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켄X └ 액션/슈팅





아틀라스에서 만든 1인칭 검술 액션 게임.

이 게임은 보통의 검술 액션 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카운터, 백스텝, 스킬(스턴 같은 거)을 게임 내내 주요 기술로 써먹게 되니까요. 콤보 개념은 없습니다. 후로 갈 수록, 레벨 지형이 복잡해지거나 적들의 패턴이 까다로워지면서 카운터와 백스텝을 잡기 어려운 점이 많아지는 것으로 난이도가 잡혀있게 됩니다. 레벨을 클리어하면 그 레벨을 또 시도할 수 있고, 파워 업 개념에 가까운 랭크 업을 하기 위해 글라인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1인칭 시점으로 하는 캐주얼 검술 게임인 셈이죠.

그 전부터 지금까지의 검술액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로 3인칭 등의, 검술을 벌이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시점이 꽤 많았습니다. 오히려 검술을 1인칭으로 해본다는 개념의 게임들이 적었습니다. 거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간지가 안 나서일 겁니다. 액션을 멀리서 보면 다양한 동작들을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콤보를 넣거나 화려한 기술을 넣을 때 그 자세를 보면서 간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1인칭 시점으로 보면 내가 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지가 안 납니다. 그 간지 하나를 위해서 액션게임을 하는 건데 말이죠.

그럼 1인칭 액션 게임은 왜 만드냐 한다면,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더 가깝게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3인칭 등의 시점으로 액션을 보면 액션의 시전자는 타자화됩니다. 허나 1인칭으로 본다면 그 액션을 취하는 건 오롯이 나입니다. 게임 속 '나'가 어찌되었던, 나는 그 안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내 시선과 캐릭터의 시선과 동선이 온전히 일치하니까요. 동시에, 1인칭은 3인칭 보다 사각지대가 많기에 더 많은 위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3인칭에 비해 딸리는 효력의 느낌과 간지는 눈 앞에서 적들이 멋지게 쓰러지는 것으로 충당할 수 있습니다.






1인칭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그래픽입니다. 3인칭 게임의 경우엔 시선이 캐릭터에게 몰리게 되므로, 캐릭터 아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 되지만, 1인칭 게임의 경우엔 시선이 주로 배경이나 적에 몰리게 되기 때문에 배경 그래픽이 매우 중요해져요. 그래서 FPS 유저들이 그래픽을 중요시 하고, 화면을 문질문질 하면서(...) 그래픽을 관람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켄X는 진여신전생의 그래픽을 담당했던 감독과 아트 디자이너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1999년 당시 스펙으로 관심을 모은 드림캐스트로 발매한 이유는 말 그대로 그래픽 퍼포먼스를 올리겠단 선전포고와도 같습니다. 이런 포부에 의해 마켄X의 그래픽은 훌륭해졌습니다. 진여신전생과는 다른 노선이지만, 진여신전생의 차갑고 우울하고 음침하지만 신비로운 도시적 이미지를 그대로 끌고 왔습니다. 당연합니다. 같은 제작진에 같은 감독이니까 그동안의 암묵적으로 맞춰온 합과 스타일이 있을테니까요. 플레이 하다보면 페르소나3 이전의 진여신전생을 액션RPG로 만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다만, 그만큼 올드팬들에겐 지나치게 익숙한 세계라 느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일본 내 게임매거진에서는 상당히 좋은 평을 받았고, 해외 게임 매거진에서는 평작 정도나 졸작 정도의 평을 받았습니다. 해외 평이 낮은 이유는 게임의 심오함이 적어서 였습니다. 레벨디자인이 좀 반복되었기 때문이죠. 허나 평단의 성향은 유저의 성향과는 별개입니다. 이후엔 북미 유저들은 본 게임을 숨은 보석이라고 칭할 만큼 좋은 평을 주고 있으니까요.





스토리텔링이 조금 독특합니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진 않지만, 특유의 감성이 있어서요. 세상이 망할까 말까한 위기 속에서 벌이는 전투가 끝나면, 마음의 방에서 케이가 마켄(주인공)에게 세상에 대한 감상과 질문을 던지고 마켄이 그에 답하게 되거든요. 여기서 마켄은 유저입니다. 그러니까 유저와 케이가 세상에 대한 회화를 나누고 서로 마음이 변화하게 되는 겁니다.

설정상, 마켄은 연구끝에 개발된 인공지능입니다. 세상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실전으로 겪진 않았으며, 마음도 없는 상태입니다. 딱, 게임을 처음 시작한 유저와 같습니다. 위기로 인해 세상에 내보내지게 되며 세상을 겪고 세상에 대한 감상이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서 인공지능인 마켄과 유저는 위치가 점점 흡사해집니다. 마켄이 유저고 유저가 마켄인 셈이죠. 인공지능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능을 가지고 세상에 대해 학습하고, 주어진 기능들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게임 속 유저가 하는 것과 똑같죠. 실패하고 배우고, 실패하고 배우고, 하는 부분도 똑같습니다.







이런 심상을 잘 살려서 몇가지 진화된 디자인을 선보였다면 본 게임은 데이어스엑스를 뛰어넘는 액션RPG 걸작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구체적이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임이 될 수도 있었죠. 거기에 염세적이지만 쿨한 아틀라스의 그래픽이 더해져 세기말과 함께 황혼의 끝을 달리던 사이버펑크의 마지막을 불사지르는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니 않았죠.

이후 PS2로 나온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3D멀미를 우려해서 3인칭 모드를 추가했는데, 멀미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3인칭 시점모드를 만드는 것으로 퉁쳤다는 그 말은 즉슨, 본인들도 1인칭으로 왜 게임을 내보냈는 지 몰랐다는 말이 됩니다. 즉, 당시 아틀라스는 자기들이 뭘 만드는 지도 몰랐고, 이게 어떤 강점으로 작용될 지도 몰랐다는 말이 됩니다. 어쩌면 회화도 그냥 뭔가 있어보이니까 넣었을 지도 몰라요. 그걸 잘 활용하면 어떤 흥미로운 심상이 나올지도 모르는 채로 말입니다.










PS.
본 작품의 실패 탓인지 감독은 이후 다시 RPG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래서 탄생한 게임이 진여신전생3와 페르소나3와 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