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나이츠 └ 액션/슈팅

일본에서 게임을 모두 잘 만들지는 않습니다. 좀 허접하게 만드는 데가 있어요. 그러니까 유명하지 않은 회사에서 그런 게임을 만드는 겁니다. 약간 덜 떨어진 카피 느낌의 게임을 만들 때가 있어요. 이 게임이 그래요. 누군가는 이 게임을 사일런트힐 아류, 바이오하자드 아류라고 할 거에요. 하지만 플레이하면서 저는 묘하게 기시감을 느꼈단 말이죠. 이 테이스트는 사일런트힐도, 바이오하자드도, 일본 마이너 게임의 테이스트도 아닙니다.

제피2가 생각났어요. 왜냐하면 그 테이스트는 참 묘하단 말이에요. 분명히 못 만든 건데, 묘하게 사람 빨아 땡기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서 더빙 목소리 나오자마자 저는 '이거 제피3넼ㅋㅋㅋㅋㅋ'라고 말하며 웃었어요. 아니, 그 전에 일본 마이너 게임을 자막도 넣고 더빙도 성실히 해서 게임을 발매했다고? 그런 정성을 왜 들이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해보니, 아. 한국게임이었네.

이제 왜 제피2가 떠올랐는 지 알겠더군요.

솔직히 문제도 그거랑 같아요. 너무 남의 테이스트에 갇혀버린 바람에 장점될 수 있을 것까지 묻어버리고 남의 테이스트의 단점은 고스란히 끌고 왔는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개발자와 디자이너만 채찍질 해서 사이드 퀄리티라도 올려보려고 했는데, 하필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거에요. 결국 버그 투성이에 뭔가 애매한 애니메이션이 점칠된 저급게임이 되었죠. 허나 채찍질한 보람이 있어요. 갑자기 쓸데없는 곳에서는 A급 못지 않게 분위기를 잘 잡거든요. 그렇게 훌륭하게 잡는 게 아니고, 그냥 저렴한데 묘하게 컬트적인 맛이 있어요.

그게 바로 제피2 테이스트입니다. 본 게임이 시스템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 맛이 났어요. 한국 게임은 온라인과 모바일을 제외한 게임은 다 그랬어요. 일본의 마이너 작품과 비슷하지만 달라요. 일본의 마이너 작품은 "나 마이너해 알아, 그러니 닥치고 마이너하게 갈꺼야"라고 선전포고를 하며 나아갑니다.

허나 당시 게임 좀 만들겠다고 게임 만들던 디자이너들이 만든 게임들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게 아니라 야망만 뜨거운 작품들이었습니다. 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해보면 그게 영 아니란 말이죠. 그래서 쓸데없는 데 가오만 잡는 빈강정 아저씨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친근하단 말이죠. 근데 또 자기들이 빈강정이라는 건 인정 안 해요. 가오는 살아 있습니다. 그게 옛날 한국게임에 대한 인상이었어요.

이 게임이 PS2 게임이었죠. 허나 이 게임은 너무 선구적이라 PS1 시절에 제가 가지고 있던 게임들을 다시 찾게 만들었어요. 이상하게 시공간이 오그라들게 만들어서, 저를 과거로 보내버린단 말입니다. 에이스컴뱃2를 다시 꺼내게 만들고, GOG에 꽁쳐있던 게임들을 다시 꺼내게 만들어요. 이 게임에 시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잊고, 이런 즐거운 순간이 있었고 거기에 나는 돈을 투자했다며 흐뭇해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 행복회로로 살아가는 거죠.

나중에는 일련의 작품들이 나온 후에, 콘솔 게임의 명맥이 끊어졌고, 몇몇 철없는 아저씨들이 콘솔게임 만들겠다고 쿵쾅대죠. 저도 한국게임의 발전을 꿈꾸긴 하지만, 가끔 벌쳐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감당 못할 일엔 끼지 말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가오 그만 잡고 돈지랄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작을 노리는 게 아닌 천천히 바닥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근데 그건 애초에 십수년 전에 그랬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 게임 나올 때를 말하는 겁니다. 허나, 그때 그러지 못해서, 지금 이렇게 격차가 난거죠. 결국 내수에나 치중하고, 온라인에나 치중하게 되었어요.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었죠. 다양한 게임 성향의 디자이너들은 현재의 편파적인, 내수적인 게임개발을 감내하고 있어요. 어차피 저치들은 눈깔이 높고, 틈만나면 복돌 일삼고, 콘솔 유저가 거지같이 적어서 안 사줄 거라는 생각 하에 말이죠.

그런 현역 사람들에게 들었던 건 "너넨 하수고 우린 고수야" 그런 풍의 소리입니다. 사람 비하하는 게 약간 짜증은 나도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니까 뭔가 실력이 있겠지"하고 믿는데

어이쿠 뻥하고 개발비 200억 날려버렸네.
100억 날려버렸네.
우린 잘못한 게 없어요. 수뇌부 잘못이에요.

돈 부족해서 우린 신입 안 받아요.
- 미안해 너네 해고해야 겠다.
- 1년 차인데요? 이제 뭔가 해볼려는데 내쫓는다고?

그래서 내쫓긴 신입들은 인디게임 만들면서 입에 풀칠하지요.
그 사람들과 대화나누면서 듣던 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렇게 된 게 누구 잘못일까?
해고된 당신들이 실력 부족한 탓?
순항하던 게임을 돌아버리게 만든 수뇌부 탓?
글쎄요.

제가 마지막에 쓴 이 한섞인 헛소리를 뒤집어 생각해보자고요. 이게 진정한 서바이벌 호러가 아닌가요? 가상의 괴물이 틱틱거리며 허우적대며 다가오는 게 아니라, 당신의 커리어의 죽음이... 당신의 수입의 죽음이 다가오는 겁니다. 그래서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계속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지만, 안타깝게고 그들은 미스틱 나이츠란 게임을 만들고 있었던 거에요.

우린 할 수 있어.

열심히 야근하고, 열심히 개발하면 살아 남을 수 있을거야.

헛된 희망을 가지고 태풍의 소용돌이로 가는 배에 탑승합니다. 누군가 불안을 느끼고 외치면 선장은 그 자의 목을 내려칠 거에요. 아무도 꼼짝 못하고 그 배에서 서서히 말려 죽어가는 거죠. 결국 죽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배 밖으로 나가자니, 거기도 죽음이네.

그런 상황에 갇혀본 적 있나요? 아마 지금도 누군가들은 그런 현실에 갇혀 살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든 배를 돌려보려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선원들도 있겠죠. 돌아갈 때 자신을 반겨줄 자식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삶을 위해서요. 허나 끝내 그들은 현실의 부조리함에 의해 비참하게 뜯어먹혀 죽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비참한 상태로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그게 옳은 걸까요? 만일 선원이었던 당신이 그 폭풍에서 살아남았다면? 허나 당신이 그 소용돌이에 갔다는 소문이 퍼졌을 겁니다. 다른 배에 탑승하기 전에 다른 선장이 물어보겠죠. 그 소용돌이로 왜 갔냐고, 거기서 당신이 한 게 뭐냐고. 당신은 아무말 못 하겠죠. 뭔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테니까요. 그저 그 일들은 큰 상처이자, 자신의 커리어 결점으로 남게 되어 버릴 겁니다.

2~3년전에 저는 그런 사람들을 봤었습니다. 보러 다녔죠, 정확히는. 그리고 지금 이 게임을 하면서 그 기억이 바로 떠오르더군요. 이런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 살아남는 거야 말로 진정한 서바이벌 호러라고요.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은 잘 살아남고 있는 거에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삐끗하면 처절해질 운명에서, 잘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면 살아남아 가고 있는 당신이 실은 괴물일 지도 모르지요.


덧글

  • 운명의검 2019/04/19 19:29 #

    요즘일본은 큰데가삽질중입니다
  • 로그온티어 2019/04/19 19:48 #

    걔넨 최근에 망해가고 있지만
    저희는 일부 사례 빼고는 전부 삽질의 역사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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