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에 대한 분노 └ 일상의발견





사이버펑크는 진지해야 하는가

솔직히 이젠 뭐랄까, 사이버펑크하면 너무 진지하고 요란하고 철학적이고 해학적이고 괴랄하다는 느낌밖에 안 들어요. 밝은 사이버펑크나 가정용(?)으로 너프시킨 작품도 있고, 사이버펑크의 폭력성 (정확히는 과격한 신체훼손을 통해 신체에 대한 존재의미를 되묻는 그딴 거를 위해 넣었던 폭력성) 을 가지고 화끈한 액션물로 탈바꿈한 작품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오는 대다수 작품들은 진지합니다. 근데 이젠 그게 너무 물려요. 너무 붓다스러운 게. 솔직히 붓다 스럽다는 말은 최대한 호의적으로 쓴거고 솔직히 쓰자면 대인관계 끊은 찐따 Nerd같은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뭐 나만의 느낌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사이버펑크요.

일단 사이보그가 나오잖아요.

전 어렸을 때, 사이버펑크 장르의 사이보그가 나왔다 하면 열광했어요. 사이보그를 철인 같은 거로 봤단 말이죠. 신체가 없어서 영혼이란 무엇인가 그딴 고찰말고 사이보그 새끼가 다 족치는 걸 보면서 환호했어요. 팔이 막 이상하게 구부러지면서 총신과 총구가 되고 우다다다 쏘면 지랄나는 거.

애환이 있긴 있어야죠. 하지만 그건 그냥 액션영화에 있긴 있어야 할 순간의 드라마고 그게 핵심이 아니에요. 내가 인간인가 아닌가? 그딴 질물을 왜 합니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수백년 전에 끝난 질문을 왜 하냐고요. 내가 인간인가 아닌가? 내가 존재하는가 아닌가?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재하는 거고 인격체를 지닌 인간인 겁니다. 이미 거기서 끝난 거죠.

근데 그런 철학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져요. 사이버펑크란 그냥 첨단기술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어 회의해보자라고 하는 것 뿐인데, 죄다 사이버펑크는 존재론적 고찰을 해야하는 것 마냥 말하단 말이죠. 존재론적 고찰은 굳이 첨단기술을 안 꺼내도 되어요!

솔직히 이 분야에 대한 편견에 쐐기를 박은 [공각기동대]. 이거 제일 논란이 많았는데, 저거 말이죠. 별로 심오한 영화 아니에요. 인공지능(인형사)가 사이보그 여자에게 끌리고, 일을 터뜨리며 꼬시다가, 결국 사이보그 여자가 인공지능에게 꼴려서 합체하려다 실패하는 내용이라고요. 그전까지 소령이 왜 존재론적 고찰을 했는지, 우울해 했는 지는 솔직히 막판 가면 알 수 있어요. 사랑을 못해서였기 때문이라고. 섹스라고 쓰려다 비난받을까봐 안씀 오이시이 마모루가 좆같이 복잡하게 복선을 꼬아놓고 건조하게 갈 뿐이지 그냥 단순히 보면 저건 걍 러브 스토리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로소 지적 사랑을 하려는데 실패하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작품을 보고서 많은 이들이 그 이미지에 압도되어
사이버펑크는 심오하고 어둠의 다크 것이라는 편견이 씌워졌죠
그러니까 오이시이 마모루가 안되는 겁니다 (막말)

제가 예전에 시리즈를 소개했던 밝은 작품인 [록맨에그제]도 사실 사이버펑크입니다. 그게 왜 사이버펑크냐고요? 왠 초등 급식충들이 공공시설에 허락도 없이 Jack-in하는 걸 보세요. 컴퓨터에게 죄다 맡긴 세상에서, 당연히 컴퓨터의 보안 문제가 허술하진 않지만, 먼치킨이나 뚫으려는 자가 억지로 뚫다보면 뚫리는 보안이 있는 세계를 보라고요.

보안이란 것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 오래전에 트로이의 목마 시절 때부터 존재했던 상식이죠. 이런 상식을 발판으로, 기술이 발전되어서 모든 것을 기계가 처리하는 록맨에그제의 세상을 보세요. 좆된 겁니다. 그냥 좆된 거에요. 아차 하는 순간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일이 터지는데, 여기서 초인인 록맨 아니었음 교류직류 도시는 걍 좆되고 말았을 거에요. 순식간에 우리가 생각하는 사이버펑크 느와르 작품이 되었겠죠. 하지만 록맨에그제는 사이버펑크하지만 느와르는 아니에요. DC유니버스마냥 어둠의 다크나이트한 작품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기술적 문제와 회의감을 제기하니 사이버펑크에요. 그 차이를 알겠어요?






그냥 왠지 사이보그가 다 때려부수는 작품을 보고 싶은데 얼마전에 본 건 [업그레이드]였고, 그리고 ... 여튼 왠지 찾아본 게 죄다 시리어스한 작품들 뿐이라서 빡쳐서 쓰는 글이 맞습니다.

인터넷에 이렇게 타인의 정신을 긁고 황폐히 만드는 글들이 만연하게 올라오니 우리가 사는 세계 또한 사이버펑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헛소문에 흔들려 지랄같이 구는 사람들과 그냥 지랄같이 되는 사람들, 기술이 부른 범죄들과 비트코인 때문에 좆이 쪼그라든 사람들이 많기도 하니 사이버 강국인 한국은 더 엄청난 사이버펑크 세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망할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기묘하게 SF세계관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SF 작품류는 암울하잖아

덧글

  • 돈쿄 2018/09/29 01:04 #

    흥분을 좀만 가라앉히시구요~~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라면... 디스토피아가 더 할 이야기가 많자나요~~
    유토피아 처럼 보이는데 실상은 안 그렇다거나...(뭐.. 그건 지금도...그래 보이지만...)

    그런데 제 개인적인 경험은.. 사이버펑크를 영화나 애니가 아니고 소설로 먼저 접해서 그런지...
    그냥 영화나 애니가 다 장난같은 느낌이 들어서..
    뭔가 무협지는 책으로 읽어야지 영화로 보면 좀~ 그런 느낌이랄까요..

    80년대에 유행했던 사이버펑크는 말씀하신대로 이제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흐름입니다..
    뭘 덮어씌워도 베이스가 어색해요~~
  • 로그온티어 2018/09/29 08:29 #

    소설이라면 뉴로맨서나 필립K딕 같은 거 말씀이시군요 (...)

    소설 사이버펑크 작품들은 몇 단편 읽고 그 암울함 때문에 엄두도 안 나던데 ;;;;
  • 무명병사 2018/09/29 20:05 #

    그런 점에서 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철학적인 고찰이 하고 싶으면 책을 보든가 다큐멘터리를 보라고, 무슨 나이트클럽 한 가운데에서 설법하는 걸 보기 좋다고..!
  • 로그온티어 2018/09/29 21:17 #

    좀 쉬쉬하고 싶은 부분이군요. 내가 진지한 것을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는 쾌감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르시시즘같은 거요. 내가 막 철학적인 고뇌를 하는 것이 남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된 듯 하고, 좋은 선택한 것 같고, 지적여지는 것 같은 그런 쾌감이요. 그래서 요즘 게임들이 적당한 고찰을 집어넣고, 게이머들도 그걸 좋아하는 겁니다.

    ...진실은 이미 고찰 끝난 명작들에게서 레퍼런스만 따온 껍데기를 보고 열광하는 그냥 허영심만 가득한 스노브판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보잘 것 없어지는 진실을 바라보긴 힘들어요. 자신이 좋아하던 작품이 지적당하면 좀 과도할 정도로 반발심이 일어나는 이유기도 합니다. 다만, 사람은 매우 똑똑해요. 머지않아 자신의 행동에 회의심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반발감이 든다면, 그 사람은 변합니다. 게임이라면, 그 사람의 취향이 달라질 겁니다.

    제가 쉬쉬하는 이유입니다.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해서 사람에게 회의심을 가지게 할 이유는 없잖아요. 나는 쟤들이 뭘 원하는 지를 알고 있고 그 과녁에 온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꽂아 넣으려고 활 시위를 당기고 있는데 친구더러 저 과녁을 흔들어보라고 하긴 좀 그렇잖습니까.
  • 풍신 2018/09/29 20:57 #

    저도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는 솔직히 숨막혀서 싫고, 털털한 엉망진창 경찰 활극 느낌의 원작이나 그 분위기가 살아있는 SAC을 더 즐겁게 봤고, 더 나아가 훨씬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의 홍각의 판도라 같은 것이 더 취향에 맞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09/29 21:19 #

    전 [닥터슬럼프]요
    [사이보그 네로]나
    [록맨 에그제]



    ....아! [꼬마자동차 붕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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