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2.0 └ 액션/슈팅





"트론 레거시" (aka. 트론:새로운시작) 이전에 이 게임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영화가 나온다고 하기 이전엔 이 작품이 공식적인 후속이었죠. 공식 후속작인 [트론 레거시]가 비주얼은 뛰어나지만, 트론의 세계관을 충실히 써먹는 부분은 트론2.0이 더 뛰어납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2시간 내로 끝내야 하지만 게임은 길게 잡아야 하니까요. 유저와 랑데뷰할 시간이 시간이 기니까 세계관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 [에일리언:아이솔레이션] 이전에, 영화 배경으로 잘 만든 게임에 속하는 게임이 여기있었던 겁니다. 잘 안 알려져서 그렇죠.



스토리에 심오함은 없습니다. 캐릭터들도 스테레오 타입이고, 서사는 클리셰 범벅이고, 가족주의 결말을 제외하면, 연출방식도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저렴하고 가벼워요. TV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허나 그런 가벼움 덕택에 게임 자체의 아케이드성이 삽니다. ....뭐, 위기와 해결과 또다른 위기의 연결고리가 깨지지 않고, 쓸데없이 사색적 똥폼잡는 것보다는 이렇게 가는 게 좋긴 하죠. 목적의식이 딱 잡힐 만큼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또 쓰지만, 트론의 세계를 모두 보여주고 모두 철저하게 써먹었다는 점은 분명히 칭찬할 만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시스템도 좋아요. 특히 디스크 시스템은 원거리에서 치고 받는 검술같은 느낌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날린 후에 빠르게 디스크를 회귀시키면, 적이 날아간 줄 알고 디스크를 날립니다. 그럼 디스크를 든 상태므로, 방어해서 상대 디스크를 멀리 날려 회귀하기에 시간이 걸리게 만드는 동안 빨리 적에게 디스크를 날린다던가... 그런 거 말이죠. 디스크가 공격과 방어를 모두 하고, 공격하는 동안 유저가 무방비 상태라 은엄폐와 사격술 뿐 아니라, 기존의 FPS게임과는 다른 다양한 전술이 생겨납니다. 트론에서 보던 디스크 싸움을 살렸을 뿐 아니라 고유의 게임성으로 안착시키는 데는 성공한 거죠. 쐈을 때, 특정 영역 안에서 랜덤한 각도로 날아가는 부분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지만, 그것은 원거리 공격을 위한 줌인/줌아웃을 돕는 서브루틴에 대한 수요(갈증)를 일으키려는 부분이라 일단 나쁘진 않습니다.







수요하니 말입니다만, RPG에서 따온 성장과 빌드업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에는 데이어스엑스 라이트라고 소개하기도 했지요. 허나, 너무 겁쟁이같이 썼어요. 빌드업 레벨해서 성장하는 부분들이 게임의 전투 밸런스나 동선 이동을 해치지 않게끔 만들어놨으며, 사실 빌드업을 잘 못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난이도나 게임플레이에 대한 지장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편의성에서 신경써 준 쪽으로 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긴 합니다만, 그래도 뭔가 접점이 틀려져야 선택하는 데 흥미로움이 있던가 말던가 하지요.





서브루틴이라고, '파츠' 장착시스템도 가지고 있는데, 애매합니다. 원래 이런 스페셜 업그레이드 아이템들은 찾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주기 위해 좋은 건 어려운 곳에 있기 마련인데, 그냥 아무 상자나 찔러대며 찾다보면 골드가 나옵니다. 애초에 로봇청소기(...) COW만 잡으면 1회 한해서 최상위로 업그레이드 가능하기에 최상위 버전인 골드의 유니크함과 먹을 가치가 상실되기도 하죠.

이정도로만 써먹었다면, 빌드 시스템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겁니다. DPS나 방향성이 달라지는 플레이를 통해 파고드는 게임성을 위해 빌드시스템을 넣곤 하는데 그다지 차이가 없으니 언젠가부턴 할 것만 업그레이드하면 중반부터는 업그레이드나 파밍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싹 다 무시하고 플레이하게 되거든요. 구석탱이 돌아다니게 하기 위해, 혹은 독특한 도전을 하게 만드는 서브퀘스트가 없기도 해요.

잠입 시스템도 있지만, 그래봐야 적들이 더 많아지냐 적어지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물론 Insane 난이도에서는 이 차이가 심해서 대체로 잠입이 필요하게 되지만 말입니다.



라이트사이클은 맛을 잘 살렸긴 한데..... 그 접점이 참 기묘합니다. 키보드 사정에서든 유저의 반응 속도 사정에서든 유저는 0.3초 컨트롤이 불가능한데, 컴퓨터는 그걸 할 수 있거든요. 헌데 컴퓨터는 유저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를 보고, 2~3초 가량의 컨트롤을 미리 디자인합니다. 컴퓨터들이 예측하며 플레이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만, 라이트사이클은 특성상 컴퓨터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기 때문에 단순 순발력 뿐 아니라, 컴퓨터의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 되도록이면 자충수두게 만드는 플레이가 선호됩니다. 그래서 신묘하게 어렵고 불만스럽지만 투덜대기 어려워요.

그리고 라이트사이클은 메인스토리를 플레이하면서 자주 보게 됩니다. 트론이라면 생각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라이트사이클을 강요하는 건 좋지 않았습니다. 라이트사이클에 필요한 신경이랑 컴퓨터 세계를 탐험(FPS)하며 쓰는 신경은 다르니까요. 그리고 라이트사이클은 미니게임이잖아요? 보통의 액션어드벤쳐 게임은 미니게임의 극한을 메인캠페인에 집어넣지 않습니다. 서브캠페인에 둬서 알아서 도전하도록 두죠. 허나 이 게임은 갈 수록 어려운 라이트사이클 상황을 만듭니다! 미니게임인데 분량이 너무 튀는 거에요. 그렇기에 선택을 하게 만들어 줬거나, 이런 어려운 라이트사이클 도전은 플레이 옵션으로 두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으아... 눈뽕!

아무튼, 그래서 사실 저렴하지만 나쁘게 평하긴 어려워요. 영화 세계관도 충실하게 옮겨서 팬들 눈 호강시켰겠다, 영화 속 전투와 미니게임을 게임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제대로 된 영화원작 게임입니다. 게임 내에서 레벨마다 다양한 특수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해서 게잉을 끝내면 인상적인 기억이 많이 남을 정도로 경험적 만족감이 충분하고요. 위에 다양한 문제를 제기 했지만, 그래도 트론2.0은 가까스로 골대 안에는 들어간 게임입니다.

...그나저나, 묘하군요.
게임원작 영화 중에 좋은 건 거론하기 어려운데 영화원작 게임은 좋은 게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