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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디자인에서 내놓은 플랫포머 게임. 문을 통해 2개의 레벨을 오가는 구조에, (설정 상 현재 맵의 반대편 쪽으로 들어갑니다.) 그 레벨 내부에도 2개의 사이드가 있어서, 각 사이드(노선)를 번갈아가며 장애물을 피하거나 길을 찾아가야 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레벨이 기존의 플랫포머 보다는 복잡합니다. 길찾기 요소가 강한 편이죠.

보통의 플랫포머가 감각 파고들기형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이 게임은 미로같은 레벨을 헤쳐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점프 시스템이 색다른 것도 아니고, 점프와 사이드 이동할 생각만 잘해도 클리어 할 수 있으니까요. 플랫폼도 이동하는 플랫폼이 적고, 현란하게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레벨은 미로같지만 퍼즐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점프퍼즐도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없고요.

이런 플랫포밍의 단조로움을 해결하는 것은 매 레벨마다 등장하는 새롭고 아스트랄한 적들입니다. B~C급 영화 레퍼런스들을 죄다 끌고와서 아무렇게나 주조한 듯한 괴물들의 예상할 수 없는 공격 패턴과 (처음에만) 갑툭튀하는 요소 땜에 레벨을 그나마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요.

생각해보면 이상하죠. 미로같은 레벨 구조와 사이드이동 & 양면 이동의 특성을 보면 이들은 퍼즐 가득한 (점프퍼즐 포함) 횡스크롤 미로찾기를 구상하려던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퍼즐은 약소하고, 적들과 함정의 예상치 못할 패턴에 의존하는 게임이 되었다니. 거기에 사이드 이동과는 별개로 게임의 테마는 '영화 스튜디오'입니다.

게임 배경이 영화 스튜디오라는 점은 메가드라이브판 애니메니악스에서 처음 만났던 설정인데, 게임 안에 다채로운 배경이 등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환영하는 컨셉이었습니다. 스튜디오라는 설정 아래 암거나 넣어도 되기에, 아무거나 나올 수 있고, 그래서 다음은 뭐 나올까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거든요. 다만 뭐 그땐 멋모르고 배경에 환장했을 때라 (...)

그나저나, 게임을 만들 때, 이런 열린 배경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부게임을 제작하는데 총잡이에 대한 아이디어가 고갈된 겁니다. 심지어 예상하던 스펙에도 너무 못미치는데...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내다, 프로그래머가 버그로 순간이동하는 적을 만들어버립니다. 그걸 보고 어? 재밌는데? 라며 기획자가 외치며, "이거 넣자"고 제안합니다. 근데 어쩌죠? 지금 우린 배경을 서부로 정했고, 리소스도 다 그걸로 짜놨었는데. 사실... 답은 그래픽 컨셉을 뒤집어 엎는 겁니다. 그래픽 보고 다시 그리라고 하고 프로그래머에게 관련 적 클래스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그럼 그래픽은 엄청 불만이겠죠. 지금껏 만들던 걸 다시 그려야 하니까. 그래서 제가 전에 관련 포스팅했을 때, 스토리 먼저 짜지 말라고 한 거에요(...) 그런 불상사 때문에 누구는 업무 과잉 사태에 시달리고, 누구는 노는 일이 발생하거든요 (...)

물론 다시 그리지 말고 외계인 등장시켜서
중후반에 급 SF로 선회하는 B급 게임으로 전향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여튼, 스튜디오라는 설정을 붙이면 한결 편해집니다. 뭘 집어넣든, '여긴 다른 스튜디오야'라고 퉁치면 되니까요. 외계인, 유령, 총잡이, 배럴... 뭐든 간에 배경 컨셉만 뚝딱 맞춰서 붙이면 됩니다.

그래서인지, 게임의 1스테이지 내에서 오가는 2개의 레벨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테이지 레벨, 백스테이지 레벨. 스테이지 레벨은 레벨 특유의 컨셉에 맞춰 낸 그래픽 배경으로 붙어있고, 백스테이지 레벨은 말 그대로 백스테이지 레벨입니다. 그냥 무대 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따라서, 모든 레벨의 백스테이지 레벨은 그냥 다 똑같습니다. 같은 배경타일을 공유하는 셈이죠. 뭐, 백스테이지의 모습이 다를 건 없잖아요!

그래서, 이 구조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마구 접목해서 새로운 느낌의 스테이지를 완성하기 편합니다. 레벨디자인 컨셉만 준수하면, 아무거나 제작해도 무방해서, 분할 업무를 시켜놓고 맞춰보았을 때 뭔가 서로 컨셉의 합이 맞지 않는다 싶어도 '영화 스튜디오 잖아.'라고 퉁치면 됩니다.

제 생각에 [프리미어]는 게임을 빨리 만들어야 했거나, 아니면 초반 컨셉을 엎느라고 후반에 빨리 만들어야 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빈약한 점프/레벨 퍼즐에 해괴한 적들이 마구 등장하며 함정 구조에 레벨의 intense함을 맡겨버린 것 때문입니다. 심지어 보스전은 사이드 이동을 쓰지 않고, 여러 nes 플랫포머의 클리셰를 사용한 보스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유의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것을 활용하지 않는 클리셰를 그것도 가장 중요할 보스전에 썼다는 말은 레벨디자인을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말이 되지 않나 싶은 거죠.

물론 제 추측입니다만, 어쨌거나 [프리미어]는 인스턴트 같은 게임처럼 느껴졌습니다. 당분간은 인상이 오래남는 인스턴트 클래식이 아니라, 라면이요. 레벨 구성은 보기 드문 방식이라 신랄하긴 하지만,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흠입니다. 그래서 클리셰와 엉뚱한 레벨 컨셉에만 의존하고 있으니까요. 상상력으로 무장한 엉뚱한 레벨은 나름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그것이 게임 속 기능의 활용도를 더 다채롭게 하는 방안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에,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발견할 만한 것이 더 없어서, 게임 플레이가 제자리걸음 격이 되자 관심이 즉각 환기됩니다. [프리미어]는 그런 단점이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사이드이동이란 생소한 기능을 넣을 걸 보면, 과거에 많이 쏟아져 나왔던 플랫포머에 비해서는 뭔가 해보려고는 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글

  • TomiParker 2018/11/14 06:47 #

    아니ㅋㅋㅋㅋ 저기요ㅋㅋㅋ

    이미 리소스랑 코드 다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일개 기획자가 지 머가리 딸리는걸 가지고 어디서 주워들은 개드립 재밌는데 게임 컨셉이랑 안맞으니까 지금까지 해온거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만들자고 하면ㅋㅋㅋ 걍 글 보면서 엥~ 그게 어떻게 답이 돼? ㅋㅋㅋ 이 생각만 드네.

    차라리 이번 프로젝트는 그대로 가고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해보기~ 그런걸로 대개 가는거지ㅋㅋㅋ 뭘 다 뒤집어 엎어요 예산과 시간이 진짜 존나 한가한 팀이면 모를까.
  • 로그온티어 2018/11/14 12:29 #

    근데 그런 말이 안 되는 것이 벌어지는 곳이라고; 모든 곳이 다 그렇진 않지만,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해보기는 커녕 죄다 휴지통으로 집어 넣어버릴 수도 있어;
    내가 쓴 사례는 가상의 시나리오고 약간 어이없는 건 알겠는데, 그나마 최상의 시나리오라니까
  • G-32호 2018/11/15 00:40 #

    문자 그대로 되는대로 만든 그런 게임이라는 거군요..
  • 로그온티어 2018/11/15 00:56 #

    되는대로는 아니고
    ....공업적인?;; 공장에서 찍어내듯 레벨을 짰다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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