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2017) └ 액션/모험



정글에 조난당한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험심 가득한 자가 정글로 왔다가 생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로, 왠지 야생에 대한 위협적인 교훈을 안겨주는 영화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준비없이 야생에 뛰어드는 위험성을 말할 뿐,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과 경이를 담으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입니다. 탐험가가 된 저자의 수필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탐험과 생존과는 별개로, 병심리적인 요소들도 담겨져 있습니다. 정글을 헤매다가 환청이나 정신분열이 오는 등의 장면도 있어서요. 이것의 장점이라면 다니엘 레드클리프의 연기력을 볼 수 있다는 점이고, 80년대 정글의 이미지와 겹쳐서 특유의 아스트랄함을 선사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는 관객의 이해를 우선시하는 상업영화의 문법을 따르지만, 아트하우스에서나 볼 법한 심상들을 슬쩍 엿볼 수 있단 거죠. 하지만 동시에 정신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영화 자체의 구성이 지나치게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정의 아이러니의 핵심은 잘 드러내고 있어요. 다만, 서술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뿐입니다. 너무 "그랬다고 합니다" 식으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있어요. 생존은 쓸데없이 길게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정신적 여정에는 한 톨도 관심없다는 듯이 그냥 격식상 흘러갑니다. 문제는, 정신적 여정이 이미 영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었다는 점이죠.

동시에 조난당한 본 주인공 요시를 구하려는 또 다른 주인공인 케빈에게 너무 인색합니다. 정확히는 구조 과정이 너무 생략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케빈은, 이 경험으로 조난 구조에 대한 서적을 낼 정도였기에 구조 과정에 논리적 요소를 집어 넣었다면 독특한 캐릭터 빌딩이 완성되었을 거라 생각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생략과 거두절미가 깔끔한 생존극을 만들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뻔 했을 이야기를
너무 평범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길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예측불허의 정글에서 생존하려는 사람과 구조하려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특유의 서사를 이끌어냈어야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그게 이 극의 특징이자 작품성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기에 이런 영화는 서사를 잘 다루는 감독에게 보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메키스같은 감독이요.

그래도 20대의 혈기 왕성한 애들이 서로 싸우고 갈등하거나, 너무 지나치게 모험심에 빠지다 인생 최대의 흑역사를 맞이한다는 내용인지라 이런 시기가 살짝 지나서 인생을 잠깐 돌아보는 30대라면 공감가는 것도 많을 거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쫌 긴 PS.


(....)
아저씨 이상한 데서 열연하지 마요 제발


사실 이 영화가 더 큰 시도를 하지 않았음이 아쉬운 이유는 레드클리프랑 크레취만이 너무 연기를 잘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쓸데없이 연기를 잘 해서 평범한 생존물이 될 수 있었을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어 줬거든요. 서사는 너무 간단해서, 레드클리프 아니었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과 다를 것 없는 작품이 되었을 영화였습니다. 초반 20분의 어색함은 뒤로 하고, 갈등이 시작되고서부터 서서히 예열되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슬쩍 광기가 묻어나는 모습은 다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친. 이런 영화에 매튜 매커너히처럼 감량까지 하고 물에 휩쓸리고 늪에 빠지고 흙더미 속에서 울부짖는데 보는 내내 안타까운 거에요. 이 양반이 [스위스 아미 맨]에서도 뭔 짓을 당했는 지 알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 안 쓰러운 거에요. 그래봤자 누가 이런 영화에 상 주지 않잖아 (...) 심지어 [스위스 아미 맨]은 사망전대의 폴 다노는 오래간만에 편하게 촬영하고, 반 시체 다니엘 레드클리프만 신나게 굴림당하는 영화였잖아요.

솔직히 이 꼴(...)을 보면서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이제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스위스 아미 맨]이나 이런 미친 영화에 출연하지 말고 쫌 거장작품에도 얼굴을 드리밀어서 아카데미 좀 가라고 이 양반아.



PS2.
감독이 울프크릭 시리즈의 그 분입니다. 어쩐지 배낭여행을 그리는 길이 은근히 부정적이더라.
생각해보면 미스터리한 가이드로 나오는 크레취만의 사이코틱함을 유독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덕분에 이 배우의 분량이 늘어났지만 동시에 정글 생존물과는 달리 쫌 사이코 스릴러로 흐르려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미묘했습니다. 뭐, 초중반의 지루함을 이 분의 미스터리함으로 캐리했지만 말이죠.

근데 생각해보니 마커스만 놓고 보면 또 배낭여행 실종극이었잖아. 울프크릭3





PS3.
생각해보니 우리 다니엘 붉은절벽씨는 [킬 유어 달링]에서 "긴즈버그" (앨런 긴즈버그) 를 연기하고 여기서도 "긴즈버그" (요시 긴즈버그)를 연기했습니다. 이제 붉은절벽씨는 또 어떤 긴즈버그를 연기하게 될까요!




PS4.

안돼 요시!! 요시!!
주인공 이름 땜에 영화 내내 딴 게 떠올라서 중요한 순간에 자꾸 빵터짐.
강바닥에서 케빈이 칼 던져달라고 할 때, 케빈이 배신할 줄 알고 묘하게 불안했음



PS5.

실존 인물.
생각해보면 미국은 생존왕을 많이 배출하는 괴랄한 국가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