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온다 └ 액션/모험



티모 타잔토 감독 영화인데 가렛 에반스의 냄새가 납니다. 허나, 가렛 에반스처럼 합을 깨고, 다시 잇는 능수능란함은 보이지 않습니다. 합이 보입니다. 허나 티모 타잔토는 그 합의 보임을 자기 스타일로 무마합니다.

[밤이 온다]는 액션물 같지만 사실 티모 타잔토 감독이 늘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단지 이번엔 액션도 들어갔을 뿐이죠. 티모 타잔토 감독의 장기는 인간의 집착 혹은 광기에서 올라오는 그로테스크한 마경을 보여주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로테스크한 마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밤이 온다]의 이야기는 [아저씨]나 [택시 드라이버]의 이야기와 같아보이지만, 살짝 다릅니다. [킬러스]나 [세이프 헤이븐], [헤드샷]에서 티모 타잔토 감독이 풀어내는 스토리텔링과 아우라와 교집합을 살펴보면 [밤이 온다]도 결국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왜 자꾸 가렛 에반스 이야기를 하냐 싶냐면, [세이프 헤이븐] 이후로 가렛 에반스는 스릴러와 호러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티모 타잔토 감독은 스릴러와 호러를 만들다 [세이프 헤이븐] 이후로 액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내놓은 결과물들도 그 이전에 내놨던 것과는 다른 것들이었죠. 같은 배우를 돌려쓰고, 스타일도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걸 보면서 쿠엔틴 타란티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관계가 생각납니다.

아무튼 저는 [레이드2]의 액션을 높게 칩니다. 그건 진짜 가끔 봐도 뜨악할 정도로 많은 테크닉과 템포의 변주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배경 이야기의 톤에 말려서 허우적 대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액션들은 장인정신이 느껴질 정도로 어마무시했습니다.

다만 [밤이 온다]는 합이 보이는 액션 속에 고어를 집어넣어 처절함을 살립니다. [레이드2]가 합을 뒤틀어 처절함을 과시하며 막싸움과 정싸움(?)의 경계선 속에서 액션의 색다름을 자아낸다면, [밤이 온다]는 합이 보이나 온갖 사물을 이용한 고어력으로 처절함과 그로테스크함을 살립니다. [밤이 온다]의 액션들에는 극한의 광기가 내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액션이라길래 가렛 에반스에게서 뭔 말을 듣고 이러나 싶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알았습니다. 장르는 달라졌지만, 티모 타잔토 감독이 말하고픈 세계는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재료는 다르지만 맛은 같아요. 단지 그는 화법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어떻게 보면 소화할 수 있는 장르가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도 스토리의 완결성이 또 엹지만, (왠지 가다보니 어떻게 끝맺을 지 몰라 대충 끝낸 듯한 느낌이 [레이드2]랑 또 같습니다. 뭐, 감독의 전작들도 그랬지만.) 그래도 감독의 표현법의 확장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분... 이런 실험정신과 열린 마인드라면,
언젠가 자기 스타일 녹아낸
대중적인 작품이든, 명작이든,
근시일 내에 가지고 올 거라 생각됩니다.













PS.
저라면 그냥 피카레스크로 다 조지고 죽고 썰리며(?) 끝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네요. 광기의 연속을 보다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지치거나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에, 그때 허무주의 테마를 끼얹으면 꽤 공감가는 장면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 중에는 [아수라]가 그랬습니다. 각본에 개연성을 집어넣지 못한 게 흠일 뿐이지만, 감성의 흐름은 여느 한국영화보다는 뛰어난 편으로 봤던 영화였는데...

아무튼 [밤이 온다]의 절망적 결말에는 동의합니다. 저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고, 간단하니까요...





PS2.
영화 속 액션 클립이 유튜브에 돌아다니는데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거따가 덧글을 썼더군요. "동양인들은 손에 잡는 게 무기가 되니 건드리면 안된다." 반쯤 장난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좀 그렇더군요. 오리엔탈리즘이나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해괴하게 변형된 듯 싶습니다 -ㅁ-;;

소리 꽥꽥 지르고
아무거나 잡고 후려치며 야만스럽게 싸우고
가오 존나 잡거나 어딘가 정신나갈 정도로 집착하는

뭐 그런 쪽으로 (...)

...근데 편견보다 반쯤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