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드는 자는 게임으로 말해야 한다 게이머의 신조

내가 아는 분은, 말하지 말랬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말이 아닌 게임으로 말해야 한댔다. 그게 클로저스 사태 일어나기 몇 개월 전의 강의에서 어떤 교수님이 한 이야기였다. 나는 그 전까지 말을 잘해야 게임을 남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말 한마디가 사실 내 맘을 바꾸었다.

현재 세계 유명 개발자 몇몇이 말 때문에 신임을 잃고 있다. 다만 나는 그들이 PC하냐, 언행이 얼마나 한심하냐는 관심이 없다. 있다더라도 잠깐 놀리고 싶어서 같이 손가락질 하며 놀릴 뿐이지, 깊게 분노할 필요를 못 느낀다. 내가 멍청한 걸지도 모르지, 내가 분노하지 않으면 언젠가 PC함에 빠진 개발자들이 창궐할 지도 모르니까.

근데 난 그게 또다른 PC함 같다고. 정치질 시작한 건 그 사람들이 먼저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저까지 정치질할 필요가 있나 싶다. 만일 PC한 요소 때문에 게임이 이상해졌다면, 그건 그 요소가 어떤 이유로 게임과 맞지 않아 사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만일 내부 기획자나 개발자가 더러운 언행을 하고 다닌다면, 그건 그 사람의 인성을 탓해야지 게임의 결과물을 비난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살 때, 걔가 뭔 말을 했던지는 상관안한다. 게임이 죽여준다면, 나는 개발자 인성과 PC함은 게임과 별개로 둘 것이다. 게임이 죽여 재밌다면, 난 그 게임을 살 거야. 인성은 시원찮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잘 만든 게임이에요. 그러고 말겠지. 세상에는 인성이 좋지만 쓰레기같은 게임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데 그렇다고 그 사람 인성은 좋지, 라며 그 게임을 좋게 평한다면 그것도 당연한 일은 아니잖아. 아무리 개발자가 사람이 좋아도, 쓰레기같은 게임에 시간을 낭비하면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라.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불매운동은 일단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 뭐 그런 생각. 나는 솔직히 사회현상보다는 게임에 관심있고, 사회현상에 관심 가지는 이유는 사회현상이 이루는 어떤 세계관을 게임에 접목하면 어떤 흥미가 일어날까에 관심있기 때문에 가끔 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사회적 정의구현을 게임으로 대리실천한다는 개념보다는, 말초적인 것에 집어넣는다. 혹은, 하나의 확고한 세상 속에 개인(유저)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다. 즉, 게임 속 정의감으로 사람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 시선(정의)을 포교하는 짓이니까. 근데 내 시선이 얼마나 한심할 줄 알고? 차라리 내 시선을 정의해두면, 그 시선에 동조하든 말든은 유저의 선택에 따르게 하고 싶다. 그게 내 생각이다.

워렌 스펙터가 게임이 잔인해져 가는 게 싫다고 발언했고, 유저가 폭력에 관심을 두지 않고 끔찍하게 보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했을때, 그가 싫었다. 나는 유저가 폭력을 갈망하든 말든 상관없다. 게임은 게임이니까. 즐기자고 하는 건데 파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취향이 한심하고 거지같은 건가? 근데 그래서 그의 작품을 싫어하진 않는다. 이것들은 끝내주게 재밌거든!

같은 사례로 얏찌도 싫어한다. 그는 콜오브듀티를 매너리즘과 군사주의가 팽배한다고 매우 싫어하는데, 내가 콜오브듀티하면서 전쟁을 찬양했던가? 그랬나?;; 난 그 게임의 싱글플레이 매너리즘은 싫지만, 멀티플레이와 멀티플레이에서 다양하게 노는 유저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낸 콜오브듀티를 호평한다. 놀 수 있는 것과 그 만족감에 대한 게임을 나는 원하고 칭찬하기 때문이다.

근데, "PC함을 지닌 게임은 포교를 하려 드는 게임이고, 당신은 포교하는 게임을 만들려 들 지 않으면서, 이 PC함을 포교하는 게임들을 왤케 심각하게 보지 않느냐"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변할 거다. "남이 나에게 폭력을 휘두른다고 내가 그 사람에게 폭력을 '꼭' 휘둘러야 하나?" 적당한 제압은 하겠지만, 내 화를 표출하는 폭력은 나에게 무의미한 짓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휘두른 놈이 병신인 건데, 내가 걔따라 병신이 되라고? 아뇨. 전 그렇게 애미뒤진 새끼 아닙니다. 나름 효도하는 남자라구여. 아무튼 그렇기에, 평할 때는 그냥 게임만 보고 나머지는 무시하려고 한다. 만들려고 할 땐, 내 사상은 배제하거나 니가 꼴리는 대로 해라식으로 만들려는 편이고.

만일 개발자 정신세계가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반영되었다라면 일단 따로 언급은 하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냥 신경쓰고 싶지 않다. 무관심이 아니라, 나는 그냥 따로 신념을 가지고 있는 거라. 왜냐하면 나는 발전을 좋아하고, 그 발전적 요소가 어디에 있을 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만일 PC함으로 가득차도, 그 게임에 발전적이거나 괄목할 만한 구석이 있다면, 일단 노트는 해놔야 할 거 아냐. 그리고 분석해서 어떤 게임을 더 나은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된다면, 당장 차용해야 하니까.

다만 가끔 명작은 깐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명작에 대한 존중감이 없거든. 왜냐하면 게이머 중에는 가끔 자기 경험을 뻥튀기하는 부류가 많아서, 남이 심드렁한 파트가 왜 그리 대단한 지를 열성적으로 설득하려 하는 유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게이머 특성이라기 보단, 어떤 사람들의 특성에 가깝고, 그들이 게이머에 속해있는 것 뿐이지만.) 그래서 해설을 듣고 보면 "어, 이거 꽤나 대단해보이는데?" 라는 착각의 순간이 온단 말이지. 그래서 보기보다 평이 좋아졌고, 명작이 된 게임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혹은 스토리 화법에 홀려서 게임이 뭔 짓을 했는가가 눈에 보이지 않았거나.

이걸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난 꼭 다 깨기 전에 일부러 죽어서 내 스스로에게 고통을 준다. 그러면 그 스테이지의 진실이 보이거든. 이야기가 게임을 살렸는 지, 게임이 이야기를 만들었는 지는 해봐야 하는 거다. 마치, 게임 개발자는 게임으로 말을 해야한다는 교수님 말처럼. 그리고 지금 보듯이, 나는 말을 지지리도 안 듣던 학생이었지. 하지만 그 말을 믿을 뿐.


덧글

  • 주사위 2018/11/09 18:05 #

    게임이든 뭐든 취미영역은 개인취향이 중요합니다.

    위쳐3 유명하고 할인하길래 샀다가 한 5시간하고 방치중... 욕 많이 먹은 진 삼국무쌍8는 몇일 전에 무료 공투판 있길래 해보니 꽤 재미있더군요.

    더 다듬고 잘 만들면 액션중심의 삼국지 시뮬게임이 될 수 있을거 같습니다.
  • 로그온티어 2018/11/09 12:56 #

    반가워요 저도 위처3가 안 맞았어요 (...)
  • G-32호 2018/11/10 20:25 #

    근데 이번 pc사태는 pc라는 놈을 지킨다고 발작하다가 게임이 개판이 된 경우란 말이죠.

    그렇게 시대 설정 다 무시할 거 같으면 스팀펑크물로 내놓으라고 2차대전물이라고 눈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 로그온티어 2018/11/11 00:51 #

    내가 어릴 적에 PC란 퍼스널컴퓨터란 뜻 밖에 없었는데
    데커드 : 그럼 상황을 왤케 복잡하게 만드냐!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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