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쓰로틀 └ ADV/퍼즐



"아스팔트 냄새 맡을 적마다, 메린이 생각난다. 내가 기절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난 것은, 짙은 아스팔트 향이었거든. 그리고 의식이 깨자마자 내가 본 건, 메린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내 바이크를 고쳤다. 공짜에, 수작도 안 부렸다. 이런 상황이 쉽게 벌어지지 않음은 나도 알고 있다. 그래, 반대로 메린을 생각할 때 난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 아스팔트... 그리고 문제들."

루카스 아츠의 황혼의 걸작.

개인적으로는 어드벤쳐 게임에 대해 호의적이진 않습니다. 리플레이 밸류가 적고, 이미 아는 문제와 스토리를 또 잡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다만, 루카스아츠 어드벤쳐 게임에는 대체로 호의적입니다. 단순 영화적 연출 때문이 아닙니다. 이 사람들은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뭘 하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끼게 될까라는 것을 고민했다는 티가 나거든요. 90년대 중반, 어드벤쳐가 매너리즘에 빠져 열쇠를 찾으러 방구석 뒤지고 있을 때, 문을 걷어차게 해준 게임이 바로 이 게임입니다. 루카스 아츠 전통인 도둑질도 하게 만들어서 팬심을 만족시키고, 오토바이와 육탄전을 벌여서 무기를 뺏기도 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대사들과 컷신이 이어지지만, 거기에 마크 해밀이 다크 사이드로 온전히 접어든 듯한 악랄한 목소리와 아스팔트 그 자체같은 로이 콘래드의 목소리로 대사에 흥미를 메웁니다. 그리고 절정에 달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을 집어 넣어, 변수가 많은 게임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화면이 전환되고 애니메이션이 호출되게 만든 점도 인상적입니다.

스토리는 군데군데 구멍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함과 공동창업자의 배신과 폭력과 거짓으로 가득찬 디스토피아 세상의 묘사로 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라 목적을 따라가기는 쉽습니다. 동시에, 깔끔하고 인상적인 결말도 좋았어요. 헐리웃이라면 거기서 로맨스로 끝냈을 텐데, 주인공은 딱 자기 할 일하고, 자신이 본디 있던 자유와 야생(?)의 세계로 돌아가는 결말. 크으.

세계관도 독특합니다. 약간 매드맥스1의 세계관 같은데, 망할까 말까한 환경은 아니고 디스토피아 느낌만 살짝 빌려서, 거기에 컴퓨터 첨단의 느낌을 뒤섞인 근미래 세계관입니다. 미친놈들이 많고, 클라이막스의 전투가 카체이스에 트럭에 매달려 싸우는 건데, 이건 매드맥스2 생각이 났습니다. 그냥 적당히 빻은 매드맥스 세계같다고 보심됩니다. 하드보일드하고 거칠지만 위트로 지나치게 어둡지 않게 만든 것도 장점입니다.

후속작도 만들려고 했다는데, 당시 후속작이 그대로 나왔다면 재앙급이었을 겁니다. 당시 티저보면 하드보일드 시크한 코믹스 느낌은 어디로가고 왠 양키센스를 풀 쓰로틀로 밀어붙인 반조투이 풍의 그래픽이 있거든요. 내세운 스타일도 무슨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아졌고 (...) 아무튼 세계관이 인상깊어서 후속이 기다려지는 작품이긴 하지만, 이때의 센스를 상실한 루카스아츠가 제대로 만들리는 없지요. 게임플레이도 저기서 더 낫고 깊게 만들기도 어렵고. 그래서 본 게임의 부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말하기를... 그냥 추억은 추억으로 묻는 게 좋은 겁니다.

그래도 리마스터는 정말 잘 나와줬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그래픽이 너무 밝아져서 톤이 잘 안 사네요;;










PS1.
...본 작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다면 볼 의향있습니다.
이 참에 루카스아츠 게임들을 모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거야!
라고 말하자니 루카스아츠 자체가 디즈니 산하에 있구나 (...)



PS2.
마크 해밀이 악당인 영화 있다면 보고 싶네요
성우 말고 영화로 보고 싶어...


덧글

  • 주사위 2019/04/16 13:51 #

    2부 엎어진게 로이 콘래드가 2002년 초에 사망한데다가... 장르자체가 사양세를 타고 있었으니;;
  • 로그온티어 2019/04/16 15:08 #

    네... 허나 컨셉트레일러 보면 애초에 방향성 잘못 잡고 있던 게 눈에 보입니다 (...) 그냥 후속 만들어야지 생각만 하고 그 이상은 생각 안하고 있던 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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