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로봇 └ 스릴러/드라마

결국 파이트클럽의 자기식 변주. 파이트클럽이 폭력과 히어로 컴플렉스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온갖 더러움을 끄집어내는 지독한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사이코틱한 심리에 집중했다. 보다보면 아메리칸 사이코도 생각나고, 뭐 생각날 건 꽤 많았다. 그리고 말했듯이 이것저것 집어넣었지만 그래도 재밌긴 했고.

그러니까, 만일 파이트클럽2.0을 만들었다면?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파이트클럽인데, 그 서사에 [조디악] 이후의 스타일을 버무린 것.

근데 후반으로 치닫을 수록 내 입맛에서 멀어지더라. 특히 서사가. 제발 사실이 그게 아니기를 바랬는데 그대로 흘렀기 때문이다. 사이코 스릴러지만 각기 다른 사이코를 지니고 있어, 사이코들이 충돌하는 심리 난투극으로 변질되기를 바랬다. 허나 이 작품은 내가 듣기 싫어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미 과거에 '이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의 클리셰를 다 써먹기 때문에, '이런' 반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진작에 예상했을 이야기인데, 그 서술트릭하며 클리셰까지 착실하게 써먹으니 이건 눈치챌 수 밖에 없잖아. 다만 훌륭한 점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주인공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하는 거다. "너도 이미 알고 있었군." 그러자, 크리스찬슬레이터가 말한다. "걔네는 도움이 안돼, 보기만 한다고." 이런 메타 개그라니.

...사실 그전에 걔가 얘 '그거'라는 것도 눈치챘지만 알게 뭐야

노파심에 쓰지만 반전이 뻔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반전이 있어도 그 알아가는 과정이나 떡밥보는 게 흥미진진하다면 모르겠는데 그냥 머뭇머뭇 거리며 여기엔 반전이 있는데... 흠... 어... 흠... 그러고만 있으니까 답답했으니까. 과정에서 신랄한 대사라도 툭 던지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없다. 그리고 반전 후에도 서사가 산으로 가진 않지만, 흥미진진함을 상당히 반감시키는 반전이라서 문제가 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작중에서 시한폭탄같기에 가장 흥미로움을 유발했던 크리스찬슬레이터의 행동에 제약이 생겼다.
그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느끼지 못했냐? 이 자식들아.

[에일리언:커버넌트]처럼 미지에 대한 신비로움이 확 까발려지지만, 까발려져도 그로 인한 고뇌나 애프터매스 요소들이 뒤섞여 새로운 시한폭탄을 선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영화는 그냥 간다. 폭탄을 설치하고 제거하고 그 사이에 몰래 또 폭탄을 설치하고 드러내는, 서스펜스의 기본이 마지막에 와르르 무너진다. 마지막에 서스펜스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얘넨 그걸 안해. 애초에 반전에 교훈이나 주제가 세워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훨씬 이전에 [브레이킹 배드]가 주제와 폭탄설치를 잘했던 작품이었잖아. 작가놈들아 그거 보면서 너넨 느낀 거 아무것도 없었냐. 그냥 반전하나 떵 하고 던져주면 우리가 막 흥미진진하게 볼 줄 알았어?

저 흥미로운 배우조합 어쩔거냐고.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던 건데. 사실 다른 캐릭터가 흥미진진하면 모르겠는데, 천재 캐릭터 앞세우려고 다른 캐릭터를 머저리에 사이코식으로 캐릭터빌딩을 해버렸잖아. 근데 그 와중에 흥미로운 캐릭터 하나를 죽여버렸어. 진짜 죽인 건 아니지만 행동에 제약을 두었지. 그게 무슨 의미냐면 변수를 상수화시킨 거다. 물론 아직 살아있긴 해도 타' 캐릭터와 조우하면서 다른 일을 벌이는 가장 무시무시한 변수'는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물론 주인공의 기억상실로 '씨발 내가 어제 뭐한거지'란 블랙아웃 불안증(?)을 일으키며 앞서 어떻게 활용할 지에 관한 떡밥을 던져주긴 했다. 근데 이미 주인공이 내면만 잘 다스리면 알아낼 수 있는 비밀이니까 역시 긴장감이 떨어져.

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던 걸까.

시즌2~3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냥 보지 않았다.
이미 위에 문제가 엿보여서 이 작품과 나의 연은 끊겨 버렸으니.
왜 캔슬 됬는 지 알겠다. 그래도 라미 말렉과 크리스찬 슬레이터 연기는 끝내줬어.
나중에 슬레이터 씨 작품이나 더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