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 └ 일상의발견

내가 골목식당 안 보는 이유가 2가지 있다. 하나는 출연자가 짜증나서고, 둘째는 백종원 씨 하는 말이 정곡을 찔러서다. 나는 요리를 할 것도 아닌데 왜 정곡을 찔리는가 싶냐면, 내가 그렇게까지 노력하진 않으니까 (...)

사용자의 입맛에 맞춰줘야 한다는 점에서 요리와 게임제작의 공통성이 느껴지곤 한다. 물론 같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노력해야 할 부분이 비슷하다고. 계속 테스트를 해보고, 만들고 먹여보고, 먹어보고, 하면서 계속 연구를 해야 그제서야 깊은 맛이 나온다. 맛있는 게임을 배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게임이 왜 맛있는지, 어떤 조그만 양념이 맛을 달리 하는지, 조미료는 어떤 것을 썼을까를 계산하면서 만들어야 하고, 남의 게임을 배껴봤자 그 게임의 세컨드가 될 뿐이라, 내 게임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에 제약이 세진다.

또한 내가 사거나 제작한 리소스의 가치를 십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리에서는 재료 대비 깊은 맛을 내는 게 중요한데,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료를 엄청나게 첨가하거나, 아니면 이것저것 화려한 것을 쳐넣는다고 뭔가 맛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으니까. 용량이 많다면 소비자가 부담될 것이기도 하고 규모가 클 수록 가격도 쎄진다. 그렇기에 오히려 재사용하게 해서 현상에 익숙하게 만드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너무 반복시켜서 느끼하게 만들면 안되고... 여튼 리소스 재활용은 그 나름대로의 심오함이 있다. 마치 재료 활용도처럼.

익숙하지만 고유의 깊은 맛이 있을 때 성공한다는 점도 비슷하긴 하다.
남의 입맛 생각 안 하고 지꼴리는 대로 만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에 대한 부분도 비슷하고 (...)
보는 맛도 맛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

그러니까 결국은 이 계열도 연구만이 답이긴 한데, 내가 최근에 그렇게 노력했는가? 말한다면 그건 아님. 뭔가 계속 구상하고 비평을 해왔지만, 제작에 있어서 역량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생길정도로 엄청 개발에 열을 올렸던 건 아니니까. 그냥 코드 한 줄 쓰고 딴 거하고, 코드 한 줄 쓰고 딴 거하고 그랬지 (...) 그러면서 어떤 인디개발자는 게으르다고 툭툭 깠지 (...) 사실 그것들이 성찰하듯 쓴 글이었긴 하지만 (...)

마지막으로 내가 (...) <- 이걸 많이 쓴다는 건 매우 자신을 주의하고 있단 뜻이다.
즉, 지금도 슈퍼에고가 마구 발동하고 있다는 소리임.
골목식당 이야기만 나오면 슈퍼에고가 마구 돈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혼나는 게 출연자가 아니라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뭐하고 있는가라는, 정신이 번쩍든다고. 사람들은 출연자 갑갑하다고 까는데 나는 전혀 그러질 못하겠어. 내가 출연진을 까면, 간혹 그 화살이 멀리 되돌아와 나에게 꽂히니까. 물론 나도 이해못할 출연자가 있긴 하지만, 어떤 출연자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아무튼 출연자가 답답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나는 내 계열에서 또 얼마나 답답한 짓을 했는가라는 생각이 발동한다. 보는 것이 그런 성찰적 생각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뼈가 아프다. 그래서 사실 잘 못 보겠다;;

이렇게 보면 묘한 게, 무언가 나를 움직이기 위해 호통을 꼭 먹어야 한다는 소리같기 때문. 근데 그건 아니다. 하고 있어도, 나도 모르게 딴 길로 새는 때가 있잖아. 마치 졸음운전처럼. 그때 누군가 호통을 쳐야 사고 나지 않고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것 처럼, 필요하지만, 근데 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는 거지.

처음에 내가 출연자가 짜증난다 썼다. "아니, 출연진을 보면서 죄악감을 느낀다면서, 왜 짜증을 내냐" 고 말하신다면... 이런 걸 보다 보면 내 흑역사가 기억나서. 가끔은 내가 짜증나게 굴었던 게 생각나버려서, 그 스트레스에 짜증이 솟는 거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듯 하다;; 내가 잊으려 했던 흑역사를 떠올리고, 괜찮아 지금은 안 그러니까라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나에게 없던 일, 남일인양 묻어두고 나는 퍼펙트한 사람이라고 되내이고선, 저기 내 자존심의 실체를 덜컥 드러낸, 모자란 사람을 까는 게 훨씬 맘 편하고 쉬운데. 나는 처음엔 그렇게 봤다. 하지만 결국 슈퍼에고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당신을 현실로 끌어내린다. 결국 고통받게 되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저걸 보면 나는 정말 고통받는다 (...)
.........


저처럼 다른 의미로 고통받는 분들 찾습니다.


덧글

  • G-32호 2018/11/10 20:18 #

    훈계가 컨텐츠인 방송은 보면 매번 그런 감정에 휩싸이지 말이죠
  • 로그온티어 2018/11/11 00:46 #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
  • 무명병사 2018/11/11 01:15 #

    저는 골목식당을 보면 "아 C발 어쩌라고요"하면서 '넌 그냥 광고만 해주면 되니까 건방지게 나대지 마' 식으로 배내미는 작자들이 꼴보기 싫어서 피하게 되더군요. 지구 반대편이었다면 육두문자가 난무해서 속이라도 시원할텐데
  • 로그온티어 2018/11/11 01:28 #

    .....그 사람들이 어찌 살든 저는 상관 안 합니다.
    단지, 일단 난 그렇게 살기는 싫음;;
  • bullgorm 2018/11/11 01:31 #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려던 부분이었는데.. 쉿!
  • 로그온티어 2018/11/11 01:33 #

    앗!
  • Barde 2018/11/11 03:41 #

    잘 읽었습니다. 노력 없이 성공하는 분야는 없겠죠. 모두가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니 재능이라는 팩터를 언급하게 되는 것도 필연입니다. 다만, 그것도 노력을 안 해 보면 재능의 강도(intensity)를 알 수 없으니 결국에는 해 봐야 압니다. 저는 골목식당을 안 보지만, 백종원의 메시지는 결국 ‘성실함과 재능 둘 중에 하나가 없다면 자영업에 뛰어들지 말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재능을 더 사랑하긴 합니다만…
  • 로그온티어 2018/11/11 11:52 #

    저는 재능이 있어도 광기어린 성실함이 동반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 예전에 사업하시던 사장님들을 봤는데...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 그냥 둘 다 있거나 광기어린 성실함 하나만 있어도 된다고 봐요.
  • Barde 2018/11/11 16:37 #

    재능의 아름다움이 성실함의 살을 덧붙였을 때 최고로 아름다워진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삶은 뭐... 조금 다른 문제 같고요.
    여담인데 아는 교수가 언제나 술자리에서 하는 말이 비트겐슈타인처럼 살고 싶다는 건데, 저는 비트겐슈타인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
  • 로그온티어 2018/11/11 18:39 #

    저도 천재처럼 살고 싶진 않습니다. 호빵맨 작가가 말한 게 기억나는 군요. "늘 최고가 아니라 적당한 5~6등에 머무르고 싶다"고 한 말이었는데, 저는 거기 공감합니다. 아마 Barde님도 동의하실지 모르겠네요 ㅋ 전 그냥 내내 조금씩 발전은 하면서 유유히, 사는 것이 무엇인가 알아가고 싶어요.
  • Barde 2018/11/11 20:29 #

    그런데 호빵맨 작가는 만화계의 초일류가 되었다는 점에서 모순 아닌가요? ㅋㅋㅋ
  • 희나람 2018/11/11 15:13 #

    저의 경우는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별로라고 생각하고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네요.
    그나마 프로그래밍이란 전문성은 놓지 않고 여기까지 온게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 로그온티어 2018/11/11 18:37 #

    저도 별로라서 버린 것이 많아요. 그 와중엔 알리기 부끄러워서 말안한 프로젝트도 많지요. 올렸다 지운 것도 많고 -ㅁ-;;
    그러면서 아주 쪼금이라도 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듭니다. 결국은 1이 되는 무한급수처럼요.
  • 소심한 하프물범 2018/11/11 18:01 #

    고벳소프트 사이트제작 해드립니다.
    http://gobet-soft.com/
  • 로그온티어 2018/11/11 18:43 #

    ...나름 PPL인데(?) 기프티콘이라도 주심 안 됨니까
    안주면 삭제할 거여요
  • bv 2018/11/11 19:02 #

    저런 지적은 다 기본적인것들이라 더 할말이 없어지는듯 합니다... 그럴때 변명하다가 스텝 꼬이면 구차해지고 집가서 이불 발로차고 그러죠ㅋㅋ ㅠㅠ 그래도 자기 분야에서 스스로 쪽팔리게 만들어주는분은 꼭 필요한거같아요
  • 로그온티어 2018/11/11 19:07 #

    "변명하다가 스텝 꼬이면 구차해지고 집가서 이불 발로차고 그러죠"
    님은 제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리시는 군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아아아아아

    그나저나 그말도 맞습니다. 쪽팔리면서 담엔 가오살게 그러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좀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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