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오브 크툴루 : 다크 코너 오브 디 어스 └ 액션/슈팅





코스믹 호러 FPS. 저 말이 역설적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게임이죠.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을 충실히 게임에 녹여냈는데, 생각해보면 당시로서도 도전적인 발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코스믹호러 요소를 집어넣은 게임답게, 어떤 구간은 총기류를 못 쓰게 만들거나 주인공이 지나치게 허약하게 만들고, 그렇기에 잠입요소가 강화되는 등으로 무력감과 독자적인 특성을 주려는 요소들이 즐비했으니까요. 심지어 금고 비밀번호 알기나, 주변 조사 같은 어드벤쳐와 퍼즐 요소가 박혀있기도 했습니다.

근데 이게 FPS 유저의 취향과는 완전 딴판인 겁니다. 당시 FPS하면 둠3 하프라이프, 콜오브듀티가 대표적이었는데 이 게임은 그런 주류 FPS 게임들이 흔히 차용하는 노선과는 상당히 달랐으니까요. 슛감도 미묘하고, 크로스헤어를 아예 없애버려서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과감함도 보입니다. 물론 어드벤쳐와 잠입과 FPS의 조합은 리딕 시리즈도 있었고, 이 게임도 호평받았지만, 이 게임도 그리 흥하진 않았죠.








어떤 유저들은 금고 번호 알아내기라던가, 아니면 주변을 관찰해서 단서찾기같은 요소들 때문에 어드벤쳐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는데 너무 쉽게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명백히 FPS가 주고, 어드벤쳐는 사이드일 뿐인 게임이에요. 어느 것 하나 치우치지 않고 그저 두 장르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즉, 온전히 FPS도 아닙니다.

사실 FPS 게임 주에는 아이템을 얻고 그 아이템으로 뭔가를 여는 요소들이 있긴 합니다. 그래서 그 게임들도 어드벤쳐 요소가 있는 것이냐라고 한다면, 그건 아닙니다. 어드벤쳐 게임은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보고 직접 시야로 아이템을 쓸 수 있는 곳을 관찰하며 상관관계를 유추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상관관계를 유추하는 데 있어 소모되는 관찰력과 자신의 관찰력과 직관에 대한 테스트와 심리적 보상을 받는 것이 어드벤쳐의 묘미죠. 하지만 이게 없으면 그건 어드벤쳐 요소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FPS 게임들은 아이템이 어디에 어떻게 이용되는가에 관해 크게 신경쓰지 않도록 만들어 두니까요. 심지어 인벤토리를 열 필요가 없는 게임도 있고요. 그러면 상관관계를 유추하며 사고단계까지 갈 필요 없이, 무의식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보통의 FPS게임이 아이템 넣는 이유느느 넓지 않은 레벨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게 만들어서 플레이타임을 늘일 구실을 제공하기 위해서 아이템 개념을 썼을 뿐입니다. 솔직히는요.



어쨌거나 [다크 코너 오브 디 어스]는 어드벤쳐 요소가 있습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액션 순간까지도 어드벤쳐 요소가 들어가요. 빠르게 주변을 관찰하고 회피할 것들을 찾아야 하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불친철함에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FPS지만 어드벤쳐 이야기를 깊게 하고 있긴 한데, 이 게임은 FPS와 어드벤쳐가 섞였을 때 어떤 시너지와 단점이 있는 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 안 이야기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 이 게임 디자인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이 말로 요약할 수 있어요 : 불 꺼진 방에 괴물이랑 열쇠놓고 알아서 탈출해라라는 식. 위기가 벌어지면 관찰을 해서 위기에서 탈출할 방법을 빠르게 생각해서 탈출하는 부분은 매우 훌륭한 디자인이긴 합니다. QTE보다 효과적이고 생존에 대한 보상도 강렬해요. 말로 들으면 대단하다 느끼지만, 직접 해보면 대부분의 게임이 QTE를 쓰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가중되었을 때는 사고가 경직된 상태라 사고를 하기 힘듭니다. 위기 순간에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그것도 이미 가이드라인을 따라 배운 단순 전투가 아니라 예외적 상황입니다. 이런 예외적 상황은 유저가 이전에 학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 학습하지 못한 예외적 상황을 게임에 집어넣으면 당연히 해결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울 겁니다. 심지어 이 게임은 호러에요. 당연히 호러블한 상황이 많습니다. 동시에 함정도 많지요. 그리고 이미 기존의 맥락을 돌파하는 예외적 상황도 많이 일어나니, 플레이를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짜증도 많이 나요.

그러나 단점만 있지는 않습니다. [다크 코너 오브 디 어스]는 갑작스레 벌어진 위기를 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그래서 자신의 관찰력을 통해 알아냈을 때의 자아 충족감이 큰 편입니다. 제가 언급한 어드벤쳐 요소와 그에 따른 심리적 보상 항목을 강화하기 위해 플레이의 흐름을 변칙적으로 두어 일부러 난감한 위기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때문에 낯선 환경과 갑작스레 조우한다는 코스믹호러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면서, 그런 공포에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으로 지력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는 자부심이 주는 오묘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즉, 장점과 단점을 고루 지닌 셈입니다.

그래도 가시적 맥락보다는 암묵적 맥락을 집어넣었으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레벨 패턴을 가지고 조금씩 다르게 변형시키며 레벨디자인을 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자꾸 무맥락 상황에 헤매다 보면 짜증이 확 치솟거든요. 말하지만, 게임에서는 분노가 공포를 이깁니다 (...) 그러니 조금 맥락을 넣어서 분노가 공포를 이기기 전에 게임을 넘어갈 수는 있게 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드는거죠. 이를테면, 특정 사물을 주변에 놓음으로써 관찰력을 소모해야 하면서, 동시에 아! 저거! 라며 자연스럽게 사고, 행동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실제로, 게임 내 개연성을 주는 부분들이 그렇게 잘 구성되어 있지 않아요. 오히려 나쁩니다. 이를테면, 잠입요소를 집어넣었으면서 그림자속에 숨어 있는데 적이 발각하는 부분이나, 점프해서 뛰어 나갈 수 있을 만한 난간에 보이지 않는 벽을 씌워놓는 등의 행동은 나빴습니다. 주변 사물을 관찰하게 만드는 게임이 현실적인 요소를 무시하다니요. 차라리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게 하던지. 레벨에서 유저의 행동을 통제하는 부분은, 특정한 경험을 유저에게 떠먹여준다는 의미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합니다만, 그러기 위해선 견고하게 신경 쓴 개연성을 가지고 레벨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여기선 되고, 저기선 안되는 식으로 통제를 해버리면 또 거기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혼란을 가지게 되잖아요. 너무 막 만들었다던가, 불공평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작가주의적 사고방식은 좋지만, 적어도 개연성은 파괴하면 안되는 겁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상황몰입이 깨지거든요.

상황 몰입이 깨지는 또 하나의 부분이 전투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너무 많습니다. 유저가 근접무기를 가지고 정확한 각도로 공격하지 않으면 헛스윙이 날아가고, 앉아 다니기만 하면 스텔스 만땅이라 Creep 기능 자체가 의미가 없으며, 총을 쏘고 나서 1초 뒤에 조준할 수 있는 등의 기이한 전투구조. Q와 E로 기울이면 사격점이 애매하게 뒤틀리고, 적들이 이상한 각도로 총을 쏘는가 하면, 추격과 수색 인공지능이 제대로가 아니라서 애매한 지점에서 수색을 멈추고, 아군 인공지능이 무조건 닥돌이고, 적군 인공지능은 가만히 서서 총을 쓰는가 하면, 변형된 괴물이 제 기억에 설정상 인간보다 강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자식들이 인간 캐릭터들 처럼 빠루 두 방에 쓰러집니다! 무려 빠루 두방! 이런 해괴한 전투 밸런스와 디자인은 사람들이 확실히 FPS에 대해서는 초짜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만들어요. 사실 실제로 이 게임 총괄 책임자가 [엘비라]와 [사이몬 더 소서러]를 만든 Woodroffe 형제입니다. 이 사람들이 여기서 헛방 날린 이후로 다신 FPS 안 만드는 이유가 있어요 (...)



마지막으로 예외적 상황들이 많이 일어나다보니, 게임 자체가 버라이어티합니다. 첫날은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의 마을을 돌다가, 어느날 정신차려보면 촉수물을 찍고 있고, 어느날 정신차려보면 선상 위에서 거대한 괴물과 조우하고 있고, 어느날 정신차려보면 신비로운 빛이 감도는 사원에 있습니다. 게임 엔딩을 찍고 나면 정말 기억에 남는 게 많아요.

사실, 그러니까 여러 요소들이 아쉬운 거죠.

만일 조합이 잘 되었다면 인상이나 타이틀을 넘어서 게임 디자인으로도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하니까요. 그저 세심하게 잘 다듬었다면, 하다못해 전투밸런스와 개연성을 개선하고, 부위별로 회복하는 시스템도 랜덤으로 쳐맞게 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각가지 회피적 행동을 통해, 파트 별 데미지를 골고루 분포하게 하느냐 아니면 한 곳에 집중시키게 하느냐로 서바이벌의 심오함을 약간이라도 더 살렸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진짜 마지막으로, 텍스트를 좀 줄였으면 좋았을텐데... 텍스트랑 암시씬도 간략하게만 묘사했다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듭니다. 다른 시야에서 보는 그 컷씬들 ([사이렌]의 그 시스템처럼) 이 나쁘지 않지만 스킵도 안되고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때로는 실시간 효과로 암시시키고 결정적일 때 등장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되, 유저가 상황의 격변을 이해할 텀을 잠깐 주는 게 좋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겐 이 게임은 진정한 코스믹호러 게임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낯선 환경에 2번은 기회를 주지만 자연스럽게 적이 등장해서 오히려 더 무서운 [어둠 속의 나홀로]를 진짜 코스믹호러로 꼽습니다. 제 말은, 92년도 작이요. 08년도 나온 그 좆같은 거 말고.




...전반적으로 명작을 까내린 리뷰였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명작이라도 완전한 것은 없기에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고, 게임 자체의 성과나 업적이나 타이틀이 존재한다고 그 게임이 즐거울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