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로봇, 초기 에피소드 리뷰 └ 스릴러/드라마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나오는 드라마. 아니, 내용이 아니라 왜 라미 말렉을 언급하냐고? 그래야 들어올 거잖아. 이 드라마가 IT계열 내용을 다루고 있고 해킹과 기업 음모론을 큐브릭 감성에 담아 리얼하고 아트하우스스럽게 담아냈다는 소릴 하면 사람들이 이 페이지로 들어 오겠어.

내 말은, 이 드라마의 가치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 라미 말렉의 연기를 보는 것 외에 드라마는 충분히 볼 가치 많은데, 그걸로는 영화팬들의 이목조차 끌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이 블로그로 처절하게 느껴가고 있으니까. 제발 이 영화 / 드라마 살려줘요 라고 외쳐봤자, [살인마 잭의 집]에서 아무리 외쳐도 오지않는 이웃 마냥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일단 이 드라마는 가치가 있어, 내가 장담해요.

...속세한탄은 그만두고 단도직입적으로 작품에 대해 말할 시간.












스토리는 디지털 자경단물. 자신의 재능(해킹)으로 세상을 구하고 싶은 한 청년, 엘리엇의 성장물이다. 허무감과 외로움에 시달리지만 꿋꿋이 사람들 비밀 파헤치며 자경단 활동을 하는 남자. 왠지 어딘가의 거미인간을 닮았다. 이 자식은 기업과 정부,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과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에 관해 심히 걱저하고 있다. 오케이, 슈퍼히어로 컴플렉스 체크. 거기에 문득 그의 재능을 알아본 스승이 될 것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 씨발 그것도 배우가 크리스찬 슬레이터야! IT주식회사에서 뭔가 해괴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가 여기서는 어느 자경단 집단의 능청스런 리더가 되어 등장한다.

이쯤되면 사회를 좀먹고 지배하는 정부와 기업을 엿먹이는 자경단 스토리가 될 것 같지.

근데 또 아니야.

엘리엇이 정신분열에 시달리며 화면 너머 관객에게 말을 거는가 하면, 자경단 단체인 f소사이어티의 태도가 기묘하다. 정확히는 엘리엇과 사상이 달라. 심지어 임무를 수행하고 영웅적 고뇌에 빠지는 엘리엇을 엿먹이기도 한다. 이 해괴한 태도에 엘리엇은 슬슬 의심하기 시작하는 거라. 근데 또 이 사람들 하려는 행동은 달콤하다고. 전국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빚에 대한 데이터에 접근해서 다 지워버리겠대. 그러니까 빚과 청산으로 일어나는 이익으로 돈을 버는 은행이 엿먹는 동시에, 시민들이 빚에서 해방되어 억압에서 탈출한 삶을 누리거라는 말이다.

근데 그 달콤한 환상을 위해서 누구는 피를 봐야 하고,
f 소사이어티 태도 보면 왠지 저새끼들 목적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불안 속에서 선택을 해야하는데, 주인공이 또 정신이 불안하네?









그래서 엄청 스트레스 갈 것 같지만, 영화는 뻔한 전개를 피하고, 뻔할 것 같으면 볼만한 미장셴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 잡는다. 또한 모든 주인공에게 감정을 배제한 채 관망하는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가기에, 모든 인물들이 선악을 지닌 회색적 존재로 등장하다. 그렇기에 감정적으로 몰아붙임 당할 일이 없다. 그래서, 기이한 인물들이 벌이는 기이하게 '말' 되는 일들을 지켜보다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그러니까 이런 거지, 영화는 내내 기이하다. 조용하지만 기이하게 말려든다. 이런 느낌을 이전에 한번 느낀 적이 있는데, 구로사와 기요시의 3부작에서 본 적 있다. 다만 그 아우라에 호러는 빼고, 큐브릭의 정교함을 집어넣고, 핀쳐의 시크함을 뒤섞은 작품인 셈이다. 그래서 잡탕이라 맛없을 것 같은데 이게 또 기가 막히게 맛있네.



해킹을 다루고 있는데, 또 해킹도 기가 막히게 잘 다뤘다. 아케이드스럽게 다루지도 않고 진짜 현실적으로 다룬다. 아예 프롬프트 띄우고 명령어 입력해가고, CG나 화려한 UI나 거창한 프로그램이 나오지도 않는다. 허나, 긴장감과 압박력이 상당하다. 이것을 실패하면 잃을 게 많다는 사실 아래 해킹씬을 전개했기도 하지만, 그것 뿐 아니라 해킹에 대한 충분한 관심이 있었기에 이런 집중력 있는 씬이 가능했다고 본다. 해킹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나오는 모습들을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사실적인 묘사가 현장감을 더했기에 가능했던 것.







그리고 라미 말렉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그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연기력 호평 받은 이유를 알겠더라. 난 보지 않았지만 그는, 사교성 없는 IT 너드... 괴짜의 전형을 독특한 페이스를 활용하며 연기하지만 그렇게 과장하지 않는다. 근데 캐릭터가 산다. 그러니까 진짜 현실에 있는 괴짜 보는 느낌이 났다. 해킹을 하는데 정말 이 짓거리를 오래해왔다는 알 수 없는 신뢰감이 자세와 태도와 섬세한 손동작에서 우러나온다. 동시에 국면적으로 타락한 모습, 정신의 불안정함, 그래도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등의 다이나믹한 모습을 톤에 맞추어 잘 소화해내어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영화는 하드보일드와 사이코 드라마 뒤엉킨 심리 스릴러를 오가는 작품이 되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도... 자경단 리더인데 오묘한 광기를 숨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90년대 액션스타로 그가 활약하는 걸 보았을 때는, 그에게 이런 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 IT주식회사의 해괴하게 안 맞는 모양새때문에 그가 해킹에 대해 말하는 게 이번에도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인지 해킹보다 신념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 근데 저 인상으로 신념이야기를 하는데 어딘가 음흉한 변태교수가 정의를 논하는 느낌 나잖아. 아, 근데 또 그 모습이 신랄하게 재밌는거야! 내 일 아니니까.

이런거지.

로봇과 같이 자신의 정의를 준수하는 건조한 청년과
정의 어린 광기에 미쳐 날뛰는 지적인 중년의 조합이라니!

그 와중에 대기업 다니는 한 놈은 출세에 미쳐서 해괴한 짓거리를 하려는 낌새 보이고... 와우.

초기 에피소드만 본 지라 아직 전체 서사가 눈에 안 보여서 모르겠지만, 예상을 확실히 깨는 작품이었다. 처음에 주인공이 정부 불신하는 거 보고 '젠장, 이 작품도 정부불신하는 회의주의를 표방하는 뻔한 드라마'가 되겠구나 하고 불안해했는데 '회의주의에 회의하는 것'으로 그 함정을 또 교묘히 피해가며 불안과 의문이 증폭되는데 그게 또 흥미로운 수상한 드라마가 되었다. 진짜 해괴하게 재밌다. 자경단 물이나 심리 스릴러의 팬이라면 이건 꼭 봐야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 팬들에겐 좀 추천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그렇게 에너지 넘치는 작품은 아니라서;

허나 나이브한 건 아니고, 그저 에너지가 다를 뿐이다.






일단 초반은 좋았다. 허나 아직은 이 드라마가 정말 좋은 작품인지는 모르겠어.. 일단 스타일은 맘에 들어서 보긴 하는데 후기 시즌 취소됬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전체 서사가 좀 빈약하거나 용두사미로 끝난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 좀 더 보고 전체 서사를 리뷰하겠다. 다만 3화 본 지금까지는 양호하다, 아니 양호함 보다 더 좋은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