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림2 : 업라이징 └ 액션/모험

약간 헐겁지만, 괜찮은 영화.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이번 작품이 더 좋았습니다. 이전에는 그냥 로봇이 괴물 때려잡는 영화였지만, 이번에는 로봇대로봇도 넣고, 전대물도 흉내내고, 카이주 합체로 변신합체물을 더함과 동시에, 다소 약해진 감이 있는 전작의 코스믹호러의 잔재를 다시 불러오려 하기 때문이죠. 동시에 본 고장인 일본으로 돌아가기도 했어요. 이것은 거대로봇 팝 컬쳐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추가로, 나이가 들어서인 지 드리프터의 의미는 이제서야 깨닫게 됬습니다. 전작을 본 당시엔 드리프터는 정말 쓸모없는 짓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뭔가 간지가 제대로 안 살고 뭔가 불편하게 부둥켜 안은 설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리프터 시스템은 캐릭터 간의 소통을 강제, 가속화하는 감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캐릭터의 트라우마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빠르게 끄집어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 설정이거든요. 그래서 이야기의 큰 비중을 전투에 담을 수 있지만 캐릭터 개인의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뭔가 포텐이 잘 안 사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 흔한 재패니메이션에서만 보던 '우정의 힘!'을 발산하는 장면에서 드리프트에 의미가 형성됩니다.

위에 썼지만, 인상깊은 대목이라 다시씁니다. 저는 후반전이 좋았어요. 전대물과 변신합체물등의 장르가 뒤섞인 후반전이요. 거대로봇물 속 팝 컬쳐를 고루고루 섞어냈고, 동시에 파워 밸런스 조정도 해냈습니다. 카이주의 변신합체는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막강한 존재를 만들어 내어 코스믹호러 특성을 슬쩍 환기시키고, 동시에 카이주에 대항하는 4인 전대의 전투는 전대물의 잔기억들을 슬쩍 들쳐줍니다. 다만 나머지 주인공들이 각자의 멋짐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고 리타이어 해버려서, 메인 주인공들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한편으로 존 보예가와 여자꼬맹이(...?) 캐릭터는 장르성의 경직적인 면을 깨는 또다른 클리셰적인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둘 다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를 잘해줬기 덕분에 극의 아이스 브레이커 역할을 철저히 해냅니다. 이것은, 또 하나의 클리셰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클리셰도 배우의 역량에 따라 클리셰 이상의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부분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흔한 B급 영화와 퍼시픽림:업라이징의 수준이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B급 영화는 장르적 규범과 경직된 캐릭터에 의존하지만, [퍼시픽림]은 CG외에 눈치 빠른 좋은 배우에게 돈을 더 투자해서 클리셰적 인물을 복합적이고 더 여유롭게 그려내는데 신경을 씁니다. 그리고 B급의 정석을 따르지만, 뭔가 더 고급져 보이고 여유롭게 관객에게 다가가는 효과를 이룩합니다.

+ 보다가 존 보예가에게서 덴젤 워싱턴이 보였는데, 덴젤 워싱턴에서 꼰대스러움만 살짝 뺀 덴젤 워싱턴 같아 보였습니다. 정확히는 브루스 윌리스의 깐족과 덴젤 워싱턴의 비장미가 섞여 있달까요.

다음으로, 스크래퍼도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것은, 제작진이 "[트랜스포머]의 범블비 같은 캐릭터가 우리에게 필요해!" 라며 철저한 계산을 해서 만든 귀요미 서포터 로봇입니다. 스크래퍼의 매력은 예거에 비해 하찮아 보이지만, 다재다능함을 뽐내는 갭모에에 있습니다. 둥글게 말아서 굴러다니는 걸 보는 맛도 있고요. 이거 토이가 많이 팔렸을 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아무튼 적중성은 모르지만 상당히 계산적인 로봇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 그리고 이걸 보면서 솔직히 퍼시픽림 업라이징이 아니라 메트로이드 업라이징이라고 크레딧 뜨는 게 아닌가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 생각해보니 사무스의 슈트랑 집시 데인저의 외형 디자인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전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또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제 눈이 개판이라 CG의 질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낮 배경이라 드는 청량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전작이 코스믹호러 특성이 강화되면서 그런 막강한 존재와의 대결에서 일어나는 공포와 긴장감, 반발적으로 일어나는 인간성과 투지를 강화했고, 이런 공포와 불안을 강조하기 위해 어둑어둑한 밤의 배경을 썼습니다. CG가 밤배경으로 어쩌고하는 기술적 이야기는 둘째치고, 이것은 상징적으로는 의미가 있었단 말입니다.

반면에, 이번 [퍼시픽림: 업 라이징]의 배경은 재건 중인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더불어 희망적인 현실과 그런 현실이 부서져 다시 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불안감에 극적 요소를 맡기고 있어요. 그렇기에 밝은 배경은 희망적이고 청량감을 들게 하지만, 오히려 다시 밤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여줍니다. 뭔가 노을 질 것 같은 시간대를 자주 노출 시키는 것이 바로 그 이유라고 봐요.

중국의 회사를 이야기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온 것은 중국 투자자들을 위한 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갑자기 강세로 치솟는 중국을 불안하게 여기는 사회의 단면을 까기도 합니다. 중국 회사가 흑막이라는 맥거핀을 던져 넣은 이유는 심리에 깔린 불안을 불러오기 위함이며, 이런 그에 따른 반전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찾아오지만, 오해가 풀리면서 전세계의 인종과 인재들이 통합하여 싸우게 되는... 이런 후반 장면은 인류의 통합과 통합의 힘으로 미지의 존재를 물리치는 것을 상징합니다. 드리프트 시스템부터가 개인과 개인의 융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이니 이미 1편부터 이런 것을 주제로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어요.


덧글

  • G-32호 2018/08/20 23:06 #

    스크래퍼가 사족이라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뭐 대놓고 노리고 만든 캐릭이라는게 그런 평을 받기 마련이지만..
  • 로그온티어 2018/08/21 01:04 #

    그래요? 난 양념이라도 괜찮은 양념이라고 생각했는데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