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모조 └ ADV/퍼즐





바퀴벌레 같은 인간이 바퀴벌레가 되버리는 저주에 걸린다면?

[배드모조]는 카프카의 [변신]의 이런 아이디어를 차용하지만, 철학적이고 의미가 깊은 작품은 아닙니다. 매우 직접적이고 장르적 쾌감으로 드러내는 것에 치중한 작품입니다. 게임 속 모든 표현이 정말 B급 영화를 넘어선 직접적이고 과장된 표현으로 우스꽝스럽거나 혹은 징그럽게 표현되어 있어요. 암시적이라고는 전혀없고. 결말에 대한 떡밥과 캐릭터 클리셰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어요.


한민관

이렇게 유치할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는 과장에 클리셰 덩어리라 각본적으로 볼만한 건덕지는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몰라도 스토리를 뉘앙스와 표졍연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가능해요. 동시에, 아예 크게 과장해서 이건 이것만의 맛을 만들어냅니다. 과장된 연기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력은 기이한 재미를 자아내요.

게임의 그래픽은 실사를 도트로 리터칭한 것입니다. 실사에서 좀 색이 많다하면 도트로 리터칭해서 톤을 잡아준 덕택에, 저해상도라도 명료하면서 실사의 디테일함도 살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잘 살린 '실사 이미지'로 뭐하냐고요? 징그러울 정도로 엉망인 배경을 잘 살려냅니다.



게임 속 모든 배경들은 상당히 징그럽고 더럽습니다. 녹슨 기구들과 소스범벅인 배경과 담배꽁초들,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 더미, 잘 정돈되지 않은 방까지... 현실이라면 손도 대고 싶지 않은 난장판을 만들어놨어요. 그리고 플레이어는 바퀴벌레로서 이 쓰레기를 헤집고 다녀야 합니다. 혹은 쓰레기를 움직여 퍼즐을 풀어야 하기도 하죠.

덕분에 '실생활 그로테스크'를 살려냅니다. '실생활 그로테스크'가 가득한 게임 속 맵은 보통의 도시인들이 버리고 먹고 남기고 잊어버린 흔적들로 만들어진 징그러운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생활 쓰레기와 쓰레기를 만지면 회상씬이 뜸을 통해 주인공들이 어떤 일이 있었는 지 유추할 수 있고, 동시에 무너짐 심리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상실감에 빠지거나 마음이 동하면 자연히 주변 정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 방이 엉망이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남겨진 흔적들로 이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 어떤 심리를 가졌는 지를 유추해볼 수 있는 셈이죠.



[배드 모조]는 게임인데, 떡밥이니 스토리니 얘기를 계속 하고 있군요.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 게임의 디자인에서 빛이 나는 부분은 것은 스토리텔링이거든요. 솔직히 게임의 메카닉과 관련된 디자인은 모두 엉망입니다. 거진 FMV떡칠이고 방향키로만 할 수 있는 단순한 컨트롤에, 퍼즐도 단순하고, 게임도 짧고, 맵은 넓지만 대다수의 맵은 존재 의미가 없고, 가끔 저기가 입구인지 뭔지 애매하기 알기 힘든 장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검게 변하는 버그도 잦죠.

하지만 스토리와 그에 대한 표현력은 매우 정교합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낄 감정선에 대해서는 매우 치밀하게 디자인되어 있거든요. 바퀴벌레의 위태로운 삶과 주인공의 현 처지, 주인공이 알게 모르게 방안을 돌아다니며 여러가지 사실들과 흔적을 발견하는 상황들. 돌아다니며 비밀을 모두 찾지 않아도 게임을 클리어하거나 전체 맥락에 해가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비밀을 알아도 전체 맥락에 변화는 없지만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뭔가가 더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거기에 결말의 선택을 유저의 손에 넘겨주는 자율성까지 있어요.

[배드 모조]는 게임 속 유저와 세상의 대결에 대한 심오함보단, 게임 속 상활과 그를 발견하는 유저의 감정에 대한 화학작용에 관심을 크게 두는 편입니다. 그런 게임이고, 몇몇 심리적 디자인은 지금 봐도 의미가 있습니다.

만일 90년대 어드벤쳐 게임을 추천하라면, [배드모조]는 분명히 리스트에 있을 거에요. 어드벤쳐로는 너무나 가벼운 퍼즐 디자인을 가졌지만, 자유롭게 탐험을 하며 느끼는 어드벤쳐의 의의 중 하나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거든요. 쉽게 접근하면 쉽게 말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깊게 가면 또 의외로 깊은 점도 많은 게임입니다.













PS.
재밌게도, 바퀴벌레가 되는 샘스 역을 맡은 마이클 서머스는 오랜 후에 [센스8]에서 버그(Bug)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