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브레이커 방황하는 글짓기

그 날이었다. 시우는 장난감 총을 만지며 친구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두두두..." 입으로 소리를 내자, 친구가 쓰러졌다. 친구는 엎어져서 죽은 척을 하다가 돌연 장난감 총의 총구를 시우에게 겨누며 "탕! 탕!"이라고 소리를 쳤다. 시우가 말했다. "반칙이잖아! 너 죽었잖아!" 시우의 인상이 찌푸려지고 입이 튀어나왔다. 친구는 바짝 일어서서 시우에게 외쳤다. "이씨! 내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친구는 이상한 말로 시우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시우는 외쳤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일어나냐?" 시우의 친구가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일어난다!" 친구는 바닥에 누워있다가 다시 바짝 일어났다. 시우는 정색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빵 터졌다. 친구는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너 이상해. 나 너랑 안 놀아." 친구는 총을 바닥에 패대기 치곤 블록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시우는 장난감 총을 들고 유치원 안을 배회하다가, TV 소리가 나는 방으로 다가섰다. 시우는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TV가 있는 방을 보았다. TV는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오늘 오전 11시에 어떤 30대 후반 남성, '감' 씨가 대X 빌딩 옥상에 서서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시민의 제보로 경찰이 출동하였고, 설득을 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지금 현장에 있는 리포터를 연결해보겠습니다."

시우는 TV 화면을 숨 죽이며 보았다. TV화면에는 경찰차 몇 대가 빌딩 주변을 에워싼 것이 보였다.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났나 보다. 그런 흥미진진함이 느껴지자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TV를 지켜봤다. 그러다 리포터의 말이 갑자기 끊어졌다. 화면이 헬기로 옮겨졌다. 양복. 갈색 양복이 보였다. 얼굴은 모자이크였지만, 옷가지가 눈에 익었다. 시우는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아빠다! 아빠가 TV 나온다!"

원장님과 강 선생님은 그 목소리에 당황했다. 원장과 강 선생님이 열린 문을 열자 시우가 방방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우야, 노는 데로 돌아갈래? 거기 서 선생님! 시우 좀 데려가요!" 서 선생님은 이 말을 듣고는, 시우를 보며 웃으며 달려갔다. "아이고오, 시우-우! 거기 가면 안 돼요! 친구들 노는 데로 돌아가야죠!" 서 선생님이 시우를 번쩍 들자, 갑자기

'쿵'

엄청난 외마디 굉음과 연이은 흔들림에 서선생님은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시우는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원장님도 다리가 흔들려 쓰러졌다. 강 선생님은 주저앉으며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TV화면에는 먼지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웅웅거림이 사라지며 지진이 멈추자, 강 선생님이 뭐라 원장님에게 말하고,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선생님은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로 달려갔다. 원장님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현관문을 열어 나가보았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저앉거나 어디론가 도망치고 있었다. 차를 전봇대에 들이받은 운전자가 한 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서있는 모두는 한 곳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엔 연기만 무성했다. 그리고 거기엔 50층의 고층 빌딩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사망자 단 한 명, 부상자 247명, 피해금액 94억 5천여 만원.

당시엔 최초이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최악이자 최선의 자살폭탄 테러. 경찰 수색 결과, 이것은 우발적 범행이 아닌 수 년의 계획을 띈 작전이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한 폭탄자살자이자 시우의 아버지는 폭파 직전에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한국은 경제성장도 사회적 개혁도 이룩하지 못했다. 고착화된 부조리와 말 뿐인 세상에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이런 세상을 만든 당신들을 죽이진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당신의 업적과 함께 무너질 것이다."

"이제 우리가 만든 지옥을 즐겨봐라 개새끼들아"

밖에선 경찰특공대가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실내 테러리스트들이 사제로 만든 엽총을 들고 내부인들을 내쫓고 빌딩을 점령한 상태였다. 그들은 모두 실직자이자 사회의 루저들이라고 불릴 만한,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막다른 곳에 머무른 그들은 시우의 아버지의 말에 동조하여 이런 기상천외한 자살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에 매료된 수많은 이들이 모여 불살자살폭탄자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살아있는 시우의 가족들은 언론과 분노에 찬 대다수에 의해 살아있는 지옥을 맛봐야 했다.




...




차갑지만 정겨운 공기가 시우의 입으로 들어가 그대로 숨으로 내쉬어 졌다. 시우는 문득 정신이 다시 지금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입김을 바라보며 시우는 그 온도를 만끽했다. 곧이어 비행기 안을 비추는 붉은 전등 빛에 은은히 비친 먼지가 퍼지는 것을 구경하다 시우는 정면에 자신의 후임인 천광을 보았다. 천광은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색함이 슬쩍 느껴졌다.

"처음이니 떨리겠지." 시우는 손에 잡은 총을 만지작 거리며 던지듯 말을 꺼냈다. 천광은 이 말에 깜짝 놀라 반대편의 시우를 바라 보았다. "잘못 들었습니다?" 천광의 높은 톤의 목소리는 약간의 군기와 긴장이 묻어 있었다. 시우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기가 든 척하냐. 말 풀어." 시우는 그 말하고 천광을 바라 보았다. 천광의 우물쭈물하는 뺨 근육과 눈이 흔들리는 걸 보고 시우는 빵 터졌다. "그래, 니 편한대로 해라." 시우는 다시 총을 만지작 거렸다. 시우는 몇 분이 지나고 나서 슬쩍 천광을 바라보았는데, 천광은 다시 창 밖을 보고 있었다.

500m 가까이 왔다는 말에 시우는 장비를 모두 점검하기 시작했다. 천광도 기다렸다는 듯이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시우는 그 어색함과 무심하려 노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분명 훈련받을 때, 시우의 아버지와 그 사상을 적대하는 교육을 받았을 터이니. 시우는 장비점검을 마치고 전면에 섰다. 서서리 열리는 화물창을 바라보았다. 거친 바람이 격렬하게 시우의 온 몸을 휘감았다. 뒤를 흘깃 보며 천광이 위치에 서있음을 확인했다. 조명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시우는 얼핏 두려움이 느껴졌다. 몇 년을 해도 이공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우는 능숙하게 무언가를 머릿속에 꺼내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아버지가 남긴 죄책감이란 유산들로 서서히 머릿속을 채웠다. 그리고 불시에 창 밖으로 달려나갔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8/08/26 02:10 #

    시우의 아빠가 잘못했네... 시우는 무슨 죄... 어릴땐 아빠때문에 고생하고.. 커서는 ...

    글 잘 읽었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8/26 05:18 #

    아아;; 후반에 귀찮아서 설명을 대충(?)했는데 의도를 바로 읽어주실 줄이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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