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바다 //영화광

제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정확히 사실을 알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현실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문제들로 가득차있는 지를 느끼기에, 다큐멘터리만한 게 없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를 보는 거죠. 그래서 저는 다큐멘터리의 정치색과 설득은 관심없습니다.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했느냐, 어떻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냐를 두고 다큐멘터리를 보죠. 사실을 알고 싶다면 뉴스를 보면 됩니다. 혹은 해당 문제를 제대로 다룬 칼럼이나 논평, 논문을 읽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이유는 그 이야기를 누군가 맛깔나게 들려주길 원해서 입니다. 다큐가 오히려 팩트만 전달했다면 오히려 재미없었을 거에요. 유명하고 호평받은 다큐멘터리들은 나름의 화법을 가지고 재미나게 조리했기 때문에 호평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팩트가 다가 아니라는 증거가 거기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본질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가지고 얼마나 재밌고 감성적으로 조리했느냐가 문제입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 평하는 것에 관해 꺼려하는 걸 보았는데, 조심스러운 것은 이해가 갑니다. 이 사건은 여간 작은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냉정하게 말해서 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의 진위여부나 정치적 해석 여부, 팩트 여부가 민감하다면 사실을 어떻게 조리했는 지에 관해서라도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민감하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다는 발언은 솔직히 평론가로서는 안일한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어떤 다큐멘터리든, 어떻게 전달하려 하는 지에 관해 신경을 쓰거나 좋은 연출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큐멘터리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의 요소가 어떻든지 간에요.

말했죠.
팩트만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영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팩트를 담은 글만을 전달하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날, 바다]가 팩트를 전달했음을 넘어서 이 영화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 지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평할 겁니다. 여담으로, 서두가 꽤 길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민감한 소재는, 자칫 지나치게 감정적인 해석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에, 이 글은 어떤 것에 대한 글이다라고, 계속 내용 환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오해한 정치적 공격이 들어올까봐 미리 오해를 방지하려 막아놓은 방지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그날, 바다]는 제게 완전히 만족스런 다큐멘터리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첫째로 감독 본인이 나와서 직접적으로 인터뷰하듯이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매우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감독이 코멘터리랑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거랑 구분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직접 모습을 드러내서 이 이야기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다라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 뿐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제작기를 설명하고, 자신이 어떤 태도로 프로젝트에 임했는가를 설명하더군요. 근데 [그날, 바다]를 보러 온 관객들은 감독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기 위해 온 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했어야 할 일은 그냥 묵묵히, 자신이 발견한 것을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지 '내가 뭔 노력을 했다'는 아니라고. 그냥 설명은 정우성에게 맡기고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무엇을 발견했다->이러면서 자료화면과 엮어도 됬을 거라는 생각만 듭니다. 혹은 그 발견하는 상황을 촬영한 장면을 기록한 (재연이 아니라) 것을 그대로 보여주며 설명하거나요. 일단 보통은 그렇게 하잖습니까. [데몬하우스]에서는 감독이 직접 내레이션을 넣고 직접 설명을 하며 안내를 해주긴 하지만, 직접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는 걸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그전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영상/편집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했죠.

단순한 실수지만 길게 뽑은 이유는 그냥 감독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게 싫어서요. 감독이 아니라 제작팀 전체가 같이 만들어가는 건데, 감독이 프론트맨으로 서서 나 혼자 다 해먹음이라고 공지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혀 흥미롭지도 않구요.

그리고 김어준씨가 경찰서 끌려갔다 나오는 이야기는 왜 나왔나 싶습니다 (...) 경찰서 나오는데 [베테랑] 브금과 비슷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는 내가 지금 영웅서사를 보고 있는 건지 세월호 관련 다큐를 보고 있는 건지 느낌이 애매할 정도였어요;





다만 [그날, 바다]는 이런 어색한 부분을 벗어나면, 매우 좋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시각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재연을 적당한 순간에 뒤섞어내어 흥미를 강하게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프닝은 강렬합니다. 두리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월호의 모습을 재연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는데요. 뉴스를 답답함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장면일 뿐더러, 이 다큐멘터리의 감정을 강하게 어필하거든요. 솔직히 후에 감독이 구구절절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오프닝 하나만으로 모든 동기와 방향과, 다큐만의 감정이 전해집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정을 배제한 사실적인 연출, 정우성의 약간은 비장한 듯 덤덤한 내레이션으로 긴장감을 조금씩 올리는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막막함을 선사합니다.

중후반에 세월호의 행적을 시간과 노트(배의 속력)와 기록을 HUD와 CG, 증거 영상, 증언을 뒤섞어 보여주는 부분도 압권입니다. 복잡할 것 같지만 순서적으로 설명하기에 산만하지 않고 깔끔하지만 속도감이 넘쳐요. 또한 비극으로 천천히 말려들어가는 느낌을 강렬하게 어필합니다. 행적에 대한 미스터리가 (미싱링크) 풀리는 순간이기 떄문에 퍼즐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도 선사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날, 바다]는 퍼즐을 짜맞추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오프닝에 강렬한 감성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걸 하나씩 풀어나가고, 다 풀어내어 알아낸 사실을 순서적으로 설명하고,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남겨두고 뜸을 들이다, 끝내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끼워넣으며 클라이막스를 내거든요. 다큐 자체는 미스터리 추적극과 비슷한 양상을 띕니다. 다큐멘터리가 사실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만일 페이크다큐였다면, 이 다큐는 훌륭한 미스터리 재난물이 되었을 거에요. 그 정도로 정돈되어 있고, 흥미진진하게 스텝을 밟아가며 관객을 발견의 세계로 인도하거든요.






연출에 대한 평은 이야기가 끝났고,
아래는 그냥 사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날, 바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컨텐츠 크리에이터로서는 사실, 현실을 다룬다기 보다는 어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게 실제 상황이 아니었다면, 위에 썼듯이 정말 좋은 미스터리 재난극이 되었을 거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만든 작가는 아마 상도 받고, 영구적으로 명성을 얻었을 지 모릅니다. 재난에 정부은폐극까지 뒤섞인 스릴러는 사실 그리 많진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참 묘했던 겁니다. [그날, 바다]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은 흥미진진했지만, 듣다보니 어째 가상 이야기를 현실이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겁니다. 단순 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이야기였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쓰긴 민감하지만, 이야기는 너무 흥미진진했습니다. 비극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관해 내가 죄의식을 느껴야 할 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두어야 할 지도 애매한 감정이 들 정도로요.

먼저 서두에 제가 썼죠. 다큐멘터리의 화법에 대해서만 평을 할 거라고. 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화법과 극적효과가 너무 좋아서 그 흥미진진함에 들어서다, 다큐멘터리가 끝나면 그 모든게 내가 맞댄 현실이라는 점에 기분이 기이해지는 거죠. 정말 기이했습니다. 그냥 정말 기이했어요.


덧글

  • TomiParker 2018/11/09 22:41 #

    구역질나는 정치 선동 영화~ 세월호 이슈도 정치화되었고~ㅎㅎ 그저 남은건 추악함 뿐~
  • 로그온티어 2018/11/10 02:12 #

    그러니까 재미로만 본다고 썼잖앜
  • G-32호 2018/11/10 20:22 #

    정치영화는 보면 속이 아파서...
  • 로그온티어 2018/11/11 00:48 #

    전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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