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왓3 & 스왓4 └ 액션/슈팅



택티컬 슈터는 [레인보우 식스3]로 입문했다. 그리고 첫 게임을 플레이했고, 그것도 오래 플레이했다면 90% 확률로 이 게임을 좋아하게 되고 잊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이 추억보정을 자신이 처음 해봤던 게임에 덧 씌우고 나서는 문제점조차 옹호한다. 나도 그랬지만, [스왓4]를 해보고 나서는 모든 게 달라졌다. [스왓4]는 야애니 속 변태가 상대의 팬티를 훅 벗기듯이, [레인보우 식스3]에 대한 추억콩깍지를 벗겨냈다. 강한 푸시로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를 밀어내고, 내 마음 속에 택티컬 슈팅은 [스왓4]가 기준이 되었다. 이후 진압형 택티컬 게임들도 해왔는데, [프로즌 시냅스]와 [브리치&클리어]가 바로 그 것. [프로즌 시냅스]는 전략성과 컨셉이 우수했다...만 그래도, 무수한 전략관련 게임이 나왔더라도, [스왓4]는 내겐 고니다. 최고라고.

왤케 이리 찬양하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가장 맘에 드는 게 용의자를 살려서 체포할 수 있단 것. 나는 [스왓4]를 두고, 용의자를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훨씬 가학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죽어버리면 그걸로 끝이지만 체포하기 전까지 페인트볼과 가스탄을 연달아 던져서 살아있는 지옥이란 게 뭔지 보여줄 수 있거든. 용의자가 괴로워하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레인보우식스] 시리즈도 항복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힐 수 있던가? 아니. 그래서 나는 지금도 페인트볼 총을 든다. 미친 놈들에게 참 교육이란 게 뭔지 가르쳐 주려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거니까. (철컥)

그리고 브리치와 플래시뱅, 가스등을 활용해서 모랄빵을 시켜서 강제 항복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러니까 생각해보자.

자기 사상이든 광기든, 거기에 빠져서 다른 사람 괴롭히기를 즐기고 경찰더러 짭새라고 하며, 자기 우월주의에 빠진 저 못되쳐먹은 새끼들을 어떻게 요리하는 게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 될까.

답은 살려두는 거다.

그것도 공포와 고통 속에.

어떻게 보면 '올바른' 방향의 조교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적들에게 공포와 고통을 선사해서 정신/육체적 지배를 통해... 결국은 '체포'하는 거지만, 결국은 정의와 인간됨의 길로 괴물들을 인도하도록 조교하는 행위라고.

한편으로 인공지능과 적들의 태도가 맘에 든다. 쉽게 쉽게 자신을 내주지 않는다. 때로는 장롱속에 숨어있어서 놀래키기도 하고 스왓팀의 등짝을 노리려고 돌아가기도 한다. 후자는 4에서 봤고, 전자는 3에도 나오는 패턴이다. 그리고 스왓3에서는 진압도구가 등장하지 않아서 쫓아가며 총 쏴대며 모랄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굴복시키기가 워낙 어렵다. 4도 어렵긴 하다. 소금(?)도 뿌리고 후추(?)도 뿌렸는데 저항할 의지가 남아있는 테러리스트들을 보면서 저 의지를 가지고 착실하게 회사다녔으면 지금쯤 성공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태도가 있기에 굴복시킬 때의 쾌감이 있는 것이겠지.
원래 저항이 심해야 조교할 기분이 나는 거라고.

그러니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이면 윤리적으로는 나쁘지만 덜 가학적이고,
살리면 윤리적으로는 올바르지만 더 가학적인,

이 도덕적인 아이러니라니!
이래서 게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니까.








그나저나 [스왓3]는 저번에 겨울세일할 때 샀는데, 의외로 맘에 안 들었다. [스왓4]와의 차이점이라면, [스왓4]는 캠페인이 순차적이라면 [스왓3]는 선택할 수 있단 거다. [스왓3]의 장점은 맵을 맘대로 고를 수 있단 거다. 허나, [스왓4]는 유저가 잘 플레이 했다면 그에 따른 성과표시를 해준다. 하지만 [스왓3]는 성과표시를 안 해준다. 그리고 위에 썼지만 진압전략도 [스왓4]가 바리에이션이 많고, [스왓3]는 좀 없다. 다만 자유도는 너프해서 인질을 구하지 못해도 미션실패가 안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스왓4]는 시스템쇼크2를 개발한 이래서녈 게임즈에서 만들었고 [스왓3]는... 시에라가 그냥 개발한 건가? (갸웃)

그러니까 [스왓3]는 뭔가 플레이 동기부여가 잘 안되는 거다. 호환성이나 그래픽이야, 요즘 모드와 유저패치 발달로 해결된다지만 라스트 리조트(속닥) 그래도 과제를 잘 해결했다는 표시도 안해주고 걍 석세스 하나만 띄워주니 게임을 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 [스왓4]는 그래도 잘 해결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걸로 목표를 잡아주기라도 하던데. 물론 대원이 죽거나 다치면 커리어모드에서는 그게 표시나기에 대원들 살리는 건 동기부여가 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살리는 건 기본이고, 퍼펙트하게 플레이했을 때 어떤 가시적인 대우를 해주냐가 중요한 거지.

그래도 [스왓] 시리즈가 맘에 드는게 하나있다. [레인보우 식스]처럼 레드팀 블루팀 구조로 되어있어 두 팀을 오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스왓]은 팀의 리더(유저)와 레드팀 블루팀 구조로 되어있다. 두 팀에 대한 현장 지휘를 하면서, 동시에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미션 진행에 있어 유연함이 상당하다. 어떻게 보면 3팀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 여러명이서 몰려 다니고 그러면 상당히 복잡하기에 좁고 개인이 활동할 필요성이 있는 공간에서는 귀찮게 팀 끊고 잇고하는 수고없이 자연스럽게 홀로 나설 수도 있다. 홀로 다니면 화력이 받쳐주지 않을까 생각들지만, 이 게임은 전략 슈팅이니. 화력보다는 빠르게 각자 위치 잡고 안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사람 많으면 좁은 공간이라 그게 힘드니까.





...

사실 처음에는 [스왓] 시리즈가 이해가지 않았다.

총은 족족 모아야 하고 적이 죽었는지 체포됬는지, 지역이 안전한 지 아닌 지, 계속 보고하고, 팀원에게 알려야 한다. 그 절차가 매우 세세한 거라. 그래서 그냥 죽이면서 돌아다니는 [레인보우식스]의 간편함(?)에 익숙해져 있다면 이 게임에 익숙해지기 힘들다. 적은 다 처리했는데, 대체 증거물이 어딨는데? 라면서 맵 구석구석 뒤지고 있노라면 약간 귀찮은 생각이 드니까.

허나 그런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인 매력이 맘에 드는 거다. 증거품이나 무기를 찾으러 돌아다닐 때, 약간 [씨프]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 시에라가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었고, 이래셔널 게임즈가 던전RPG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 [시스템쇼크2]는 호러 테이스트가 가미된 던전RPG로 봄.) 이런 '픽셀헌팅'적 개념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찾아보니 원 개발자가 실제 스왓 대원이었다네 (...) 그리고 폴리스 퀘스트 (이것도 실제 경찰관이 자기 경험을 통해서 만든 것, 그래서 고증과 리얼리티가 뛰어나다고 한다.) 의 외전이 스왓 시리즈로 승화되었던 거라니.

여튼 이런 어드벤쳐적 요소와 가학적(....) 요소, 전략 게임 특유의 긴장감과 프로페셔널함이 감도는 게임이라니. 스왓 시리즈에 익숙해질수록, 늘 레인보우식스는 가벼운 스낵게임으로 변해버리곤 했다. 물론 내가 전략 슈팅을 잘하는 게 아니라서, 어떤 게 더 깊이 있고 전략적이냐라는 것에서 평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적 의미에서는 [스왓] 시리즈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단순 전략적 스릴이 아니라 실제 진압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겪게 하니까. 그리고 그런 상세한 디테일들이 현장감을 만든다.

위에 변태같은 심보로 써질러놓긴 했지만, 증거 수집하고 용의자도 되도록이면 살리려고 하는 것과 같은 행동등을 하면서 실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문가로서 실제 상황을 수습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냥 섬멸하라는 지시보다는 이게 더 섬세한 스킬이 들어가게 되니까...도 있지만, 어느새부턴가 경찰관과 같은 심리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게 있다.

[레인보우 식스]는 뭔가 전문적인 시설이라 플레이어와 거리가 먼 곳에서 시작하지만, [스왓]은 플레이어와 거리가 가까울 수도 있는 장소에서 게임이 진행되니까 심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있다. 가정집이나 동네 레스토랑 같은... 끔찍함과 거리가 먼 현장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고,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이 주는 긴장감이 있다. [레인보우 식스]는 세계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지만, 그게 규모가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는 반면 [스왓]은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사건 컨셉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너무 심적으로 가까워 지는 거라. 그렇기 때문에 사건에 좀 더 이입하게 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경찰관 마인드가 새록새록 생겨나는 거라고.

사건의 주동자인 녀석들도 죽어 마땅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죄의 댓가도 받고 반성할 시간도 주어지는 게 아닌가는 생각까지 든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이 녀석들을 그냥 당장 지옥으로 보내기엔 아깝다고. 그래도 그냥 편안히 진압하면 죽은 인질이 억울할 거 아냐. 그러니까 나는 걔네들에게 페인트볼 한방이라도 더 쏘는 거다. 체포되기 전에 '더 고통을 줘서' 없던 회한의 감정도 생겨나게 만들려고.

그러니까 이런 거다.
[레인보우식스] 시리즈를 플레이할 때 나는 그냥 적 하나하나 잡는 걸 즐긴다.
허나, [스왓]은 나를 정말 경찰관으로 만든다. 잠깐이라도.










PS.
현실 아닌 게임에 뭐 이리 이입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 썼듯이 현실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고 이 게임은 그런 현실을 다루고 있으니까 가능한 이입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정의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비극에서 완전한 정의로 끝나는 일이 어디 쉬운일인가. 그렇기에 해피엔딩은 대리 위안과 힐링을 주는 건데, 현실에서 해피엔딩이 일어나기 어렵기에 영화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어떤 사람들은 의심하거나 무시하곤 한다.

'에에에이, 저렇게 끝나는 게 어딨어.'

다만 게임은 직접 유저가 시행해서 해피엔딩을 일구어내는 것이고, 도전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어려운 일을 유저 자신이 해냈고, 적들에게 정의를 보여줬다는 전개가 있기 때문에 가끔 게임은 액션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심리적 쾌감을 줄 때가 있다. 론 울프로 해냈다면 존 맥클레인이 된 느낌이 든다고. 우여곡절 끝엥 유물을 획득했다면 인디아나 존스가 된 느낌이 들고. 단순 보는 게 아닌 내가 되었단 그 느낌을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덧글

  • 주사위 2019/01/11 09:49 #

    마무리는 엎어져있는 용의자를 포박하면서 "등짝을 보자"라고 조용히 속삭여줍시다. (먼산)
  • 로그온티어 2019/01/11 10:39 #

    ...
    저는 말보다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라
  • 냥이 2019/01/11 21:33 #

    범인이 가스탄에 콜록거리는건 괜찮지만 애꾿은 인질도 같이 고생해야한다는게...(스왓 스리즈에도 인질이 있나요? 해본적이 없어서...)
  • 로그온티어 2019/01/11 21:42 #

    있습니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스플레시 데미지입고 경찰이 뭐 이따구야! 라고 말하곤 하죠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