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2017) └ 호러/미스터리



영화가 맘에 들었습니다. 결말과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성에는 차지 않았지만, 이정도 해낸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그 느낌? 전반적으로 하드보일드 형사물에 차가운 노르웨이 설원을 뒤섞어 놓은 것이 맘에 들었습니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다는 내용이 평범할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유도하려는 몇 장면들의 컨셉이 좋았거든요. 다만, 말했듯이 결말의 범인의 태도와 카리스마가 좀 부족했고, 범인과의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후반부는 흔한 헐리웃의 추격극과 같이 묘사된 지라 그 위압감이 좀 깨집니다. 동시에, 그로테스크함이나 소름돋는 분위기를 강조할 수 있었을 장면들을 물 흘러 가듯이 표현한 점도 아쉽습니다. 말했듯이, 컨셉은 훌륭해요. 하지만 표현이 부족합니다.

다만 또 강조하자면,
설원과 하드보일드 형사물을 뒤섞어 분위기와 풍경을 상당히 지적으로 살렸기 때문에 그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기 템포를 상당히 잘 살려냈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았어요. 정이 든 남의 집안 주변 서성이지만, 사건 하나 물면 끝까지 놓지 않는 들개 같은 인물인 해리 홀은 진짜 대단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시리즈의 데이빗이 생각나 몰입이 깨질까 불안해 하며 영화를 봤는데, 걱정이 한 쇼트에 가셨어요.

길바닥에서 술이 깨서 추운 아침에 덜덜 떨며 처량히 일어나고 걷다 집 앞에서 담배 하나 꼬나물다, 느닷없는 집 소독하러 온 사람 땜에 놀라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덜렁덜렁 걸으며 쇼파 앉아서 티켓을 보고선 놓칠 뻔한 생일이 떠올라버려서, '아 씨발 또 지랄할 뻔했다' 표정으로 계속 티켓을 바라보는 표정.

아, 진짜... 잭 리쳐 이후로
맘에 드는 하드보일드 캐릭터는 앞으로 못 볼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나다니요.

잭 리처는 단도직입적이고 능청스러운 캐릭터라면 이 사람은 온갖 스트레스에 찌들어 쉽게 방황하지만 일을 하는 데 있어선 냉정해지는, 현대인의 극단적 표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맘에 들지 않았나 싶네요. 마이클 패스벤더가 너무 잘 표현해줘서, 영화가 망하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로 한동안은 아이콘처럼 지냈을 텐데란 아쉬움이 남더랬습니다... 아쉽...

그 밖에 어마무시한 배우들 데리고 영화만든 걸 보면 정공법으로 웰메이드 스릴러 하나 만들려고 했던 모양인데... 아아... 감독이 센스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뭔가 툭툭 끊어지는 느낌이 이상하다 싶어서 봤더니 제작비 부족 문제가 있었네요.


덧글

  • G-32호 2018/09/25 20:39 #

    뭔가 설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되게 하드보일드해지는거 같지 말이죠.
  • 로그온티어 2018/09/26 01:13 #

    그리고 이건 배우 연기력 덕택에 더 하드보일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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