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트와 넷플릭스의 문제 └ 액션/모험



[브라이트]는 판타지와 느와르의 중간계를 잡았고, 거기로 향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절충점을 찾는데 성공했죠. 현대적 배경에 스토리도 느와르스러워서 [브라이트]는 그런 이야기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렇다보니 마법지팡이는 거대한 마약이나 매우 귀중한 무기로 치환해도 무방할 거에요. 그런 이야기 같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영웅서사의 단계를 밟습니다.

워드를 보면 그래요. 경찰관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영웅이길 거부하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택하는 부분 같고, 오랜 방황 끝에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 최후의 싸움을 벌입니다. 세세한 부분을 따르진 않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잘 따라가요. 그 서사에서 검은 여기서는 마법봉입니다. 사실 처음에 워드가 가짜지만 검을 들긴 하죠. 이건 복선인 겁니다.

허나 개연성이 낮고, 자꾸 판타지 흉내를 내는 게 문제입니다. 데이비드 에이어는 [트레이닝 데이]의 각본가이자, [엔드 오브 와치]와 [스트리트 킹]의 감독입니다. 많은 분들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퓨리]로 이 감독을 기억하지만, 저는 [스트리트 킹]과 [엔드 오브 와치]로 이 감독을 기억해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긴 하지만, 이 감독의 재능은 경찰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종 비리와 흑막이 연결된 음모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경찰관이란 이야기는 이미 이 감독이 뻔질나게 했던 이야기입니다.

근데 변하지 않았어요. 제가 언급한 그 두 작품을 보셨다면, 브라이트는 다 본 겁니다. 심지어 [트레이닝 데이]에서 쓴 트릭을 여기서 또 써먹으며 자기표절도 해버립니다.

아니 자기표절은 표절인데, 문제는 각본에 있씁니다. 나름 버디무비 테이스트를 살짝 섞는 부분이 있는데, 버디무비는 캐릭터성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답답합니다. 한명이 갑갑하면 한명이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둘 다 갑갑해요. 혹은 답답해도 뭔가 방탕하다거나 능구렁이 같다면 봐줄만한데 그러지도 않습니다. 너무 강직해요. 물론 주인공들 포지션이 절대선이어야 가능한 스토리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것땜에 쳐지는 게 많습니다.

시종일관 티격태격대는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게 웃기지도 않고, 뒤에 긴장감 넣을 요소를 붙여놓은 것도 아니고, 장면을 멋지게 찍은 것도 아닌데 티격태격 대는 씬을 아주 길게 잡고 아주 많이 잡았습니다. 따라서 영화가 자꾸 쳐져요. 캐릭터가 재밌다면 모르겠는데 또 그것도 아니고.

개연성도 떨어집니다. 브라이트가 아님 못 쓰는 마법봉을 인간이나 오크는 왜 가지려고 하는거죠. 물론 쓸 줄 아는 종족에게 팔아버림 그만이긴 합니다만 보면 다 본인 소원을 빌기 위해서 마법봉을 가지려고 하는 겁니다. 그냥 마법봉 가지고 자기 소원빈다는 말 하지 말고 팔아 버린다는 말만 했더라면 사정은 나았을 겁니다. 그리고 마법봉 아는 놈들이 그걸 아무나 쥘 수 없다는 건 또 왜 모른다는 겁니까. 혹은, 설마 내가 브라이트일까라는 생각에 쥔다쳐도, 어느 위기 순간엔 그래서 너 가져라 에잇, 하고 냅다 마법봉 집어던져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멍청한 놈이 그걸 집고 터져서 손안대도 될 상황을 만들 수 있었겠죠.

백만분의 1이잖아요. 물론 그 확률로 좆될 수도 있지만. 여튼 위기순간이라면 애들이 처음보는 마법봉에 현혹된 사이를 노리거나, 다양한 해결법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영리하게 재밌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엘프들의 전투력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주인공이 해결할 수 있었을 일을 남에게 시킵니다.

그나저나 한번도 나오지도 않는 다크로드 이야기는 대체 왜 꺼내는 겁니까?

브라이트는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는 도중마다 본인이 그 발목을 잡혀요. 정확히는 스스로 너무 규모를 키웠어요. 세상의 존폐가 걸린 일에 사활을 거는 경찰관들의 이야기로, 거대한 판타지가 되었지만 그 규모에 묻히는 디테일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 이야기는 경찰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를 구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판타지가 그랬듯이요. 근데 이건 그냥 평범한 판타지 영웅물에 도시 스킨만 씌운 것 뿐이잖아요. 그걸 뻔질나게 했기에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보겠다 생각해서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 그냥 도시 스킨만 씌우는 게 아니라 뭔가 해보려고 판타지적 존재들을 현대로 끌고 온 것 아니었냐고요.

물론 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차별 수준이 서부시대급입니다. 현대랑 전혀 안 맞는 분위기에요. 그것도 미시건 이라면 모를까 LA에서 이런다구요? 70년대나 90년대면 또 몰라도 똥맛 쓴만 다 본 21세기 LA에서 수준이 이 정도라고?

물론 그래도 됩니다, 알게 뭐에요. 하지만 감독이 데이비드 에이어입니다.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 감독의 전작들이나 각본맡은 작품이라면, 이렇게 가면 안 되었다구요. 날이 서있지 않고, 하드보일드의 냉정함도 없습니다. [브라이트]에서 그걸 기대한 건데 그게 없어요. 판타지라서 그랬나요?

근데 판타지라고 꼭 엄청나게 스케일을 피울 필요는 없습니다. 규모를 동네가 날아가는 수준으로 해도 무방했을 거에요. 또한 마법의 세계를 불러왔는데 마법에 대한 법규나 설정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건 현대적인 분위기를 강화하려고 그런 건가요? 여태껏 나온 어반판타지들을 열심히 공부하면 현실적인 분위기 안 해치고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었을텐데?

아니 그전에 차별에 대한 이야기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왤케 따로 노는 겁니까. 그나저나 예언에 나온 자라고 오크들이 봐주는 건 또 뭔가요? 쟤네 어둠과 혼돈을 사랑하는 놈들 아니었나요? 언제부터 부활같은 걸 신경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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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는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영화입니다. 허나 그게 문제에요. 넷플릭스의 문제이기도 하죠. 넷플릭스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그리고 어느 선에서 그만둬요.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그걸 제대로 해내서 새로운 장르와 소재의 문을 열어야 할 텐데, 거기까진 못합니다. 소재를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거든요. [브라이트]도 그렇습니다. 아이디어 하나가지고 짧은 시간 내에 만든 작품같아요. 구체적으로 세계관을 짜지도 않았습니다. 차별 하나에 매달리죠. 그리고 자기표절과 비스무리한 전작들의 풀롯들을 재탕하고 있어요.

습작 내라 그러면 바로 떠오르는 게 내가 했던 것 중에 가장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재담습하는 거잖아요. 살짝 말만 바꿔서 하는 거죠. 허나 그게 본 작품 주제랑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문제인 거라고!

윗윗 문단의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이건 넷플릭스 구조 자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넷플릭스도 6개월마다 구글처럼 실적 하위 10퍼센트를 자르는 인사구조를 지닌걸로 알아요. 그러다 보니 실적을 올리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낼 거란 말입니다. 허나 시간이 없으니 자료들을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완숙하게 만들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소재주의, 자극주의로만 만들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냥 이렇게 끝맺자하고 마는거죠. 각본을 사들여도 고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도 안 가지는 겁니다. 그냥 받아들고 이런 소재 오케이? 오케이. 하고 마는 거죠.

제 생각에 넷플릭스는 다양한,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보여주는데 탁월한 플랫폼 같아 보이지만, 묘하게 아닌 겁니다. 실적주의로 흐르면서 현혹할 만한 것들 가지고 마구잡이로 영화를 찍어내는 플랫폼이 되는 거죠. 그나마 어사일럼보다는 신경쓸 뿐이지, 하는 짓은 어사일럼과 다를 게 없는 겁니다. 단지 어사일럼은 유명한 작품을 반쯤 카피하는 거고 넷플릭스는 제작자들이 손 안대는 걸 들고 만들 뿐이죠.

블루오션을 노리는 건 좋은데 문제는 작살의 관통력이 약해서 깊은 곳에 있는 거물을 못 노립니다. 어, 근데 또 거물을 노릴 필요도 없어요. 관객이 가입하고 1개월 끊을 만할 정도로 혹할만한 소재가 있는 영화만 보여주면 되니까요. 네, 그게 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