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 액션/슈팅





도로로는 테츠카 오사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검술 액션 게임입니다. 신체를 가져간 마신(중간보스 개념)들을 죽이며 자신 강화하는 것이 주된 시스템이지만, 거기에 목적을 두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목적입니다. 왜냐하면 액션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보다 심오하게 다듬어서 도전모드나 게임의 전투양상을 달리하게 만들 장비아이템이나 모드 같은 걸 집어넣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스토리를 즐기고 난 다음 레벨을 재탐색할 수 있는데, 레벨을 탐색하며 마신을 잡는 개념은 헌팅 액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허나 초창기 헌팅 액션처럼 맵의 섹터 이동시 로딩하는 레벨 구성은 아닙니다. 레벨 내 섹터 이동 시 로딩창은 나타나지 않으며, 긴 길목을 사이에 둬서 섹터 간 이동시의 레벨 로드 시간을 벌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심리스 방식인 셈이죠.

게임의 스토리는 컷신으로 전달되는데, 컷신의 애니메이션이 뭔가 옛스러운 절제와 발랄함(?)이 느껴져서 묘하게 좋았습니다. 지금의 모에와 과장방식이나 캐릭터 놀음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무엇이든, 톤과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그랬듯이요.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에 대한 주제를 담고 그에 충실하게 각 챕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마신들은 판타지적 특성을 제외하면, 인간 군상에서 본 법한 가장 추악한 성격을 지닌 이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게임 자체는 상당히 느리고, 전투의 접점은 별로 심오하거나 흥미롭진 않습니다. 그리고 그래픽과 캐릭터 모델도 무한의 주인 작가의 작화의 힘을 느끼기 어렵고, 그렇다고 테츠카 오사무 버전의 만화를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그래픽도 아닙니다. 이스터에그나 엑스트라 컨텐츠 부족으로 팬서비스가 부족하기도 해요.

하지만 불온하고 불안정한, 묘하게 음침한 분위기가 모든 걸 캐리합니다. 물론 도로로는 그렇게 어두운 작품은 아닙니다. 허나, 서늘한 긴장감과 피폐한 시대상을 놓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PS.

도로로가 2019년에 리메이크 되었단 말 듣고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그림 보니까 ... 남장로리인 게 더 명확하게 드러나서 아쉽네요.

PS2.
게임 엔딩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도로로가 신체 일부라는 반전은 상당히 좋았거든요. 마치 햐키마루의 최후의 인간성에 대한 시험과도 같은 거였다고. 그런데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던지고 마냥 해피엔딩이라뇨. 햐키마루가 도로로를 살려두고, 불완전한 신체지만 같이 여행한다는 설정이 낫지 않았을까.

PS3.
흑백에서 컬러로 돌아오는 오프닝 연출은 진짜 멋졌습니다. 작품의 모든 것과 방향을 단번에 설명하는 간단한 아이디어.

PS4.
서양에서는 Blood will tell이라는 시적 제목으로 발매되었는데...
아무래도 Devil may cry를 의식한 듯한 3단어 제목(...)