 튀어나오는 것에서 에너지(?)를 즐기고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3. 청각적 요소를 활용하는데, 주로 점프스케어로 휘발시키지 않고 배경에 대한 상상력을 증폭시키게 만드는 점이 좋았습니다. 오디오나 벨소리, 아이의 목소리 등등... 배경에 대한 단서를 던져놓고 그 후에 주목을 끌만한 청각적 요소를 흘려넣어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연출이 주가 되는데, 이게 수준급이에요.


4. 정종연 PD가 BGM선택에도 식견이 있다고 생각한 게, [아서왕]의 브금을 호러씬에 어울리게 넣었기 때문입니다. 액션영화 속에서 스릴을 느끼게 하기 위해 넣은 브금인데, 그걸 호러씬에 집어넣어서 긴장감을 가속시킨다는 생각을 하다니... 근데 또 그게 어울려요. 심지어 무섭다고 말하는 유저도 있는 걸 보면...


5. 호러게임 만드는 분들이라면 한번 참고할 만 합니다. 특히, 이번 편에서 호러 타이밍이 어긋날 수 있어서 체험형 호러 아이디어들을 곳곳에 집어넣었는데, 이것들은 사실 호러게임에서 종종 쓰던 기법들입니다. 덧붙여, 이번 편에서 출연진들이 웃긴 행동을 해도 잠깐의 긴장감 완화만 될 뿐, 호러분위기는 깨지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호러게임 유저들은 조종 웃긴 행동을 하잖아요. 해결방법을 모르거나, 공포에 질려서 황당한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호러게임은 그래도 배경의 분위기가 깨지지 않아요. 아마도 그 이유를 이번 편에서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6.
이번엔 강호동이 하드캐리해서 좋았어요. 진짜 유골함보고 서먹서먹한 표정으로 보는데, 감정이입했음. 사실 거기서 감정이입한 게, 강호동의 감정이입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게... 상당히 고단수에요.

[대탈출]의 배경의 오브젝트들은 출연진이 안 볼 수가 없는 존재들입니다. 일단 탈출을 위한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볼 수 밖에 없고,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경에 대한 상상이 이뤄질 수 밖에 없어요. 일단 [대탈출]이란 거대한 게임 안에는 맥락이 있고, 그 맥락(뼈대)을 알아야 생각의 오차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출연진(유저)의 머릿 속에는 단서들이 조합되어 이야기가 형성됩니다.

정보 사이의 괴리감을 잇는 그 과정에서,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경계하는 것을 가지고 정보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듭니다. 거기서 상상력이 발휘되어요.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와 일가족 사망소식이란 정보의 괴리에서 아이의 쓸쓸한 감정에 대한 상상력이 발휘됩니다. 그리고 진실이 발견되면서 하나의 실마리가 풀리지만, 동시에 상상력은 깨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발견된 유골함은 다른 미스터리를 낳고 가니까요.


7. 미래를 녹음한 테잎은 결코 단순한 도시전설을 구현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탈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동기부여를 해주거든요. 탈출할 수 있다는 전제보다 탈출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앞서는 단서이자, 기록된 미래가 출연친들에게 매우 참담한(?) 배드엔딩을 암시하기 때문에 발버둥 칠 의지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 좋았습니다.


8. 심령사진도 좋았습니다. 창고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니까요. 그리고, 창고 안에 열쇠를 놔서 '무엇인가가 있을 지 모르는 미지의 공간'에 일부러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비극(?)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만 사진이 단서처럼 보이지 않아서, 흘려보기 쉬웠고, 그렇기에 창고에 대한 공포감이 상대적으로 덜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라면 사진 안에 단서를 집어넣어 이목을 집중시켰을 겁니다. 어쨌거나 심령사진은 창고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까요.






이것은 진짜 신파없지만 속이 짠하고, 공포장면(점프스케어와 피가 난자하는 것) 없지만 무섭고,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 유저를 앞으로 진행하게 만드는, 매우 소름돋게 하는 연출이었습니다. 여러 이유로 저는 이 에피소드를 기억할 겁니다(?) 진짜 유희를 넘어 깨달음을 얻은 경험은 간만입니다. 이런건 [무한도전]이나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김태호PD는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이상한 끝맺음


덧글

  • 주사위 2018/08/14 14:37 #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은 강호동에게 일단 1표 줍니다.

    가로막는건 힘으로 치워버린다! 그랬다가 방송 어쩔... ㅋㅋㅋ
  • 로그온티어 2018/08/14 14:39 #

    공포를 이긴 방송감각이랄까요
    무서워도 힘으로 방송을 내던지지 않은 그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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